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 가르침/현대선지식들법문

영가 현각 선사의 지관(止觀) 법문(15)

무한진인 2021. 2. 10. 22:06

3. 입문자의 수행 

 

[해설]

허망한 생각, 망념이 일어나지 않는 그 초심처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능소분별 사려분별 하지 않고 생각을 끊는다는 것은 말은 간단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생각을 끊게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생각이니, 자기 모순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는 이미 의식의 망분별과 망집착을 따라 만들어진 세계 속에 태어나 그 안에서 생각의 흐름을 따라 살고 있다. 이 망상의 세계 속에서의 어떤 노력이 우리를 이 세계 밖으로 끌어 낼 수 있겠는가? 

늪에 빠진 자가 스스로 자기 머리를 위로 잡아 당긴들 한 치라도 위로 올라 설수 있겠는가? 

그만큼 념념상속의 흐름 속에 사는 우리가 그 흐름을 벗어나 바깥으로 나간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수행을 처음 시작하면서 생각으로 생각을 끊어야 하는 이 난관을 어떻게 뚫고 나갈 수 있는가?

이하에서는 수행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닦아야 할 것들을 논한다. 

 

 

1) 5념(念)을 앎 : 고기념, 관습념,접속념, 별생념, 즉정념

 

[본문]

그 다음 처음으로 마음을 닦는 사람은 입문 후에 모름지기 5념(念)을 알아야 한다. 

첫째는 '일부러 일으킨 생각'(고기념), 

둘째는 '습에 따라 일어난 생각(관습념),

셋째는 '이어지는 생각'(접속념),

넷째는 '특별하게 일어난 생각'(별생념),

다섯째는 '고요하게 하는 생각(즉정념). 이다. 

[해설]

마음 닦는 수행을 시작한 사람은 우선 자신의 마음 안에서 생각이 일어날 때 그 일어남에 주목함으로써 그것이 어떤 념(念)인지를 알아차려야 한다. 

념은 그것이 어떻게 해서 일어나게 되었는가에 따라 위와 같은 다섯 가지로 분류된다. 

 

[본문]

① 고기념은 마음을 일으켜 세간의 5욕이나 잡다한 선 등의 일을 사유하는 것이다. 

② 관습념은 마음이 일부러 기억하는 것은 없되 홀연히 선, 악 등의 일을 사유하는 것이다. 

③ 접속념은 관습이 홀연히 일어나 마음이 달려 나가 흩어짐을 알되 제지하지 않아 다시 앞의 념(念)을 이어 사유가 머물지 않는 것이다. 

④ 별생념은 전념이 산란함을 자각하여 알아서 참괴하고 후회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다. 

⑤ 즉정념은 처음 앉을 때 다시는 세간의 선,악과 무기 등의 일을 사유하지 않고 이에 즉해 공부하기 때문에 '고요함에 즉함'이라고 부른다. 

[해설]

① 세간에서의 선하거나 악한 일 또는 무기의 일에 대해 의도적으로 떠올린 생각이 고기념이고,

② 수행을 위해 일부러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습에 의해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관습념이다. 

③ 결국 떠오른 생각이 앞의 생각을 이어 나감으로써 념념상속을 이루는 생각이 접속념이고, 

④반대로 앞의 생각이 산란함을 알아차려 후회하는 생각이 발생념이다. 

⑤ 아예 처음부터 세간의 선악이나 무기의 일을 생각하지 않으려는 생각이 즉정념이다. 

행정은 "앞의 네 가지 념은 산란하여 각각 반연하는 념이지만, 뒤의 한 가지 념은 그쳐서 함께 고요하여 능히 앞의 네 가지를 그치게 함으로 '공부함(作功)이라고 한다." 고 설명한다. 

앞의 네 가지는 모두 산란한 생각이며, 마지막 즉정념은 그러한 산란한 생각을 멈추어 고요하게 만드는 공부하는 마음이다. 

 

[본문]

관습념은 처음 공부하는 자에게 많고, 접속념과 고기념 두 가지 념은 게으른 자에게 있고, 별생념은 참괴하는 자에게 많고, 즉정념은 정진하는 자에게 있다. 

[해설]

우리는 일상에서 의도적으로 세간의 선, 악,무기에 대한 생각(고기념)을 일으키거나 또는 이미 하고 있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생각(집속념)을 계속해 나간다. 

수행의 장에서 보면 이런 사람들은 하던 일을 기계적으로 계속하는 게으른 자에 속한다. 

반면 처음 공부하는 자는 더 이상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관습을 이기지 못해 자기도 모르게 그런 생각(관습념)이 일어난다. 

공부과정에 있기에 산란한 념이 일어나면 곧 그것을 부끄러워하는 생각(별생념)을 일으켜 후회하는 사람은 참괴하는 자이다. 진정으로 마음공부에 정진하고 있는 자는 일체의 생각을 따르지 않고 오히려 멈추게 하는 생각(즉정념)을 한다. 

