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함경(20-3)
546. 집조관장경(執?灌杖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마하 가전연(迦?延)6)은 발란나(跋蘭那) 부락 오니지(烏泥池) 가에 있었다.
그 때 집조관장(執?灌杖) 범지(梵志)7)가 마하 가전연의 처소로 찾아가, 서로 문안하고 위로한 뒤에 한쪽에 앉아, 마하 가전연에게 물었다. 무슨 까닭[因緣]으로 왕은 왕과 다투고, 바라문과 거사는 바라문과 거사와 다툽니까?
마하 가전연이 범지에게 대답하였다.
탐욕(貪欲)에 얽매이고 집착하기 때문에, 왕은 왕과 다투고, 바라문과 거사는 바라문과 거사와 다툽니다.
무슨 까닭으로 출가자는 출가자와 다툽니까?
견욕(見欲)에 얽매이고 집착하기 때문에 출가자는 출가자와 다툽니다.
범지가 다시 물었다.
마하 가전연이시여, 탐욕에의 얽매임과 집착을 떠나고, 또 견욕에의 얽매임과 집착을 떠난 분이 계십니까?
존자 마하 가전연이 대답하였다.
범지여, 계십니다. 저의 큰 스승이신 여래(如來)·응공(應供)·등정각(等正覺)·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세존(佛世尊)께서는 이 탐욕에의 얽매임과 집착, 또 견욕에의 얽매임과 집착을 능히 떠나셨습니다.
불세존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불세존께서는 지금 바라기(婆羅耆) 사람들이 사는 구살라국(拘薩羅國) 사위성 기수급고독원에 계십니다.
그 때 범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여미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붙이고, 부처님 계신 곳을 향해 합장하고 찬탄하였다.
불세존·여래·응공·등정각께 귀의합니다8). 능히 탐욕에의 모든 얽매임과 집착을 떠나시고, 탐욕에의 모든 속박과 모든 견욕을 다 멀리 떠나시어 그 근본을 깨끗하게 하셨습니다.
그 때 집조관장 범지는 존자 마하 가전연의 말을 듣고 함께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
6) 팔리어로는Maha -kaccaryana이며, 부처님 10대 제자 중 한 명임. 논의(論議) 제일비구.
7) 팔리본에는 Aramadanahbrahma o로 되어 있으며, 외도의 이름임.
8) 고려대장경 원문은 나무나무(南無南無)이다. 팔리어로는 namo이며, 한역하여 귀명(歸命)·경례(敬禮)라고 함. 중생이 부처님을 향해 지극한 마음으로 귀의하여 믿고 따르는 것을 말함.
547. 집장경(執杖經)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존자 마하 가전연은 바라나(婆羅那)의 오니지(烏泥池) 가에 있었으며, 많은 비구들과 함께 옷을 지니는 문제로 식당에 모여 있었다.
그 때 나이 많고 신체가 연로한 지팡이를 짚은 범지가 식당으로 찾아와, 한쪽에 지팡이를 짚고 서서 한동안 잠자코 있다가, 여러 비구들에게 말했다.
여러 장로들이여, 그대들은 어찌하여 연로한 사람을 보고도 말도 하지 않고 안부도 묻지 않으며, 공경히 앉으라고 말도 하지 않습니까?
그 때 대중 가운데는 존자 마하 가전연도 있었다. 그 때 존자 마하 가전연이 그 범지에게 말했다.
우리 법에서는 연로한 사람이 올 경우, 다들 서로 말을 나누고 안부를 물으며, 공경히 예배하며 앉기를 청합니다.
범지가 말했다.
내가 보기에 이 대중 가운데는 나보다 연로한 이가 없건만, 공경히 예배하며 앉기를 청하지 않소. 그런데도 당신은 어찌 '우리 법에서는 연로한 이를 보면 공경히 예배하며 앉기를 청한다'고 말하오?
존자 마하 가전연이 말했다.
범지여, 혹 어떤 연로한 사람이 나이 80이나 90이 되어, 머리는 희고 이는 빠졌더라도, 만일 젊은이의 법을 가졌다면 그는 연로한 사람이 아닙니다. 또 아무리 나이가 젊어 25세쯤 되는 데다, 살결은 희고 머리는 검어 한창 젊음과 아름다움이 넘치더라도, 연로한 이의 법을 가졌다면 그는 연로한 사람의 수에 포함됩니다.
범지가 물었다.
