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진인/無爲閑人 心身不二

비오는 날의 등산 길은 사람의 길이 아니라 물의 길이네

무한진인 2022. 7. 19. 10:48

7,16일 토요일, 아침에 핸드폰의 기상예보를 보니 가끔 비가 내린다고 나왔지만,

하늘을 올려다 보니 대체로 맑게 개어있고, 중간 중간 구름이 몰려 있었다. 

등산을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앞으로 몇칠간 비가 예상된다는 일기예보에 오늘은 가자고 작정했다. 

 

아침에는 제법 하늘에 구름떼는 잔뜩 끼어 있지만 당장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았다.

기분좋게 산을 올라가는데,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제법 많이 올라왔다. 

그러나 아무래도 오늘 오후 늦게는 비가 내릴 것 같았다. 

그래서 가능하면 평소보다 바쁘게 걸음을 재촉했다. 

 

산 정상에 올라 올 때까지는 비가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았다. 

산 정상에서 자리를 펴고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 중에 

굵은 빗방울이 한두방을 머리 정수리 위로 뚝 뚝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가지고 간 주먹밥을 다 먹고나서 마지막 물을 마시고 나니 드디어 

뚜 뚜 뚜 둑- 하고 소나기가 내려치기 시작했다. 

 

배낭에서 비닐우의를 급히 꺼내서 뒤집어 썻다.

빗방울이 얼마나 굵었던지 

등산 모자 쓴 머리 위를 때리는 빗방울이,  

머리통 여기저기에서 나는 빗방울 때리는 소리가

마치 통- 통- 통 - 하늘에서 내 머리통에 목탁을 두드리는 소리 같았다. 

산꼭때기라 바람도 거세게 불어서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였다. 

 

빗속에서 하산(下山)을 하자니 경사진 비탈길의 진흙투성이라 자칫 미끄러지기 일수였다.

게다가 몇개의 산고개와 비탈을 넘어 구비 구비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하는데,

워낙 비가 많이 쏫아져서 주변을 돌아 볼 틈새도 없이 부지런히 폭우 속을 걸어 내려왔다.

얼마동안이나 지났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쁘게 걷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산비탈을 내려 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억수같이 비 쏫아지는 시간에 산을 내려오니

몇 구비의 올라가고 내려오는 등산길이 전체가 거칠게 흐르는 물길에 완전히 점령 되어 버렸다. 

평소에는 별 생각없이 편하게 걷던 등산길이 물이 꽉 차게 흘러서 

등산화를 적셔가며 그대로 물 속을 걸을 수 밖에 없었다. . 

사람 다니는 등산길이 바로 물길이 되어 버린 것이다. 

오늘 산은 조금 낮은 산이길 망정이지, 

조금 높은 산 등산길 같으면 아마도 등산길 자체가 물에 완전히 잠겨서 

구조요청 할 정도로 등산길이 폭우로 인해서 끊길 수도 있겠다 싶었다. 

 

평소에는 편안하고 무심하게 걷던 평범한 등산길이었는데 

이렇게 폭우가 쏫아지는 특별한 상황에서는 

거칠게 쏫아내는 폭포수 물길처럼 순식간에 변해버리는 것이다. 

평소에 사람이 다니는 길이, 폭우가 쏫아지니 

물흐름에게 완전히 점령 당해 버리는 것이다. 

 

아 ! 자연의 빗물도 사람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서 흘러 가는구나 !

아니지, 그게 아니고,  태초부터 빗물이 수만년 동안 흐르고 흘러서 자국을 낸 물길을 따라서

그 후에 사람이 물길의 자국을 따라 길을 낸 것일 수도 있지. 

빗물길은 수천만년 형성된 자연의 작용이고, 사람은 자연이 만든 길을 그 후에 띠라간 것이겠지.

하긴 사람도 역시 자연 그 자체니깐 ~,

결국 사람이 다니는 길도 자연이 만든 길이네.

 

                                                         -2022. 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