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릉록] 보리심(菩提心)
云, 若如此, 何處是菩提
운, 약여차, 하처시보리
배휴가 여쭙기를,
만약 그렇다면
깨달음은 어디에 있습니까?
師云, 菩提無是處, 佛亦不得菩提, 衆生亦不失菩提,
사운, 보리무시처, 불역부득보리, 중생역불실보리
선사께서 이르시길,
깨달음에는 일정한 처소가 없다.
부처라 해서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니며,
중생이라 해서 깨달음을 잃는 것도 아니다.
不可以身得, 不可以心求, 一切衆生即菩提相,
불가이신득, 불가이심구, 일체중생즉보리상
깨달음은 몸으로 얻지 못하며,
마음으로도 구할 수 없는 것이니,
일체 중생이 그대로 깨달음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云, 如何發菩提心
운, 여하발보리심
여쭈길,
그러면 어떻게 보리심을 발합니까?
師云, 菩提無所得, 爾今但發無所得心, 決定不得一法, 即菩提心
사운, 보리무소득, 이금단발무소득심, 결정부득일법,즉보리심,
대사께서 이르시길,
보리는 얻을 것이 없다.
그대가 지금 다만 얻을 것이 없다는 마음만 내라.
결정코 한 법도 얻을 수 없다면,
즉시 보리심이다.
菩提無住處, 是故無有得者,
보리무주처, 시고무유득자
보리는 머물 자리가 없기에,
얻을 그 무엇도 없다.
師云, 我於然燈佛, 所無有少法可得, 佛即與我授記
사운, 아어연등불, 소무유소법가득, 불즉여아수기,
그러므로 말씀하시길,
'내가 연등불의 처소에 있을 때
조금도 얻을 법이 없었기에,
연등불께서 나에게 수기하셨다'고 하신 것이다.
明知一切衆生本是菩提, 不應更得菩提
명지일체중생본시보리, 불응갱득보리
일체 중생이 본래 보리임을 분명히 알아서,
마땅히 다시 보리를 얻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
爾今聞發菩提心, 將謂一箇心學取佛去, 唯擬作佛,
이금문발보리심, 장위일개심학취불거, 유의작불,
그대는 지금 보리심을 내야 한다는 말을 듣고,
하나의 마음을 일으켜 불법을 배워서
오직 부처가 되려고 생각하고 있다.
任爾三秪劫修, 亦秪得箇報化佛,
임이삼지겁수, 역지득개보화불,
그대가 삼아승지겁을 수행에 임하더라도
역시 단지 보신불과 화신불 뿐이다.
與爾本源眞性佛, 有何交涉
여이본원진성불, 유하교섭
그것은 그대의 본원진성불(本源眞性佛)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故云, 外求有相佛, 與汝不相似
고운, 외구유상불, 여여불상사
그러므로 이르시길,
'밖에서 구하는 상(相)이 있는 부처는
그대의 본래 모습과 닮지 않았다'고 하였다.
-황벽 선사의 <완릉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