어떤 사람을 나이 80이나 90이 되어, 머리는 희고 이는 빠졌더라도, 젊은이의 법을 가졌다 하며, 어떤 사람을 나이 25세쯤 되어 살결은 희고 머리는 검어 한창 젊고 아름다운 몸일지라도, 연로한 사람의 수에 포함된다고 합니까?
존자 마하 가전연이 범지에게 말했다.
다섯 가지 욕망[五欲功德]10)이 있습니다. 이른바 눈은 빛깔을 분별하여 애착하고 좋아하고 생각하며, 귀는 소리를 분별하고, 코는 냄새를 분별하며, 혀는 맛을 분별하고, 몸은 촉감을 분별하여 애착하고 좋아하고 생각합니다. 이 다섯 가지 욕망에 대해 탐냄을 떠나지 못하고 욕심을 떠나지 못하며, 애착을 떠나지 못하고 생각을 떠나지 못하며, 흐림[濁]을 떠나지 못했다면 범지여, 이런 사람은 아무리 나이 80이나 90이 되어, 머리는 희고 이는 빠졌더라도, 그는 젊은이의 법을 가졌다고 합니다. 또 비록 나이 25세쯤 되어 살결은 희고 머리는 검어 한창 젊고 아름다운 몸일지라도, 다섯 가지 욕망에 대해 탐냄을 떠나고 욕심을 떠나며, 애착을 떠나고 생각을 떠나며 흐림을 떠났으면, 이런 사람은 비록 나이가 젊어 25세쯤 되어, 살결은 희고 머리는 검어 한창 젊고 아름다운 몸일지라도, 그는 연로한 이의 법을 성취하여 연로한 사람의 수에 포함된다고 합니다.
그 때 범지가 존자 마하 가전연에게 말했다.
존자가 말한 이치대로 내 스스로를 성찰해보면 내가 비록 늙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젊은이이고, 당신들이 비록 젊다고는 하나 연로한 이들의 법을 성취하였습니다. 나는 세상일이 많아 돌아갈까 하오.
존자 마하 가전연이 말했다.
범지여, 그대 스스로 때를 알아서 하십시오.
그 때 범지는 존자 마하 가전연의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본래의 처소로 돌아갔다.
====================
9) 이 소경은 『증일아함경』제10권 제19「권청품(勸請品)」의 아홉 번째 소경과 같은 내용임.
10) 팔리본에는 pancanna-kamaguna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을 한역하면 5종욕(種欲)이 된다. guna는 음역하여 구나(求那)라고 하며, 공덕(功德)·속성(屬性)·요소(要素) 등의 뜻을 가지고 있음. 한역과정에서 역자는 공덕의 뜻을 취하였으나, 연결된 단어의 의미상 guna는 속성·요소의 의미로 파악해야 문맥에 적합하다.
548. 마투라경(摩偸羅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고, 존자 마하 가전연은 조림(稠林)에 있었다.
그 때 서방(西方)의 왕자 마투라(摩偸羅)11) 국왕이 존자 마하 가전연의 처소로 찾아와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앉아, 존자 마하 가전연에게 물었다.
바라문(婆羅門, brahmana)들은 스스로 말하기를 '우리가 제일이요 다른 종성은 낮고 열등하다. 우리는 희고 다른 종성은 검다. 바라문은 청정하고 바라문이 아닌 사람은 그렇지 않다. 우리들은 범[婆羅門, brahman]12)의 아들로서 입에서 태어났고 범이 변화한 것이다.13) 우리들은 범에 속한 존재이다'라고 말합니다. 존자 마하 가전연이시여, 이 뜻은 어떠한 것입니까?
존자 마하 가전연이 마투라왕에게 말했다.
대왕이여, 그것은 세상에서 하는 말일뿐입니다. 세상에서는 '바라문이 제일이요 다른 종성은 낮고 열등하다. 바라문은 희고 다른 종성은 검다. 바라문은 청정하고 바라문이 아닌 사람은 그렇지 않다. 우리 바라문은 범[brahman]에서 생겨난 존재로 범의 입에서 태어났고 범이 변화한 것이다. 우리들은 모두 범에 속한 존재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대왕이여, 업(業)이 진실한 것으로서 그것은 다 업에 의한 것임을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왕이 존자 마하 가전연에게 말했다.
그 말씀은 너무도 간략해 저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다시 분별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존자 마하 가전연이 말했다.
