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진인 2020. 12. 21. 22:10

ㅇ. 

어떤 스님이 임제 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참부처(眞佛)이며, 참법(眞法)이며, 참도(眞道)인지,

바라옵건대 가르쳐주십시오."

"부처란 마음이 청정한 것이고

법이란 마음이 광명한 것이며

도란 어디에서나 걸림이 없는 청정함이며 광명이다. 

이 셋이 곧 하나이니,

모두가 헛 이름일 뿐, 실제로 있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도를 닦는 사람이라면 한순간 한순간도 

마음에 끊어짐이 없어야 한다."

 

ㅇ. 

"달마대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은 

다만 남에게 속지 않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였다. 

뒤에 이조 혜가를 만났는데, 혜가가 (달마스님의) 한마디 말에 곧 깨닫고

비로소 종전의 공부가 헛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註 : 달마와 혜가의 대화.

 혜가 : 스님, 저는 마음이 불안합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십시오.

 달마 : 그 불안한 마음을 가져와보라. 그러면 편안하게 해 주겠다.

 혜가 : 마음으로 마음을 구하였으나 마음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달마 : 찾을 수 있다면 어찌 그것이 그대의 마음이겠는가? (내마음은 찾고 얻을 대상물이 아니다.그냥 있다)

        나는 벌써 그대에게 마음의 평안을 주었다. 

 혜가 : 그 가르침을 문자로 기록할 수 있겠습니까? 

 달마 : 나의 법은 마음으로써 마음에 전하는 것이다. 

        문자를 쓰지 않는다. ]

 

ㅇ. 

"산승의 지금 견해로는 조사와 부처는 다르지 않다.

제일구에서 깨달으면 조사나 부처의 스승이 된다.

제이구에서 깨달으면 인간과 천상의 스승이 된다. 

제삼구에서 깨달으면 자기 자신마저도 구제하지 못한다. "

 

ㅇ.

어떤 스님이 임제스님에게 물었다. 

"달마대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

"뜻이 있었다면 자기 자신도 구제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미 뜻이 없었다면 2조께서 어떻게 법을 얻었겠습니까?"

"얻었다는 것은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미 얻지 못했다면 어떤 것이 얻지 못했다는 것입니까?"

"그대들은 모든 곳을 향하여 치달려 구하는 마음을 쉬지 못하므로

달마조사께서 말씀하시기를, 

'슬프다, 장부들이여! 머리에 또 머리를 찾는구나' 하신 것이다. 

그대들은 이 말끝에서 스스로 되돌아 보아라. 

더 이상 다른 데서 찾지 말고

이 몸과 마음이 조사나 부처와 다르지 않음을 알아서

당장에 아무 일 없으면 비로소 법을 얻었다고 하는 것이다." 

 

ㅇ.

"큰스님들이여!

산승이 오늘 부득이 쓸데없는 잔소리를 많이 하고 있다.

그대들은 착각하지 마라.

내가 보기에는 실로 이처럼 허다한 도리는 없다. 

작용하게 되면 곧바로 작용하고, 작용하지 않으면 곧바로 쉰다. "

 

"제방에서는 육도만행을 부처님의 법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것을 장엄하는 일이고, 불사(佛事)이지 불법은 아니라고 말한다.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계행을 지키며

기름이 가득 찬 그릇을 들고 가는 것처럼 살피며 조심스럽게 행동하더라도

도를 보는 안목이 밝지 못하면 모두가 빚을 갚지 않을수 없으니

밥값을 치를 날이 있을 것이다. 어째서 그런가?

불도에 들어와서 이치를 통하지 못하면 

다시 태어나 신도들의 시주를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자가 81세가 되자 그의 집 나무에서 

버섯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註: 장자가 81세가 되자 그의 집에 있는 나무에서 비로소 버섯이 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 

79세 된 장자와 그의 아들이 일찍이 비구스님을 정성껏 공양하였는데, 비구가 불법을 깨닫지 못하고 죽은 뒤에 그 장자의 집에 나무 버섯으로 환생하여 그 장자가 81세가 될 때까지 계속 돋아나면서 공양받을 빚을 갚았다는 사연이다. 제15조 가나제급 존자가 인도의 바라국을 찾았을 때 만났던 장자의 이야기다.중국의 장자 이야기가 아님]

 

ㅇ.

"높은 산봉우리에 혼자 머물며 아침 한끼만 공양을 하고

눕지도 않고 밤낮으로 도를 닦는다 하여도 모두 다 업을 짓는 일이다. 

머리와 눈과 골수를 보시하고 나라와 처자를 보시하고 

코끼리와 말 등 일곱 가지 값진 보물들을 아낌없이 보시하더라도 

이 같은 견해는 모두가 몸과 마음을 괴롭히기 때문에 

괴로운 과보를 다시 불러온다.

차라리 아무 일도 없이 순일무잡(純一無雜)함만 못하다.

또한 십지에 오른 보살조차도 이 도인들의 자취를 찾을 수 없다. 

그러므로 모든 천신(天神)들이 기뻐하고

지신(地神)들이 그의 발을 받들어 모시며

시방의 모든 부처님들이 칭찬하지 않는 이가 없다. 

어째서 그런가? 

지금 법문을 듣고 있는 도인은 

작용하는 그곳에는 아무런 자취가 없기 때문이다." 

[註: 도인이 법문을 듣고 있는 그 자리에서는 어떤 상(相)도 취하거나 머무르지 않으므로,

청정하고 무형상이므로 아무런 자취가 없다.] 

 

                                                   -임제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