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진인 2022. 10. 10. 22:12

04. 아육왕경(阿育王經) -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여러 비구들과 함께 성에 들어가 걸식하셨는데, 다음 게송으로 읊은 것과 같다.

 

몸 빛깔은 황금산과 같고

단정하고 엄숙함 매우 미묘하셨네.

큰 거위 같은 걸음걸이에

깨끗한 보름달 같은 얼굴

세존께서는 대중들과 함께 하셨네.

 

그 때 세존께서 성문이 서있는 경계지점을 발로 밟으시자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으니, 다음 게송으로 읊은 것과 같다.

 

큰 바다와 온 땅덩이

성곽들과 모든 산

모니(牟尼)께서 발로 딛으신 곳

출렁이는 배처럼 흔들렸다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은 신통력을 나타내시자 여러 사람들은 큰 소리로 외쳤다.

신기하구나, 저런 신통력이 나타남은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저 불세존께서는 성으로 들어오시면서 이러한 여러 가지 일찍이 없었던 법을 보여주시는구나.

 

다음 게송으로 읊은 것과 같다.

 

낮은 땅은 곧 평평해지고

높은 땅은 도리어 낮아지는구나.

부처님의 위엄 있는 신통력으로

가시밭도 기와조각도 조약돌들도

모두 다 다시는 보이지 않았네.

 

귀머거리·장님과 또 벙어리들이

곧 보고 듣고 또 말을 하였으며

그 때 성곽들은 악기처럼

두드리지 않아도 오묘한 소리를 내었네.

 

그 때 세존께서 마치 천 개의 해가 뜬 듯한 광명으로 두루 비추셨으니, 그 광경은 다음 게송으로 읊은 것과 같다.

 

세존 몸의 빛나는 광명이

온 성읍을 두루 비추니

백성들은 부처님의 광명을 입어

전단향 바른 것처럼 시원하였네.

 

그 때 세존께서는 읍내를 거니셨다. 그 때 그곳 모래밭에서 장난하고 있던 두 소년이 있었는데 하나는 상성(上姓)이고 다른 한 명은 차성(次姓)1)이었으니, 한 명은 이름이 사야(?耶)였고 다른 한 명은 이름이 비사야(毘?耶)였다. 그들은 32대인상(大人相)으로 그 몸을 장엄하신 세존께서 오시는 모습을 멀리서 보았다. 그 때 사야 소년은 마음 속으로 '나는 보릿가루일망정 공양하리라'라고 생각하고서, 이내 가는 모래를 손으로 바쳐 세존의 발우에 담았다. 그 때 비사야는 합장하고 따라 기뻐하였으니, 다음 게송으로 읊은 것과 같다.

 

너무도 자비로우신 세존 뵈오니

온 몸에서 뻗치는 광명 한 발이나 되네.

용맹스런 세존의 얼굴을 뵙고

마음으로 큰 존경과 믿음을 내어

모래일망정 받들어 공양했다네

태어남과 늙음의 경계 떠나신 분께.

 

그 때 그 소년은 '이 보시의 선근공덕(善根功德)으로 한 천하를 얻어 그 지역을 통치하는 왕이 되어, 그 생에 여러 부처님께 공양할 수 있게 하소서'라고 소원을 빌었으니, 다음 게송으로 읊은 것과 같다.

 

모니(牟尼)께서는 아셨네, 그의 마음

또 그가 뜻하는 소원까지도.

큰 과보를 얻고 선근과

복전의 힘이 불어나도록

곧 큰 자비의 마음으로

그가 받드는 모래를 받으셨네.

 

그 때 사야는 이 선근으로 말미암아, 장차 왕이 될 수 있어서 염부제(閻浮提)의 왕이 되고, 나아가서는 위없는 정각(正覺)을 이룰 수도 있었다. 그래서 세존께서는 빙그레 웃으셨다.

