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가 현각 선사의 지관(止觀) 법문(25)
2) 현상적 차별상: 범부와 성인 간의 차이
[본문]
지금 3계를 윤회하며 6도를 오르내리니,
정(淨)과 예(穢), 고와 락,범과 성의 차별이 있다.
[해설]
만법이 모두 무자성이고 공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구체적 현실세계에서는 온갖 차별상이 드러난다.
중생이 느끼는 고와 락의 차이가 있고, 세계 만물에 청정함과 더러움의 차이가 있고,
인간 중에는 수행을 완성한 성인과 범부의 차이가 있다.
행정은 이렇게 설명한다.
"본성이 비록 차이가 없으나 연기를 막지 않으므로 인(人)과 천(天) 등의 모든 무리에서 고와 락이 여러 종류이다.
태어남으로써 죽음으로 돌아가고 죽음으로써 다시 태어나니 3세의 윤회가 수레바퀴같고 돌아가는 불과 같다.
생사를 반복하는 우리의 윤회의 삶을 수레바퀴나 쥐불놀이의 불의 돌아감에 비유한 것이다.
[본문]
이것은 모두 3업(業)과 4의(儀)가 6근(根)에 대면해서 정(情)을 따라 업을 지어 과보가 같지 않기 때문이다.
선하면 락과를 받고 약하면 고과를 받는다.
그러므로 경에서 '선과 악은 인(因)이 되고, 고와 락은 과(果)가 된다'고 하였다.
[해설]
제법의 본성은 모두 같은데 현상적 세간에 깨끗함과 더러움, 고와 락, 범과 성의 차이가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것은 인간이 신,구,의 3업과 행,주,좌,와 4위의(威儀)의 행동양식으로 안,이,비,설,심,의 6근의 대상에 대해 망령되게 업(業)을 짓는데, 그 업의 차이에 따라 과보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즉 선한 업을 지으면 즐거운 락과를 받지만, 악한 업을 지으면 괴로운 고과를 받기에, 그 과보로서의 삶에 고락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3계 6도를 윤회하는 우리의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원리가 바로 '선안락과(善因樂果), 악인고과(惡因苦果)'이다.
행정은 인과응보의 원리가 확실하다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도를 배우는 무리는 모름지기 인과에 밝아야 한다. 고와 락의 두 가지 보(報)는 모두 과거의 인(因)으로 인한 것이다. 만약 살생을 즐기는 자가 장수하거나 보시를 잘하는 자가 궁핍한 것을 보더라도 삿된 견해를 내지 말아야 한다. <석론>에서 '나의 지금의 병과 고는 모두 과거로 인한 것이고, 금생에서 복을 닦은 과보는 장래에 있다'고 하였다.
선인락과, 악인고과는 필연의 진리이니, 마치 그림자가 형태를 따르는 것과 같다.
연기와 업보의 원리가 피할 수 없는 현실세계의 원리임을 말한다.
-한자경 지음 < 선종영가집 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