행정은 "법을 가지고 사람에 나아가 그 기량을 따랐다."라고 말한다. 법에 따라서 각각의 념이 어떤 기량의 사람들에게 주로 일어나는지를 밝혔다는 뜻이다. 

 

[본문]

관습념과 접속념과 고기념과 별생념의 네 가지 념은 병이고, 즉정념 한 념은 약이다. 

비록 약과 병이 다르지만 모두 묶어서 함께 '념(念)'이라고 이름한다. 

[해설]

다섯 가지 생각 중 앞의 네  가지 생각은 수행에서 극복되어야 할 생각들이다. 그러므로 이를 병이라고 한다. 

그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생각이 바로 다섯번째의 즉정념이다. 그러므로 이 생각을 병을 대치하는 약이라고 부른다. 약은 병과 구분되지만, 병이 있어 병을 치유하는 한에서만 약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결국 약과 병은 동일차원의 것이기에 함께 념이라고 부른다. 

즉정념은 망념의 병을 치유하는 약이지만, 그것 또한 내가 일으킨 념이기에 궁극적으로는 함께 버려져야 할 념에 불과하다. 

행정은 "즉정념은 바르게 머물러 공부하는 것이지만, 아직 '5온의 감정'을 벗어나지 못했기에 함께 념이라고 이름한다."고 말한다. 즉정념은 산만한 생각을 멈추어 고요하게 하는 생각이므로 병을 고치는 약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아직 5온 중생이 일으키는 자타분별, 동정분별 등 허망분별을 넘어서지 못하기에 결국은 극복되어야 할 념에 속한다는 것이다. 

 

[본문]

이 5념의 멈춤을 얻는 때를 "일념상응(一念相應)'이라고 이름한다. 

일념이라는 것은 영지(靈知)의 자성이다. 

[해설]

5념이 모두 멈추어 무념이 된 상태를 '일념상응'이라고 한다. 

일념상응은 약과 병이 다 함께 멈추어 사라져서 아무 생각도 일어나지 않는 절대 마음 상태이다. 

5념이 모두 사라져 적적하되 마음으로서의 각성을 지녀 성성하게 깨어 있는 적적성성의 영지가 바로 일념상응이다. 일념상응의 일념은 어떤 특정한 하나의 생각이 그것 아닌 다른 생각과 구분되는 그런 분별적 생각이 아니라, 마음 전체가 하나의 마음으로 깨어 있는 상태이다. 즉 다른 념들과 구분되는 하나의 념이 아니라, 일체 념을 모두 포괄하는 무변의 전체 념인 것이다. 그러므로 일념을 적적성성한 영지의 자성이라고 말한다. 5념이 멈추어 영지와 상응하는 것을 일념상응이라고 하는 것이다. 

행정은 일념을 이렇게 설명한다. 

"5념이 모두 멈추면 일념이 현전한다. 일념은 무념이니, 무념의 일념이 곧 영지의 본원이다. 

경에서 " 마음을 멈춰 본원에 통달하므로 사문(沙門)이라고 부른다."하였다. 

일념은 한계없는 무한한 마음의 깨어 있음이기에 일념이면서 곧 무념이다. 

이 일념 내지 무념의 마음의 깨어 있음이 바로 영지이다. 

 

[본문]

그러나 5념은 일념의 가지이고, 일념은 5념의 근본이다. 

[해설]

일념은 5념이 멈추면 얻어지기에 그 둘이 서로 배타적인 대립 관계 같지만, 실제로 그 둘은 본말의 관계에 있다. 

즉 5념은 일념으로부터 나오고, 일념은 그 5념의 근본 뿌리에 해당한다. 

행정은 "5념은 일념을 떠나서 있지 않지만, 일념은 5념에 의거하지 않고 생긴다. 묶으면 본과 말의 기다림이 되는데,응당 물과 물결이 따로 있지 않음과 같다." 고 설명한다. 

우리는 바다에 물결이 일 때 파도치는 물결모양만 보고 물을 보지 않다가 물결이 가라 앉았을 때 비로소 물을 보지만, 실제 물과 파도는 서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다. 물이 있기에 파도가 있고, 파도를 떠나서 물이 따로 없다. 

물 바깥에 물결이 따로 없고 물결 바깥에 물이 따로 없다. 그러나 물결은 물에 의거하여 생기짐나, 물이 물결에 의거하여 생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물이 본이고 물결은 말이며, 물이 뿌리고 물결은 가지다. 

그런 것처럼 5념은 일념에 의거하여 일어나지만, 일념은 5념에 앞서 그 자체로 있다.  

 

                                              -한자경 지음 <선종영가집 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