 

그 때 아난은 세존께서 빙그레 웃으시는 것을 보고, 곧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모든 불세존·아라한[阿羅訶]·삼먁삼불타(三?三佛陀)2)께서는 아무 이유 없이 빙그레 웃으시지 않습니다. 지금 불세존께서는 무슨 까닭으로 빙그레 웃으셨습니까?

다음 게송으로 읊은 것과 같다.

 

세존께서는 실없는 웃음 여의신

세상에서 위없이 높으신 어른

새하얀 이빨 백옥 같으신

가장 훌륭한 분 지금 웃으셨네.

 

용맹스럽게 부지런히 정진하여

스승 없이 스스로 깨달으신 분

미묘한 말씀은 듣는 이 즐겁게 하고

그 음성 한없이 부드러우신 분.

 

그 소년 앞날을 예언하실 때

맑은 음성 멀리까지 맑게 사무쳤나니

위없는 양족존(兩足尊)

모래를 보시한 과보 예언하셨네.

 

그 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네 말과 같으니라. 모든 부처님은 아무런 이유 없이 웃으시지 않느니라. 내가 지금 웃은 것도 그 이유가 있느니라. 아난아, 알아야 한다. 내가 세상을 떠나고 100년이 지난 뒤에 이 소년은 파련불읍(巴連弗邑)에서 한 지역을 통치하는 전륜왕(轉輪王)이 될 것이니, 성(姓)은 공작(孔雀)이요, 이름은 아육(阿育)3)으로서 바른 법으로 다스리고 교화할 것이다. 또 내 사리(舍利)를 널리 전파하고 8만 4천 법왕(法王)의 탑을 만들어 한량없는 중생을 안락하게 할 것이다.

 

그것은 다음 게송으로 읊은 것과 같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난 뒤에

이 사람은 장차 왕이 되리니

성은 공작이요 이름은 아육

마치 저 정생왕(頂生王)처럼

이 염부제에서

홀로 왕으로서 세상의 존경을 받으리.

 

아난아, 이 발우에 있는 보시 받은 모래를 가져다 여래가 경행(經行)하는 곳에 뿌려라. 지금 당장 그곳으로 가라.

아난은 분부를 받고 곧 발우의 모래를 가져다 경행하는 곳에 뿌렸다.

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파련불읍에 월호(月護)라는 이름의 왕이 있고, 그 왕은 또 빈두사라(頻頭娑羅)4)라는 이름의 아들을 낳아 그가 나라를 다스릴 것이다. 그에게는 또 수사마(修師摩)라는 아들도 있을 것이다. 그 때 저 첨파국(瞻婆國)의 어떤 바라문에게, 누구나 보기를 좋아하고 나라의 보배로 여기는 매우 단정한 딸 하나가 있을 것인데, 여러 관상가들은 그 여자의 상(相)을 보고 곧 이렇게 예언할 것이다.

'저 여자는 장차 왕비가 될 것이다. 그녀는 또 두 아들을 낳으리니 한 명은 천하를 통치할 것이요, 다른 한 명은 출가하여 도를 배워 성인이 될 것이다.'

 

그래서 그 바라문은 관상가의 말을 듣고 한량없이 기뻐하며, 곧 그 딸을 데리고 파련불읍으로 가서, 여러 가지 장식으로 그 몸을 치장하고 수사마 왕자에게 시집 보내려 한다. 그러나 관상가는 말하기를 '저 빈두사라왕과 혼인 시키십시오. 따님은 장차 복과 덕이 있는 아들을 낳아 대왕의 뒤를 이을 것입니다'라고 한다. 바라문은 곧 그 딸을 빈두사라왕에게 시집보내고, 왕은 그 여인의 단정함과 덕을 보고는 곧 부인으로 삼을 것이다.

