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 가르침/초기선종법문

영가현각선사의 지관(止觀)법문(9)

무한진인 2020. 9. 3. 21:51

(3) 혜(慧) : 인공혜, 법공혜,공공혜

 

[본문] 

지혜중에 세 가지를 마땅히 구별해야 한다. 

① 첫째는 '인이 공함을 아는 지혜(人空慧)이니, 5온이 아가 아니고 5온 중에 아가 없는 것이 마치 거북의 털이나 토끼의 뿔이 없는 것과 같음을 아는 것이다.

② 둘째는 '법이 공함을 아는 지혜(法空慧)이니, 5온 등의 제법이 가(假)를 인연한 것이라 실재가 아닌 것이 마치 거울 속의 상이나 물속의 달이 실제가 아닌 것과 같음을 아는 것이다. 

③ 셋째는 '공이 공함을 아는 지혜'(空空慧)이니, 경(境)과 지(智)가 모두 공하고, 이 공 역시 공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慧中三應須別 ①一人空慧, 謂了陰非我, 卽陰中無我, 如龜毛兎角

②二法空慧, 謂了陰等諸法, 緣假非實, 如鏡像木月

③三空空慧, 謂了境智俱空,是空亦空

 

[해설]

불교가 지향하는 것은 단지 적적성성한 마음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선정에 입각해서 일체 존재의 실상을 꿰뚫어 아는 지혜를 얻는 것이다. 

얻어야 할 지혜는 아공과 법공의 지혜이며 그 두 공이 또한 공하다는 공공의 지혜이다. 

아공은 내가 나라고 여기는 자아가 공이라는 것이고, 법공은 내가 내 밖의 세계라고 여기는 제법이 공이라는 것이다. 자아가 공이고 제법이 공이라는 것을 철저하게 깨달아야만 아집과 법집을 떠나 집착에서 오는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아공과 법공의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설명한다. 

아와 법이 모두 공이지만, 아공의 공과 법공의 공의 의미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① 아공에서 아가 공인 것은 마치 거북의 털이나 토끼의 뿔처럼 아예 현상적으로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의 공이다. 실유가 아닐 뿐 아니라 가유도 아닌 것이다. 

②반면 법공에서 법이 공인 것은 다만 그것이 실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법은 가유로써 존재한다. 

법공의 법은 마치 거울 속의 상, 물 속의 달과 같다. 이것은 이런 저런 인연을 따라 현상적으로는 있는 것이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있는 방식이 실유로서가 아니고 가유로서 있을 뿐이기에 공이라고 하는 것이다. 

③아와 법이 공이라고할 때, 그럼 그 공은 무엇인가? 아공, 법공의 공은 있는 것인가. 아니면 없는 것인가? 

이에 대해 불교는 '공 또한 공이다.'라고 말한다. 

아와 법이 공이어서 아와 법의 실유성이 부정되는 바로 그만큼 공 또한 실유성이 없기 때문이다. 

아공, 법공의 공은 아와 법의 실유성에 대한 집착이 있는 한, 그 집착을 부정하기 위해서 공이라고 하는 것일 뿐이며, 그런 집착이 없다면 굳이 공이라고 내세울 필요가 없다. 

마치 약은 병이 있어야 약이지, 병이 없다면 약도 약으로서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불교는 아와 법의 실유성을 부정하되 반대로 공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공 또한 공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것이 아공과 법공에 이어 공공을 아는 세번째 지혜이다. 

행정은 ' 지혜라고 하는 것은 '신령한 거울(靈鑒)이 어둡지 않은 것을 의미로 삼는다"고 말했다. 

①인공혜에 대해서는 "5온의 주재가 나가 없고 너 없음을 알면 거북의 털과 같으니, 어찌 내가 있겠는가?"라고 하고, ②법공혜에 대해서는 "법의 연기가 항상 환(幻)이고 항상 공임을 요달하면, 거북의 털과는 크게 다르고 부분적으로 거울의 상과 같다'고 설명한다. ③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공혜에 대해 " 앞의 두 공을 공하게 하므로 공공이라 한다. 경(境)은 곧 '공해진 것(所空)이고, 지(智)는 곧 능히 공하게 하는 것(能空)이다. 능소가 이미 공이므로 그 공 또한 공이다. 현수법장은 '양변이 서지 않는데, 중도가 어디 있겠는가?'라고 하였다."라고 말한다.

아공과 법공을 통해 공하게 되는 소공(所空)은 곧 아와 법이며, 그렇게 공하게 하는 것(能空)은 곧 공을 깨닫는 지혜이다. 그런데 아와 법의 경이 공하다면, 그것을 공하게 하는 지혜 또한 공하니, 그것이 바로 공공이다. 

이 공공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자경 지음 < 선종영가집 강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