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스님의 경책(14)
ㅇ.
오늘날 공부하는 이들이 깨닫지 못하는 것은
이름과 문자에 사로잡혀 이해하려 하기 때문이다.
두꺼운 공책에다가 죽은 노인들의 말들을 베껴써서
세 겹 다섯 겹 보자기에 싸서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하고
그것을 현묘한 이치라 하며 보호하고 중히 여기니
이는 큰 착각이다.
눈멀고 어리석은 사람들이여!
그대들은 깡마른 뼈다귀에서 어찌 국물을 찾고 있는가?
ㅇ.
좋고 나쁜 것도 모르는 어떤 무리들은
경전의 가르침에서 자기 나름대로 의미를 찾아내 이리저리 헤아리니
이것은 마치 똥 덩어리를 입속에 넣었다가
다시 뱉어서 다른 사람에게 먹여주는 것과 같고,
또 세속인들이 술자리에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놀이 같으니
일생 헛살았도다.
그러면서 '나는 출가한 사람이다'라고 말하지만
불법에 대해서 질문 받으면 입을 꾹 다물고 한마디도 못한다.
멍하니 쳐다보는 눈은 캄캄한 검은 굴뚝같고
입에다 나무 막대기를 걸친 것 같구나.
이 같은 무리들은 미륵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시더라도
다른 세계로 쫓겨가거나 지옥에 떨어져 온갖 괴로움을 받으리라.
ㅇ.
큰스님들이여!
그대들은 바쁘게 제방을 쏘다니며 무엇을 구하느라고
발바닥이 판때기처럼 넓적해지도록 걸어 다녔는가?
부처는 구하는 게 아니고,
도는 이루는 게 아니며,
법은 얻는 게 아니다.
밖으로 형상이 있는 부처를 구하면 그대들과는 닮지 않은 것이다.
그대들의 본심을 알고자 하는가?
합해져 있지도 않고 떨어져 있지도 않다.
도를 배우는 벗들이여!
참부처는 형상이 없고
참 도는 실체가 없으며
참법은 규정됨이 없다.
이 세 가지 법이 서로 혼합되고 융화하여 하나로 화합한 것이니
이러한 이치를 알지 못한다면
허둥지둥 바쁜 업식의 바다에서 헤메는 중생이라 부른다.
-임제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