이제 당신께 묻겠으니, 묻는 대로 내게 대답해 주십시오. 대왕이여, 당신은 바라문 출신 왕입니다. 당신은 당신나라에 있는 바라문(婆羅門)·찰리(刹利)·거사(居士)·장자(長者) 등 이 네 종류의 사람들을 모두 불러와, 재물과 힘을 가지고 그들에게 호위하게 하거나, 먼저 일어나고 나중에 눕게 하거나, 그 밖의 여러 가지 심부름을 시킬 때 모두 뜻대로 되겠습니까?
뜻대로 될 것입니다.
대왕이여, 찰리가 왕이 되거나 거사가 왕이 되거나 장자가 왕이 되더라도, 그들도 자신의 나라에 있는 네 종성[四姓]14)을 모두 불러와, 재물과 힘을 가지고 그들에게 호위하게 하거나, 먼저 일어나고 나중에 눕게 하거나, 그 밖의 여러 가지 심부름을 시킬 때 모두 뜻대로 되겠습니까?
뜻대로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왕이여, 그와 같이 네 종성은 다 평등한데, 무슨 차별이 있겠습니까? 대왕이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네 종성은 모두 다 평등하여 낫고 못한 차별이 없는 것입니다.
마투라왕이 존자 마하 가전연에게 말했다.
참으로 그렇습니다. 존자여, 네 종성은 다 평등하여 갖가지의 낫고 못한 차별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대왕이여, 네 종성이란 세간에서 차별 지어 말한 것일 뿐입니다.……(내지)……그것들은 다 업에 의한 것으로서 진실로 차별이 없는 것임을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다시 대왕이여, 이 나라에서 어떤 바라문이 도둑질을 했다면 마땅히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왕이 존자 마하 가전연에게 말했다.
만일 바라문 가운데 도둑질한 자가 있을 경우, 때리거나 포박하거나 혹은 나라 밖으로 쫓아내거나, 벌금을 물리거나 또는 손·발·귀·코를 베거나, 죄가 막중할 경우엔 즉시 죽일 것입니다. 또 그 도둑이 비록 바라문이라 하더라도 도둑놈이라 부를 것입니다.
대왕이여, 만일 찰리·거사·장자 중에 도둑질한 자가 있을 경우 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왕이 존자 마하 가전연에게 말했다.
그들 또한, 때리거나 포박하거나 혹은 나라 밖으로 쫓아내거나, 벌금을 물리거나 또는 손·발·귀·코를 베거나, 죄가 막중할 경우엔 즉시 죽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왕이여, 어찌 네 종성이 다 평등하지 않겠으며, 거기에 무슨 갖가지 차별이 있겠습니까?
왕이 존자 마하 가전연에게 말했다.
이치가 그와 같다면, 참으로 거기에는 갖가지 낫고 못한 차별이 없을 것입니다.
존자 마하 가전연이 다시 왕에게 말했다.
대왕이여, 아셔야 합니다. 네 종성이란 세상에서 하는 말일뿐입니다. 그들은 '바라문이 제일이요 나머지 종성은 다 낮고 열등하다. 바라문은 희고 나머지 사람들은 다 검다. 바라문은 청정하고 바라문이 아닌 사람은 그렇지 않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다 업에 의한 것입니다. 진실로 업에 의한 것입니다.
다시 물었다.
대왕이여, 만일 바라문이 살생(殺生)·도둑질[偸盜]·삿된 음행[邪]·거짓말[妄言]·욕설[惡口]·이간하는 말[兩舌]·꾸밈말[綺語]·탐냄[貪]·성냄[?]·삿된 견해[邪見] 등, 열 가지 좋지 않은 업을 짓는다면 나쁜 세계에 태어나겠습니까, 좋은 세계에 태어나겠습니까? 아라하(阿羅呵)15)에게서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왕이 존자 마하 가전연에게 말했다.
바라문이라도 열 가지 좋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드시 나쁜 세계에 떨어질 것입니다. 또 아라하에게서도 '찰리·거사·장자에 있어서도 또한 그렇게 말한다'고 들었습니다.
대왕이시여, 만일 바라문이 열 가지 좋은 업인, 살생을 여의고……(내지)……바른 소견을 행한다면, 마땅히 어느 곳에 태어나겠습니까? 좋은 세계입니까, 나쁜 세계입니까? 아라하에게서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만일 바라문이 열 가지 좋은 업을 행했다면 그는 반드시 좋은 세계에 태어날 것입니다. 또 아라하에게서 '그와 같이 찰리·거사·장자에 있어서도 또한 그렇게 말한다'고 들었습니다.
대왕이여, 어떻습니까? 이와 같이 네 종성은 평등한 것입니까? 갖가지 낫고 못한 차별이 있다고 하겠습니까?