 

그러나 먼저 부인들과 여러 채녀(女)들은 이 부인이 오는 것을 보고 '이 여자는 매우 단정하여 나라에서 보배로 여기는 사람이다. 만일 왕이 저 여자와 서로 즐긴다면 우리를 버린 채 눈으로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인들은 그녀에게 이발사의 일을 배우게 할 것이다. 그녀는 그것을 다 배운 뒤에 왕을 위해 이발을 해주는데, 이발이 끝났을 때 왕은 매우 기뻐하며 그녀에게 묻는다.

'너는 무엇을 원하느냐?'

 

그녀가 왕에게 말한다.

'오직 왕께서 마음으로 저를 사랑스럽게 여겨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렇게 세 번을 아뢴다.

 

그 때 왕은 말한다.

'나는 찰리관정왕(刹利灌頂王)5)이요, 너는 이발사인데 어떻게 너를 사랑할 수 있겠느냐?'

 

그녀가 왕에게 말한다.

'저는 천한 족성이 아닙니다. 저도 고귀한 족성인 바라문의 딸입니다. 관상가가 제 아버님께 (이 딸은 국왕과 혼인시켜야 한다)라고 말했기 때문에 제가 여기에 온 것일 뿐입니다.'

 

왕이 말한다.

'만일 그렇다면 누가 너에게 이런 미천한 일을 배우게 했느냐?'

 

그녀가 왕에게 말한다.

'먼저 부인과 채녀들이 저에게 이런 일을 배우게 하였습니다.'

 

그러면 왕은 곧 명령한다.

'지금부터 너는 다시는 그런 천한 일을 배우지 말라.'

 

그리고 왕은 곧 그녀를 첫 번째 부인으로 삼는다. 왕은 항상 그녀와 함께 서로 즐기게 되고 그녀는 곧 임신을 해 달이 차 아들을 낳는다. 그리고 아들이 태어날 때 안온하여 그 어머니도 아무런 걱정이나 고통이 없으므로 이레가 지난 뒤 이름을 무우(無憂)라 지을 것이다. 그리고 또 아들을 낳는데, 그 아들의 이름은 이우(離憂)라 할 것이다. 무우는 몸이 추하고 못생겨 부왕은 그다지 가까이하지 않고 또 마음도 쓰지 않는다. 부왕은 두 아들을 시험하려고 빈가라아(賓伽羅阿)6)를 불러 그 바라문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화상이여, 내 왕자들을 관찰해 보라. 내가 죽은 뒤에 누가 장차 왕이 되겠는가?'

 

바라문이 말한다.

'이 여러 왕자님들을 데리고 성을 나가 금전원관(金殿園館)으로 가서 상(相)을 보겠습니다.'

 

그리고 성을 나가 그 동산으로 간다.

 

그 때 아육왕의 어머니는 아육에게 말한다.

'들으니, 왕께서 금전원관으로 나가 자신이 돌아가신 뒤에 장차 누가 왕이 될 것인가를 관상을 보신다고 하는데 너는 어째서 가지 않느냐?'

 

아육(阿育)이 말한다.

'왕께서는 벌써부터 저를 생각하지도 않고 저 보기를 좋아하지도 않으셨습니다.'

 

어머니는 다시 말한다.

'그저 그곳에 가보기만 하여라.'

 

아육은 다시 말한다.

'어머니께서 다시 가기를 명하시니 지금 잠깐 가보겠습니다. 그러면 어머니께서는 음식을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그래라. 성을 나서거라.'

그 때 성문을 나서다 아누라타(阿누羅陀)라 이름하는 한 대신을 만난다.

 

이 대신은 아육에게 묻는다.

'왕자께서는 지금 어디로 가십니까?'

'들으니, 대왕께서 지금 금전원관에 나가 계시면서 자신이 죽은 후 장차 누가 왕이 될 것인지 여러 왕자들의 상을 보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그곳으로 가는 길입니다.'

 

왕은 이미 이전에 대신에게 '만일 아육이 오거든 그로 하여금 늙고 미련한 코끼리를 타고 오게 하고 또 늙은이로 권속을 삼게 하라'고 명령해놓은 상태일 것이다. 그래서 그 때 아육은 그 늙은 코끼리를 타고 금전원관에 이르러 여러 왕자들 가운데로 가 땅에 앉게 된다.

