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 가르침/초기선종법문

번뇌에 즉(即)하면 보리(覺)이다.

무한진인 2020. 9. 28. 23:37

[본문] 

감선사(監禪師)가 말하였다.

"밝음에는 깨끗함과 더러움이 없고, 어두움이 마음에 있지 않다. 

마음이 법을 모르는 것을 법이 나를 묶음이라 한다. 

그러나 모든 법의 체(體)는 묶음도 없고 벗어남도 없다. 

만약 중생이 스스로 깨닫게 된 때에는 정(情)이 동(動)해도 열반이고, 

정(情)이 동(動)하지 않아도 또한 열반이다. 

깨닫지 못했을 때는 동(動)함도 열반이 아니고, 

부동(不動)함도 또한 열반이 아니다. 

아직 깨닫지 못했을 때에는 이 자심(自心)에서 망상으로 동(動)함과 고요함을 분별한다. 

깨달은 때에는 자신도 또한 있지 않은데 

누가 능히 동(動)함과 고요함을 분별하겠는가? 

깨닫지 못한 때에는 여러 법(法)을 설하여도 알지 못한다. 

깨달은 때에는 알아야 할 법이 없다. 

깨닫지 못한 때에는 깨달음과 미혹이 있으나 

깨달을 때에는 미혹할 미혹이 없고 ,

깨달을 깨달음이 없다. 

깨달음과 미혹이 없음을 이름하여 크게 깨달음이라 한다. 

[해설]

깨달을 때에는 일체의 상을 떠났고, 

각(覺) 뿐인지라 각(覺)이라는 상(相)도 없으며,

미혹이라는 법도 없다. 

 

[본문]

인(因)법사가 말하였다.

"제가(諸家)가 설하길,

'제6식(意識)은 망상이며, 마사(魔事)를 짓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본문]

삼장법사(三藏法師)가 설하였다. 

"망상이 일어난 때에 일어난 곳이 없다는 것이 바로 불가(佛家)의 법이다. 

망심으로 취하거나 버리는 것, 내지 진여 평등에 이르기까지 보살의 마음에 들어오면 모두 동일한 법성이다. 

그러나 미혹한 사람은 6식(六識)이 번뇌를 짓는다고 한다. "

삼장법사가 물었다.

"너는 6식이 어떤 것들에 의해 일어나는가?"

혹자가 답하였다.

"텅 빈 환(幻)으로부터 일어납니다."

삼장법사가 말하였다.
" 텅 빈 환(幻)이어서 아무 것도 없는데, 어떻게 번뇌를 짓는가?"

혹자가 답하였다.

"모든 것이 비록 공(空)이나 인연화합하면 바로 있게 됩니다. 

(이를) 아는 자는 성인(聖人)이고 미혹한 자는 우매한 자이며,

우매한 까닭에 고통을 받습니다. 

어찌하여 공무(空無)라고 논하여 모든 것을 물리쳐 버리겠습니까?"

삼장법사가 답하였다.

"네가 공부하여 불지(佛地)에 이르지 못하면 6식(識)이 번뇌라고 한다. 

만약 공부하여 불지에 이르게 된 때는 6식이 득도처(得道處)라고 한다. 

경에 이른다. '번뇌의 큰 바다에 들어가지 않으면 무가(無價)의 보주(寶珠)를 얻지 못한다. '

또 이른다. '중생의 류(類)가 보살 불토(佛土)이다. 

이 6식을 증험하면 바로 구경과처(究竟果處: 궁극의 불지(佛地))이다.

혹자는 미혹을 짓고 해(解)를 지으니 미혹에 즉하여 미혹이 아님을 알지 못한다. 

도리에 따라 말하건대 해(解)함이 없고 미혹이 없는데 근심이 어디에 있겠는가?"

[해설]

6식으로 인해 생사윤회에 떨어졌으되 6식에 의지하여 벗어난다. 

그 현전하는 6식에서 6식이 얻은 바 없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그래서 땅으로 인해 넘어진 자 땅에 의지하여 일어선다고 비유하였다. 

따라서 6식이 득도처가 되어 불지(佛地)에 이르는 것이다. 

또한 번뇌에서 번뇌의 얻은 바 없는 성품을 깨달아 성취하는 까닭에 

번뇌가 보리(覺)의 어머니라고 한다. 

미혹에서 미혹이 아님을 보면 바로 여래의 자리이다. 

그래서 일체상에서 그 상이 아님을 알면 바로 여래를 봄이다고 하였다. (금강경)

 

[본문]​

홍인(弘忍)선사(5祖)가 말하였다.

"자심(自心)의 이(理)를 알건대 깊고 얕음이 없고, 움직임과 고요함이 모두 도에 합치되며, 

얻고 잃음의 자리를 볼 수 없다. 

그런데 미혹한 자는 공에 미혹하고, 유에 미혹하여 

억지로 더러운 지견을 내어 마음으로 마음을 제어하여 번뇌를 끊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자는 영원히 고해에 빠져 항상 생사를 받게 된다." 

 

[본문]

혜가(慧可)선사(2祖)가 말하였다. 

"범부는 알지 못하는 까닭에 과거가 지금과 다르고, 지금이 과거와 다르다고 한다. 

또 이르길, 사대(四大)를 떠나서 따로 법신이 있다고 한다. 

알게 된 때에는 지금의 5음(陰)이 원만하고 청정한 열반이며, 

이 몸과 마음에 만행(萬行)을 구족하고 있어 바로 대종(大宗)이라 칭한다. 

이렇게 아는 자는 번뇌의 바다에서 밝고 청정한 보주(寶珠)를 보며, 

능히 모든 중생을 밝게 비춘다. "

[해설]

당념 당처, 현전하는 경계를 떠나 진리와 법신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파도가 항상 그대로 바닷물이다. 당념 당처가 항상 무심해 있다. 

 

                                 -담림 편집, 박건주 역주 < 보리달마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