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 가르침/현대선지식들법문

진제선사 성담사 선림선원 결제법문

무한진인 2021. 4. 14. 00:03

(상당(上堂)하시어 주장자를 들어 대중에게 보이시고)

사람을 죽이는 칼(殺人刀)과 살리는 검(活人刀)은 옛적부터 내려오는 진리의 법규(法規)이니, 

이것은 일동 종사가(宗師家)의 요긴한 기틀이다.

여기에 이르러서 죽이고(殺) 살리는(活) 온전한 기틀을 크게 쓰는(全機大用) 수완을 갖추어야, 

최고의 일구(一句) 진리에 상응(相應)하는 분이리라.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심인법(心印法)은 가섭존자로 이어지고 이후 제28조 달마조사께서 중국으로 전하신 후 육조혜능선사 이후에 선(禪)의 황금시대를 구가(謳歌)하며 중국천하를 떨쳤으며, 그후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로 전해졌다. 세월이 흘러 그 심인법이 지금은 오직 한국에만 면면히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시대의 조류가 변함에 따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가 절집 안에도 범람하게 되어 기한발도심(飢寒發道心)과는 멀어지고 부처님의 심인법은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에 직면(直面)하게 되었다.

이곳 성담사(聖潭寺) 선림선원(禪林禪院)은 옛조사 스님의 수행가풍을 복원하여 불조(佛祖)의 혜명(慧明)을 잇는 눈 밝은 안목자를 우후죽순으로 길러내는 선불장(選佛場)이 될 것이다. 

 

중국 당(唐)나라 시대의 대선지식(大善知識)이셨던 마조(馬祖) 선사의 문하에서는 84인의 뛰어난 법제자가 배출되었다. 그래서 역대 선지식들께서 이구동성으로, 마조선사를 부처님 이후 가장 위대한 도인(道人)이라고 평(評)하셨다. 하루는 마조선사께서 편찮으셔서 원주(院主)가 아침에 문안(問安)을 드리며, 

"밤새 존후(尊候)가 어떠하십니까?"하니,

마조선사께서 "일면불(日面佛) 월면불(月面佛)이니라."라고 말씀하셨다. 

과거에 일면불(日面佛) 부처님과 월면불(月面佛) 부처님이 계셨다. 

일면불은 천 팔백세까지 장수하는 부처님이고, 월면불은 일일일야(一日一夜) 수명(壽命)의 단명한 부처님이다. 

 

"밤새 존후가 어떠하십니까?" 하는데 왜 이 두분 부처님 명호(名號)를 들먹이셨을까? 

마조선사의 이 '일면불 월면불(日面佛 月面佛)은 알기가 가장 어려운 고준(高峻)한 법문(法門)이다.

이 한마디에는 마조대선사의 전(全) 살림살이가 들어 있다. 

그러므로 마조선사를 알고자 한다면 이 법문을 알아야만 한다. 

역대의 대선지식들께서도 이것에 대해 말씀하시기를, 

"일면불,월면불', 이 공안(公安)을 바로 알아야만 일대사(逸大事)를 마친다"고 하셨다. 

 

산승(山僧)도 이 법문을 가지고 5년 동안이나 씨름했고, 운문선사의 아손(兒孫)인 송나라의 설두(雪竇)선사께서도 다른 모든 법문에는 확연명백(廓然明白)했으나, 여기에 막혀 20년을 신고(辛苦)하셨던 법문이다. 

설두(雪竇)선사께서 20년 만에 '일면불 월면불'을 깨치고 게송(偈頌)하시기를,

 

日面佛月面佛(일면불월면불) 

五帝三皇是何物(오제삼황시하물)

二十年來曾辛苦(이십년래증신고)

爲君畿下蒼龍窟(위군기하창룡굴)

屈堪述(굴감술)하노니 明眼納僧(명안납승)도

莫輕忽(막경홀)하라.

 

일면불월면불이여 !

오제삼황이 이 무슨 물건인고.

20년간 신고함에 

그대를 위해 몇 번이나 창룡굴에 내려갔던가.

간곡히 말하노니 눈 밝은 납승도 소홀이 하지 말라. 

 

또한 중국 선종오가(禪宗五家)의 하나인 운문종(雲門宗)의 개창조(開創祖)인 운문(雲門)선사께서 세연(世緣)이 다해가니, 대중에게 세 가지 법문을 내리셨다. 

첫번째, 어떤 것이 진리의 도(道)인가?

두번째, 어떤 것이 제바종(提婆宗)인가?

가나제바(迦那提婆)존자는 부처님 심인법(心印法) 제14조 법손(法孫)인 용수보살의 제자로서, 당시 인도의 96종의 외도(外道)를 조복(調伏)받아 제바종의 종지(宗旨)를 크게 드날렸다. 

세번째, 어떤 것이 진리의 보검인가? 

 

이 세 법문을 대중(大衆)에게 제시하니, 

파릉(巴陵)스님이 멋진 답을 하심이라.

첫 번째, 어떤 것이 진리의 도(道)인가?

"눈 밝은 이가 깊은 우물에 떨어졌습니다."

두 번째, 어떤 것이 제바종인가?

"은쟁반에 흰눈이 소복했습니다. "

세 번째, 어떤 것이 진리(眞理)의 보검인가?

"산호나무 가지 가지에 달이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운문선사께서 파릉스님의 답에 크게 칭찬하시면서, 

"내가 열반에 든 후, 기일(忌日)에 갖가지 음식을 차리지 말고 항상 이 세 마디 법문을 들려다오." 라고 하셨다. 

이 세 마디 법문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49년간 설(說)하신 팔만대장경을 뛰어 넘는 것이다. 

마조선사의 일면불월면불과 운문선사의 삼전어(三傳語)를 알아야만 부처님의 살림살이를 아는 것이고,

진리(眞理)를 천추만대(千秋萬代)에 전하는 저력(底力)을 갖추어 모든 부처님과 역대 조사(祖師)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고, 인간세계와 천상세계에서 진리의 지도자가 될 수 있음이라. 

 

이 법문을 알아오는 이가 있으면 산승(山僧)이 이 주장자를 두 손으로 전해줄 것이라. 

노력하고 또 노력할지어다.

대중은 설두스님을 알겠는가? 

(묵묵히 계시다가 이르시길)

'一面佛月面佛(일면불월면불)

五帝三皇是何物(오제삼황시하물)

超出千聖頂額上(초출천성정액상)

天上人間能幾幾(천상인간능기기)

 

'일면불 월면불이여

'오제삼황이 이 무슨 물건이고'라고 하셨으니

설두는 일천성인의 이마를 뛰어넘음이라.

천상과 인간에 이와 같은 안목을 갖춘 이가 몇이리오!

 

(주장자로 법상을 한 번 치고 하좌하시자.)

 

출처 : 불교신문 (2021년 4월6일자, 종이신문 제366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