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 가르침/초기선종법문

영가 현각 선사의 지관(止觀) 법문(16)

무한진인 2021. 3. 8. 22:17

2) 여섯 가지 가려냄 (六料簡)

 

[본문]

그 다음 일념상응의 때에 모름지기 여섯 종류의 가려냄을 알아야 하니,

첫째는 병을 알고, 둘째는 약을 알고, 셋째는 다스림(對治)을 알고,

넷째는 지나침(過)의 발생을 알고, 다섯째는 옳음(是)과 그름(非)을 알고

여섯째는 주됨(正)과 보조(助)를 아는 것이다. 

[해설]

일념상응이 이루어질 때 그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여섯 가지 일들을 잘 관찰하여 제대로 판가름해야 한다. 

①무엇이 알고, ② 무엇이 약인줄 알아야 하며 ③ 약이 병을 다스림을 알되 ④ 약이 지나치면 부작용이 생김도 알아야 한다. 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별하고 ⑥ 무엇이 주이고 무엇이 보조인지도 구분하여 알아야 한다. 

 

(1) 병을 앎 : 연려, 혼미

[본문]

첫째로 병이라는 것에는 

① 연려(緣慮)는 선념(善念)과 악념(惡念) 두 가지 념이다. (둘이) 비록 다르지만 모두 해탈이 아니기 때문에 함께 묶어서 '연려'라고 이름한다. 

② 무기(無記)는 비록 선이나 악 등의 일을 반연하지 않으나 모두 진심이 아니고 단지 혼미함에 머무는 것일 뿐이다. 이 두 가지를 병이라고 이름한다. 

[해설]

수행 내지 해탈을 방해하는 마음의 병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① 하나는 대상을 좇아 반연하는 생각인데, 선한 생각이든 악한 생각이든 모두 대상을 좇아가는 산만한 생각이라는 이유에서 둘 다 병이라고 한다. 

② 다른 하나는 선이나 악 등 대상을 좇아 생각하지는 않되 무기 상태에 있는 것이다. 참된 마음으로 성성하게 깨어 있지 않고 혼미에 빠져 있기에 병이라고 한다. 이 두 가지가 모두 병이다. 

행정은 "병은 3성을 말하니, 숱한 겁에 걸쳐 여기에 있다 " 라고 설명한다. 

선, 악,무기, 3성이 모두 병이라는 말이다. 

 

(2) 약을 앎 :적적, 성성

[본문]

둘째로 약이라는 것에도 또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고요함(寂寂)이고, 다른 하나는 깨어있음(惺惺)이다.

①적적(寂寂)은 외적 경계의 선이나 악 등의 일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고, 

②성성(惺惺)은 혼주나 무기 등의 모양을 내지 않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약이라고 이름한다. 

[해설]

병에 상응해서 그 병을 치료해 주는 수단이 약이다. 

① 대상을 좇는 연려에 대해서는 더 이상 대상을 좇지 않고 고요하게 머무는 적적(寂寂)이 약이며 

② 깨어 있지 못하고 혼미한 무기에 대하여는 분명하게 깨어있는 성성(惺惺)이 약이다. 

적적(寂寂)은 바깥에서 주어지는 대상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고, 

성성(惺惺)은 잠자는 듯한 혼미의 상태에 빠져들지 않고 깨어 있는 것이다. 

행정은 "약의 공능을 세워서 중병을 다스린다."고 말한다. 약으로써 병을 치료한다는 말이다. 

대상을 반연하여 번다하고 산만한 생각은 적적으로 다스리고, 

분명하지 못하고 혼매한 무기의 생각은 성성으로 다스린다. 

 

(3) 다스림을 앎

[본문]

셋째로 다스림(對治)이라는 것은 적적으로 연려를 다스리고 성성으로 혼주를 다스리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약을 써서 두 가지 병을 타파하므로 대치라고 이름한다. 

[해설]

약으로써 병을 이겨내고 치료하는 것을 다스림, 즉 '대치(對治);라고 한다. 

