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 가르침/향기로운 시

[詩] 서리꽃, 표리부동,사랑의꿈, 순정,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45.

무한진인 2018. 12. 17. 20:44


   -서리꽃-

손발이 시린 날은

일기를 쓴다

무릎까지 시려오면

편지를 쓴다

부치지 못할 기인 사연을

작은 이 가슴마저

시려든 밤이면

임자 없는 한 줄의

시를 찾아 나서노라

사람아

사람아

등만 뵈는 사람아

유월에도 녹지 않는

이 마음을 어쩔래

육모 서리꽃

내 이름을 어쩔래


                  -유안진-




 


      

        -표리부동-


어젯밤 꿈에는 네가 나왔다

"잘 지내?" 라고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잘 지내"라고 서슴없이 대답할까봐

누구보다 네가 잘 지내기를 바라면서도

나는 이렇게 나쁘다

꿈 속에서도 나아지지 않는다


                           -오은-





             

      

             - 사랑의 꿈-


사랑은 항상 늦게 온다. 사랑은 생(生) 뒤에 온다.


그대는 살아 보았는가.

그대의 사랑은 사랑을 그리워 하는 사랑일 뿐이다.

만일 타인의 기쁨이 자기의 기쁨 뒤에 온다면

그리고 타인의 슬픔이 자기의 슬픔 뒤에 온다면

사랑은 항상 생 뒤에 온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생은 항상 사랑 뒤에 온다.


                                      -정현종-






                -순정-


옮겨 심으면 어김없이 죽어 버린다는 차나무나 양귀비


처음 발을 디딘 자리가 아니면 가까이 목숨까지 내어 놓는

그 결연함


우리네 순정이란 것도 그런 게 아닐까?


처음 먹었던 마음 처음 가졌던 깨끗한 그리움

생애를 두고 바꾸어 갖지 않겠노라는 다짐


그것이 아닐까?


                                     -나태주-






  -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45-


외롭다고 생각할 때일수록

혼자이기를,


말하고 싶은 말이 많을 때일수록

말을 삼가기를,


울고 싶은 생각이 깊을수록

울음을 안으로 곱게 삭이기를,


꿈꾸고 꿈꾸노니-


많은 사람들로부터 빠져나와

키 큰 미루나무 옆에 서 보고

혼자 고개 숙여 산길을 걷게 하소서.


                                  -나태주-








홀~로~

뚜~벅  뚜~벅  뚜~벅~

간 ~다~

                    - 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