족첸명상(5)
2. 깨달음의 두 번째 단계 : 우리가 아닌 우리 (1)
일상심에 있거나 깨닫지 못한 인식을 지닐 때,
우리는 생각과 감정을 자기 자신으로 보고 인식합니다.
생각과 감정, 마음을 휘젓는 현상인 일상심이 실제의 자신이라고 말하는 '나'를 구성한다고 생각합니다.
청정본심을 직접 인식하게 되면 그 확실한 인식은 깨달음의 두번째 단계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생각과 감정은 단지 정신 현상이며 진정한 자신이 아닙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자신이 아닌 것들이 보입니다.
마음의 청정한 상태에 더 머물수록 행복이나 슬픔, 분노와 욕망, 긍정과 부정과 같은 모든 정신현상은
그저 마음을 스쳐 지나가는 것임을 인식하게 됩니다.
깨달음의 이 측면은 지식으로 배우는 것이 아닌,
그 실상에 대한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체험입니다.
청정본심을 자각하는 체험이 익숙해질수록 생각, 감정, 정신현상이 일어나도 더 이상 그것을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게 됩니다.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동요라도 그저 지나가는 현상으로 보게 됩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내 마음은 본디 청정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 , 이 현상들은 그저 지나갈 뿐이야 !'
이제 우리는 현상을 이렇게 인식합니다.
이를 크게 소리내어 자신에게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진리를 어느 정도 깨달았을 때
자연스레 모든 것을 이런 방식으로 보기 시작하게 됩니다.
생각과 감정은 하늘의 구름과 같다.
하늘의 본성을 깨닫고 하늘이 늘 푸르다는 것을 깨닫고 인식하게 되면 자연히 구름, 무지개, 오염, 안개와 다른 모든 것이 그저 하늘에 스쳐 지나가는 현상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구름이 덮혀 있어도 그 뒤에 하늘의 본성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마음의 청정한 상태, 마음의 자연스러운 상태를 인식하고 체험하게 되면 모든 생각, 감정과 체험은 우리의 의식을 가로지르는 현상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것들은 우리가 아닙니다.
마음의 자연스러운 상태는 정신현상에 사로잡혀 가려진 청정본심이며,
청정본심이야말로 진정한 우리입니다.
실제로 이것을 보게되면 언제나 이를 인식하게 됩니다.
하늘이 파란 것을 알게되면 가끔씩 흐리더라도 하늘이 파랗다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비가 오는 날에도 구름과 폭우가 일시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하늘의 본질이 맑고 파랗고 이름답기에, 잠시 후에는 날이 갠다는 것을 압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마음의 자연스러운 상태를 확신하게 되고 항상 그 상태를 인식하게 되며 머무르게 되면
우리가 명상을 하거나, 행복하거나 슬프거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거나, 또는 어떤 생각과 감정이 일어나거나 마음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더라도 그것은 진정한 나의 본성이 아니며 지나가는 구름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것이 항상 만물을 있는 그대로 지각하는 방법입니다.
깨달음의 첫 번째 단계에 어느 정도 진전이 있다면,
두 번째 단계가 자동으로 오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모든 생각과 감정을 무지개나 구름처럼 다루게 되죠.
더 이상 예전처럼 정신현상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인식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습니다.
-올갠 초왕 린포체 지음, 수연 옮김 < 프리스틴 마인드> 운주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