적적(寂寂)의 약은 연려의 병을 대치하고, 성성(惺惺)의 약은 무기의 병을 대치한다. 

행정은 "약으로 병을 파하면, 병이 사라진다"고 설명한다. 

파한다는 것은 파괴하여 허물어 없앤다는 것으로 병을 다스려 극복함을 뜻한다. 

 

(4) 자나침의 발생을 앎

[본문]

넷째로 과(過)의 발생이라는 것은 적적(寂寂)이 오래되면 혼주가 생기고 성성(惺惺)이 오래되면 연려가 생기는 것이다. 약으로 인해 병이 일어나므로 '지나침의 발생'이라고 말한다. 

[해설]

병을 치료하기 위해 약이 있고, 약을 통해 병이 치유된다. 약은 오직 병을 다스리기 위해 있는 것이므로, 병이 다하면 약도 자기 할일을 다한 것이니 버려져야 한다. 

만일 약이 병을 대치하는 것을 넘어 지나치게 되면, 다시 약이 병을 일으키게 된다; 

연료를 치료하는 적적의 약이 지나치면 그 적적함이 넘쳐 혼미함에 빠지게 되고,

혼미를 치료하는 성성의 약이 지나치면 그 성성함이 넘쳐 다시 연려에 빠지게 된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약을 쓰는데, 약이 오히려 병이 되어버리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행정은 "능히 깨뜨리는 것이 뒤집혀서 소(所)가 되어, 능파가 도로 소파와 같아진다 "고 설명한다.

깨뜨리는 능이 뒤집혀 소가 되는 것은 곧 능(약)이 오히려 깨뜨려져야 할 것(소파=병)이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약이 지나쳐 오히려 병이 된다는 것이다.  

 

(5) 옳음과 그름을 앎

[본문]

다섯째로 '옳고 그름'(是非)을 안다는 것은 

①적적하되 성성하지 않으면 이것이 바로 혼주(昏住)이고 

②성성하되 적적하지 않으면 이것이 바로 연려(緣慮)이며,

③성성하지도 않고 적적하지도 않으면 이것이 바로 연려일 뿐 아니라 

혼미에 들어가 머무는 것이고,

④적적하기도 하고 성성하기도 하여 단지 역력할 뿐 아니라 적적하기도 하면 

이것이 바로 근원이 돌아간 묘성(妙性)이라는 것이다. 

이 네 개의 구 중 앞의 세 구는 그르고 뒤의 한 구는 옳으므로 (이것을) 시비를 아는 것이라 한다. 

[해설]

연려와 혼주는 병이므로 각각 적적과 성성으로 치유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 두 병을 치유하는 두 가지 약인 적적과 성성 또한 둘 다 지나침이 없이 적절하게 수행되어야 한다. 

① 적적이 지나쳐서 성성이 약화되면 혼주의 적적불성성이 되고,

②성성이 지나쳐서 적적이 약화되면 연려인 성성부적적이 된다. 

③그렇다고 성성도 없고 적적도 없으면 혼미한 상태에서 연려하는 부적적불성성이 된다. 

이 셋은 모두 옳지 않고 그른 것, 비(非)이다. 

④수행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적적과 성성을 모두 갖춘 적적성성이다. 

마음 본원의 성품이 본래 고요함과 성성함이기에, 

이 둘을 갖춘 적적성성을 본원으로 돌아간 묘한 성품이라고 말한다. 

이것만이 옳은 것, 시(是)이다. 

행정은 "옳은 것은 재차 도와서 성성과 적적이 서로 힘입는 것이고, 

그른 것은 서로 맞서서 혼미와 산란이 서로 대립하는 것이다. " 라고 말한다. 

적적과 성성이 서로 의지하면서 서로 힘을 보태주는 것이 적적성성의 옳음이고, 

적적과 성성이 서로 맞서서 상대를 약화시켜 결국 혼미나 산만으로 빠져버리고 마는 것이 세 가지 그른 것이다. 

 

                                                -한자경 지음 <선종영가집 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