왕이 존자 마하 가전연에게 말했다.
이치가 그와 같다면 곧 평등해서, 갖가지의 낫고 못한 차별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네 종성은 모두 다 평등할 따름으로 갖가지의 낫고 못한 차별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은 '바라문이 제일이다. 바라문은 희고 나머지 종성은 검다. 바라문은 청정하고 바라문이 아닌 사람은 그렇지 않다. 범에서 태어났는데 태어날 때 입에서 나왔다. 범이 만든 존재로 범이 변화된 것이며, 범에 속한 존재이다'라고 말들 합니다. 그러나 업이 진실한 것으로 다 업에 의한 것임을 아셔야 합니다.
왕이 존자 마하 가전연에게 말했다.
진실로 그 말씀과 같습니다. 그것은 다 세상에서 하는 말일뿐입니다. '바라문은 뛰어나고 나머지 종성은 낮고 열등하다. 바라문은 희고 나머지 사람들은 다 검다. 바라문은 청정하고 바라문이 아닌 사람은 그렇지 않다. 범에서 태어났는데, 태어날 때 입에서 나왔다. 범이 변화한 것으로 범에 속한 존재이다'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다 업이며, 진실로 업에 의한 것입니다.
그 때 마투라왕은 존자 마하 가전연의 말을 듣고 그 말을 따라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
11) 팔리어로는 Madhura이며, 부처님 재세(在世)시에 인도 16대국 가운데 하나임. 현재 중인도 염무나(閻牟那)강 서남쪽 일대의 지방을 가리킴.
12) 본문에서 종성계급으로서의 brahmana와 우주질서인 원인(原人, Puruna) 혹은 우주근본 원리인 범(梵)으로서의 brahman이 바라문(婆羅門)이라는 한 용어로 음사되어 사용되었다. 의미에 따라 바라문(婆羅門)과 범(梵)으로 구분하여 번역하였다.
13) 이 부분의 사상적 뒷받침이 되는 문헌은 인도의 가장 오래된 종교문헌인 rig-veda이다. 여기에 처음으로 4성계급(四姓階級, Caste)이 등장한다. 거대한 우주원리인 원인(原人, Puru a)으로부터 우주가 전개되었는데 브라흐만(婆羅門, brahmana)은 그의 입이었고, 그의 두 팔은 라자냐(Rajanya: 刹利, Ksatriya)가 되었으며, 그의 두 넓적 다리는 바이샤(吠舍, Vaisya)가 되었고, 그의 발에서는 수드라(首陀羅, Sudra)가 생겨났다고 하였다.
14) 팔리어로는 cattoronva 이며, 인도사회의 네 가지 신분계급을 말함. 첫째는 바라문(婆羅門)으로서 제사 등을 주관하여 담당하는 사제(司祭) 또는 승려 계급을 말하고, 둘째는 찰제리(刹帝利)로서 국왕과 무사(武士) 계급을 말하며, 셋째는 폐사(吠舍)로서 일반 농사를 짓거나 목축·공예·장사 등의 생업에 전념하는 평민 계급을 말하고, 넷째는 수다라(首陀羅)로서 최하층의 천민·노예 계급을 말함.
15) 팔리어로는 araht이며, 아라한(阿羅漢, arahant)의 구역 표현임. 한역하여 응공(應供)이라 하며, 여기서의 표현은 바라문 무리들에게 존경과 공양을 받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다.
549. 가리경(迦梨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마하 가전연은 아반제국(阿槃提國)16) 구라라타(拘羅羅咤)정사에 있었다.
존자 마하 가전연은 이른 아침에 옷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 구라라타 정사에 들어가 차례로 밥을 빌다가, 가리가(迦梨迦) 우바이(優婆夷) 집에 이르렀다.17) 그 때 우바이는 존자 마하 가전연을 보자, 곧 자리를 펴고 앉기를 청한 뒤에, 앞으로 나와 존자 마하 가전연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앉아, 그에게 말했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 가운데 승기다(僧耆多) 처녀의 물음에 대답해 주신 말씀과 같습니다. 세존께서 승기다 처녀의 물음에 대답하신 게송대로 한다면 이렇습니다.
진실한 이치 마음에 두고
지극히 고요하여 어지럽지 않나니
사랑스럽고 단정한 모습
모든 용맹으로써 항복 받았네.