그 때 여러 왕자들은 제각기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을 것이며, 아육의 어머니도 사기그릇에 낙(酪)과 밥을 담아 아육에게 보낼 것이다. 이렇게 여러 왕자들이 제각기 음식을 먹고 있을 때 부왕은 그 관상가에게 묻는다.

'이 중에서 누가 왕이 될 관을 가져 내 왕위를 이어 가겠는가?'

 

그 때 그 관상가는 여러 왕자들을 관찰하다, 아육이 왕이 될 상을 갖추고 있어 장차 왕위를 이으리라는 것을 알지만 (이 아육은 왕이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니, 만일 내가 장차 왕이 되리라고 말한다면 왕은 반드시 근심하고 걱정하며 불쾌히 여길 것이다)라고 생각하고서 곧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제가 지금 모든 것을 예언하겠습니다.'

 

그러면 왕은 이렇게 대답한다.

'관상가가 시키는 그대로 하리다.'

관상가는 말한다.

'이 가운데서 만일 좋은 수레를 탄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왕이 될 것입니다.'

그 때 여러 왕자들은 그의 말을 듣고 저마다 '내가 좋은 수레를 탔다'고 생각한다.

그 때 아육이 말한다.

'나는 늙은 코끼리를 탔으니 내가 왕이 될 수 있다.'

그 때 왕은 다시 관상가에게 말한다.

'원컨대 다시 관찰하여 예언하시오.'

'이 가운데서 제일 좋은 자리에 앉은 사람이 왕이 될 것입니다.'

여러 왕자들은 제각기 '내가 제일 좋은 자리에 앉았다'고 말할 것이고, 아육은 '나는 땅에 앉았다. 이것이 나의 가장 좋은 자리다. 내가 왕이 되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래서 다시 관상가에게 말한다.

'다시 신중히 관찰하시오.'

관상가는 다시 말한다.

'이 가운데서 제일 좋은 그릇에 제일 좋은 음식을 먹는 사람이 왕이 될 것입니다.'……(내지)……아육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내가 가장 훌륭한 수레·훌륭한 자리·훌륭한 음식을 가졌다.'

 

그 때 왕은 왕자들의 상 관찰하기를 마치고 곧 궁전으로 돌아간다.

아육의 어머니는 아육에게 묻는다.

'누가 장차 왕이 되겠느냐? 바라문은 누구라고 예언하더냐?'

아육이 아뢴다.

'제일 좋은 수레·제일 좋은 자리·제일 좋은 그릇·제일 좋은 음식을 가진 사람이 왕이 될 것이라고 했으니, 제가 분명 왕이 될 것입니다. 저는 늙은 코끼리를 탔고 땅에 앉았으며, 흰 그릇에 음식을 담았는데 멥쌀에 낙을 섞은 밥이기 때문입니다.'

 

그 때 바라문은 아육이 왕이 될 것을 알고, 자주자주 그 어머니에게 인사를 드리고 그 어머니도 또한 바라문을 후히 대접하면서 묻는다.

'대왕께서 돌아가신 뒤에는 누가 왕이 되겠습니까?'

관상가가 대답한다.

'그것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이렇게 세 번을 묻자, 관상가는 말한다.

'제가 왕비께 말씀드리겠으니 왕비께서는 부디 남들에게 알리지 마십시오. 왕비께서 아육이라는 왕자님을 낳으셨으니 바로 그 분입니다.'

 

부인이 말한다.

'내가 그 말씀을 들으니 뛸 듯이 기쁩니다. 만일 왕께서 들으시면 당신을 존경하지도 믿지도 않을 것이니, 관상가께서는 지금부터 본래 계시던 곳으로 돌아가 계십시오. 만약 왕자가 왕이 되면 관상가께서 모든 길하고 좋은 이익을 얻도록 목숨이 다할 때까지 공양하겠습니다.'