혼자 한마음으로 고요히 생각하면서
선정의 묘한 즐거움 맛보나니
이것은 곧 모든 세간의
온갖 사람들을 멀리 떠난 것으로
세간의 온갖 사람들
나와 가까이 친할 이 없네.
존자 마하 가전연이시여, 세존의 이 게송은 어떠한 뜻을 가지고 있습니까?
존자 마하 가전연이 그 우바이에게 말했다.
누이여, 어떤 사문 바라문은 '일체는 땅이라고 관찰하는 삼매[地一切入處正受]18)가 위없는 것이므로 그 과(果)를 구한다'라고 말하오. 누이여, 만일 사문 바라문이 일체는 땅이라고 관찰하는 삼매에 들어 청정하고 깨끗하게 되면, 그는 곧 그 근본[本]을 보고 재앙[患]을 보며, 소멸[滅]을 보고 소멸에 이르는 길[滅道跡]을 볼 것이오. 그리고 그 근본을 보고 재앙을 보며, 소멸을 보고 소멸에 이르는 길을 봄으로써, 진실한 이치를 마음에 두고 지극히 고요하여 어지럽지 않을 것이오.
누이여, 이와 같이 일체는 물이라고 관찰하는 것[水一切入處]·일체는 불이라고 관찰하는 것[火一切入處]·일체는 바람이라고 관찰하는 것[風一切入處]·일체는 파랗다고 관찰하는 것[靑一切入處]·일체는 노랗다고 관찰하는 것[黃一切入處]·일체는 빨갛다고 관찰하는 것[赤一切入處]·일체는 하얗다고 관찰하는 것[白一切入處]·일체는 허공이라고 관찰하는 것[空一切入處]·일체는 의식이라고 관찰하는 것[識一切入處]을 위없는 것이라 여기고 그 과(果)를 구하오.
누이여, 어떤 사문 바라문이……(내지)……일체는 의식이라고 관찰하는 삼매[識處一切入處正受]에 들어 청정하고 깨끗하게 되면, 그는 근본을 보고 재앙을 보며 소멸을 보고 소멸에 이르는 길을 볼 것이오. 그리고 근본을 보고 재앙을 보며 소멸을 보고 소멸에 이르는 길을 봄으로써, 진실한 이치를 마음에 두고 지극히 고요하여 어지럽지 않아, 잘 보고 잘 들어갈 것이오. 그러므로 세존께서 승기다 처녀의 물음에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대답한 것이오.
진실한 이치 마음에 두고
지극히 고요하여 어지럽지 않나니
사랑스럽고 단정한 모습
모든 용맹으로써 항복 받았네.
혼자 한마음으로 고요히 생각하면서
선정의 묘한 즐거움 맛보나니
이것은 곧 모든 세간의
온갖 사람들을 멀리 떠난 것으로
세간의 온갖 사람들
나와 가까이 친할 이 없네.
누이여, 나는 세존께서 이런 뜻으로 이러한 게송을 말씀하셨을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소.
그 우바이가 말했다.
훌륭하십니다. 존자께서는 진실한 이치를 말씀하셨습니다. 원컨대 존자께서는 제가 청하는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
그 때 존자 마하 가전연은 잠자코 그 청을 받아들였다.
그 때 가리가 우바이는 존자 마하 가전연이 청을 받아들인 것을 알고, 곧 갖가지 깨끗하고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여, 공경하고 존중하며 자기 손으로 음식을 바쳤다.
그 때 우바이는 존자 마하 가전연이 공양을 마치고, 발우를 씻고 손을 씻은 줄 알고 나서, 낮은 자리를 펴고 존자 마하 가전연 앞에서 공손하게 법을 들었다. 존자 마하 가전연은 가리가 우바이를 위해 갖가지로 설법해 가르쳐 보이고 기뻐하게 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
16) 부처님 재세시 인도 16대국 가운데 하나로, 인도 서쪽에 위치해 있었다.
17) 팔리본에는 가리(迦梨) 우바이가 존자 마하 가전연의 처소로 찾아간 것으로 되어 있다.
18) 10일체처(一切處) 가운데 하나. 10일체처는 10변처(遍處)라고도 하며, 삼계(三界)의 번뇌를 멀리 여의게 하는 일종의 선관(禪觀). 땅[地]·물[水]·불[火]·바람[風]·청(靑)·황(黃)·적(赤)·백(白)·공(空)·식(識)의 열 가지 관법으로 무변무이(無邊無二)의 관법을 이룸. 삼계가 이런 열 가지 가운데 한 가지에 변만(遍滿)되어 있다고 관하며, 이렇게 순차적으로 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