 

그 때 빈두사라왕의 나라 변방에 있던 덕차시라(德叉尸羅)에서 반란이 일어날 것이다.

그 때 왕이 아육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너는 네 종류의 군사[四兵]7)를 거느리고 가서 저 나라를 쳐 평정하라.'

그러나 왕자가 떠날 때에 왕은 군사와 무기를 전혀 주지 않는다. 그래서 시종이 왕자에게 말한다.

'지금 가서 저 나라를 정벌하라고 했지만 군사와 무기가 없는데 어떻게 평정할 수 있겠습니까?'

아육은 말한다.

'만일 내가 왕이 될 사람이라면 선근(善根)의 과보가 있을 것이니, 군사와 무기는 저절로 올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나면, 그 소리를 따라 이내 땅이 열리고, 그 땅에서 군사와 무기가 솟아 나올 것이다. 그래서 그 네 종류의 군사를 거느리고 그 나라를 치러간다. 그 때 그 나라 백성들은 아육이 온다는 말을 듣고, 곧 도로를 평평하게 닦고 성곽을 장식하고, 좋은 병에 물을 담고 갖가지 공양을 가지고, 이 왕자를 맞이하면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저희들은 대왕과 아육 왕자님을 거역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러 신하들이 저희들을 못살게 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훌륭한 분들의 은혜[聖化]를 거스르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는 곧 왕자에게 갖가지 공양을 올리고, 성안으로 들어오도록 초청할 것이다. 그 나라를 평정한 뒤에, 왕은 다시 가사국(?沙國)을 치게 한다. 그 때 그 나라의 두 역사(力士)는 왕을 위해 도로를 평평하게 닦고 모든 산의 돌을 밀어 쓰러뜨릴 것이다. 그리고 여러 하늘들은 그 나라에 이렇게 영을 내린다.

'아육은 온 천하의 왕이 될 것이다. 너희들은 거스르려는 뜻을 내지 말라.'

 

그래서 그 나라 왕도 이내 항복한다. 이리하여 나아가 바닷가에 이르기까지 온 천하를 평정하게 될 것이다. 그 무렵 수사마 왕자는 밖으로 나가 노닐다가 한 대신(大臣)을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대신이 예법을 제대로 차리지 않자 왕자는 곧 사람을 시켜 그를 때리게 한다. 그래서 대신은 '이 왕자는 왕위에 오르지 않았는데도 마음 씀씀이가 이와 같으니 만일 왕위를 얻게 되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아육은 천하를 얻어 5백 대신을 정벌했다고 들었다. 우리는 함께 아육을 왕으로 옹립해 이 천하를 다스리게 하리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 때 또 덕차시라국(德叉尸羅國)에서 반란이 일어나자, 여러 신하들은 서로 모의해 수사마 왕자를 보내자고 하고, 왕도 또한 좋다고 허락하여 곧 그 나라로 보내지만 항복 받지 못할 것이다.

 

그 무렵 부왕은 다시 큰 병을 얻게되고, 여러 신하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수사마를 세워 왕으로 삼고, 아육을 저 나라로 보내고 싶구나.'

그러나 여러 신하들은 아육을 왕으로 삼으려고, 노랑 물감을 아육의 몸과 얼굴과 손·발에 바른 뒤에 여러 신하들은 왕에게 아뢴다.

'아육 왕자는 지금 중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신하들은 다시 아육을 장엄하게 꾸며, 함께 왕의 처소로 나아가 아뢴다.

'우선 이 왕자를 세워 왕으로 삼으소서. 저희들이 뒷날 천천히 수사마를 세워 왕으로 삼겠습니다.'

그 때 왕은 이 말을 듣고, 매우 불쾌히 여기고 근심하면서 좋지 않은 낯빛으로 잠자코 대답하지 않는다.

그 때 아육은 가만히 생각하고는 말한다.

'내가 바로 왕위를 얻을 사람이라면 여러 하늘들이 스스로 찾아와 내 정수리에 물을 붓고 흰 비단으로 머리를 싸매리라.'

그 소리를 따라 여러 하늘들은 곧 아육의 정수리에 물을 붓고 흰 비단으로 머리를 싸맨다. 그 때 왕은 이 모습을 보고 몹시 근심하고 괴로워하다가 이내 목숨을 마친다. 아육왕은 예법대로 부왕을 장사 치른 뒤에, 곧 아누루타(阿樓陀)를 세워 대신(大臣)으로 삼는다. 그 때 수사마 왕자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육을 세워 왕으로 삼았다는 소식을 듣고 참을 수 없는 마음에 곧 군사를 모아 아육을 치러 온다. 아육왕은 네 개의 성문에서 두 문에는 두 역사(力士)를 두고, 셋째 문에는 대신을 두고, 자기는 동쪽 문을 지킨다. 그 때 아누루타 대신은 나무로 코끼리를 만들고, 또 아육왕의 형상을 만들어 그 코끼리에 태워 동쪽 문 밖에 두고는, 연기가 나지 않게 불구덩이를 만들고 다른 물건으로 그 위를 덮는다.

 

수사마가 도착하자, 아누루타 대신은 수사마 왕자에게 말한다.

'만일 왕이 되고 싶거든, 지금 아육이 동쪽 문에 있으니 가서 그를 치시오. 만일 그 왕을 잡을 수 있다면 저절로 왕이 될 수 있을 것이오.'

 

그 때 그 왕자는 곧 동쪽 문으로 달려가다가 곧 불구덩이에 떨어져 이내 죽고 만다.

그 때 발다라유다(跋陀羅由陀)라는 대역사(大力士)는 수사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세상이 싫어져, 한량없는 권속을 데리고 부처님 법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운다. 그리고 더욱 정진하여 번뇌가 다하게 되어 아라한도를 이루게 된다. 아육왕은 바른 법으로 다스리고 교화하지만, 여러 신하들은 자기들이 함께 아육을 세워 왕으로 삼았다는 이유로 왕을 업신여겨 임금과 신하의 예를 지키지 않는다. 왕도 또한 여러 신하들이 자기를 업신여기는 줄을 알고 여러 신하들에게 말한다.

'너희들은 저 꽃과 과일 나무를 베고 그곳에 가시나무를 심어라.'

 

여러 신하들이 대답한다.

'가시나무를 베고 꽃이나 과일 나무를 심는 것은 보았지만, 꽃이나 과일 나무를 베고 가시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일찍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습니다.'

 

이렇게 왕이 세 번이나 베도록 명령하지만 그들은 역시나 따르지 않는다.

그 때 국왕은 대신들에게 분노하여 곧바로 날카로운 칼을 집어 5백 명의 대신들을 죽인다. 또 어느 날 왕은 채녀와 권속들을 데리고 동산으로 나가 놀다가 꽃이 만발한 한 그루의 무우수(無憂樹)를 발견한다. 왕은 그것을 보고 '이 꽃나무는 나와 이름이 같구나'라고 하며, 마음 속으로 매우 기뻐한다.

 

그러나 왕의 외모는 추하고 더러우며 피부는 까칠하여, 채녀들은 마음으로 왕을 사랑하지 않고 미워하기 때문에, 손으로 그 무우수 꽃가지를 꺾어버린다. 왕은 잠에서 깨어나 무우수 꽃이 땅에 흩어져 있는 것을 보고 마음에 분노가 일어나, 여러 채녀들을 묶어 불에 태워 죽인다. 그래서 왕의 포악한 행동 때문에 다들 포악아육왕(暴惡阿育王)8)이라 한다.

 

그 때 아누루타 대신이 왕에게 아뢴다.

'왕께선 그런 일을 하셔서는 안됩니다. 어떻게 손수 대신과 채녀들을 죽이실 수 있습니까? 왕께선 지금부터 백정을 두고서 마땅히 죽여야 할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대신 시키십시오.'

 

그래서 왕은 곧 백정을 두라고 명령한다.

그곳에 기리(耆梨)라는 산이 있는데, 그 산중에 직조공[織師] 집안이 있고 그 직조공에게는 기리(耆梨)라는 외아들이 있을 것이다. 그는 성질이 흉악하여 소년이나 소녀들을 때리고 결박하며, 또 물이나 뭍의 생물을 잡고, 나아가서는 부모마저 거역한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흉악기리자(兇惡耆梨子)라고 부른다.

 

그 때 왕의 사신들이 그에게 말한다.

'너는 왕을 위해 흉악한 사람들을 죽일 수 있겠느냐?'

그가 대답한다.

'온 염부제의 죄 있는 자들이라 해도 저는 다 깨끗이 제거할 수 있거늘 하물며 이 한 나라쯤이겠습니까?'

 

그 때 사신들은 왕에게 돌아가 아뢴다.

'이제 흉악한 사람을 찾았습니다.'

왕은 말한다.

'찾았으면 데리고 오라.'

여러 사신들이 가 그를 부르자, 그는 대답한다.

'잠깐 기다리시오. 먼저 부모님께 하직인사를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위의 사실을 자세히 말하자, 그 부모가 말한다.

'아들아, 그런 짓을 하지 말라.'

이렇게 세 번을 타일렀으나, 그는 착하지 못한 마음을 내어 곧 그 부모를 죽인 뒤에 그곳에 다다른다. 그러자 사신들이 묻는다.

'무엇 때문에 빨리 오지 않고 시간이 오래 경과되었는가?'

 

그 때 그 흉악한 사람은 위의 사실을 자세히 말하고, 사신들은 이 일을 또 왕에게 자세히 말한다.

왕은 곧 그에게 명령한다.

'나에게 죽어 마땅할 일을 저지른 죄인이 있는데 네가 알아서 처리하라.'

그가 왕에게 아뢴다.

'저를 위해 집을 지어 주십시오.'

 

왕은 곧 그를 위해 집을 지어주는데 방은 매우 단아하고 장엄하며, 문은 오직 하나만 내었는데, 그 문 역시 매우 정미로우면서도 장엄하다. 그 안에는 죄를 다스리도록 모형을 벌려놓은 광경은 마치 지옥과 같고, 그 감옥 또한 매우 훌륭하고 좋다. 그 때 그 흉악한 사람은 왕에게 말한다.

'이제 왕에게 간절히 원하옵니다. 어떤 사람이라도 이 안에 들어오면 다시는 나가지 못하게 하소서.'

 

왕이 대답한다.

'네가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리라.'

그 때 그 백정은 절에 가서 여러 비구들의 지옥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그 때 어떤 비구가 지옥경(地獄經)을 설명한다.

'중생이 지옥에 태어나면 지옥에서는 곧 그 죄인을 잡아, 뜨거운 쇠집게로 그 입을 벌리고 뜨거운 쇠구슬을 그 입에 넣으며, 다음에는 끓는 구리쇳물을 입에 쏟으며 다시금 쇠도끼로 그 몸을 자르고, 그 다음에는 형틀과 사슬로 그의 몸을 묶는다. 그 다음에는 불수레[火車]와 숯불이 가득한 화로[?炭], 그 다음에는 끊는 쇠솥[鐵?], 그 다음에는 뜨거운 잿물이 흐르는 강[灰河], 그 다음에는 칼산[刀山]과 칼나무[劍樹] 등이 있는데 더 자세한 내용은 천오사경(天五使經)에서 설한 바와 같다.'

 

그 백정은 비구가 이런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듣고, 자신이 있는 곳에다 그가 말한 대로 죄를 다스리는 모형을 만들고 이 방법대로 죄인을 다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