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 정행품 게송(9-2)
9. 걸식하러 갈 때의 서원(9-2)
不得恭敬(부득공경)에 當願衆生(당원중생)이
不行一切(불행일체) 不善之法(불선지법)하며
공경을 받지 못할 때에는
마땅히 중생이
모든 착하지 못한 법을
행하지 않기를 원할지어다.
<해설>
탁발을 하러 마을에 들어가거나 다른 일이 있어서 세속사람들과 만나는 경우 혹은 존경을 받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빈척을 받을 때도 많다. 승려가 존경받지 못하더라도 무시당하지는 않아야 한다. 승려가 세상 사람들로부터 천시당하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승려가 무겁게 행동하면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까지도 무겁게 여길 것이다. 아무튼 불자는 중생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見懺恥人(견참치인)에 當願衆生(당원중생)이
具懺恥行(구참치행)하야 藏護諸根(장호제근)하며
부끄러워하는 사람을 볼 때에는
마땅히 중생이
부끄러워하는 행을 갖추어서
모든 근(根)을 감추고 보호하기를 원할지어다.
見無懺恥(견무참치)에 當願衆生(당원중생)이
捨離無懺(사리무참)하고 住大慈道(주대자도)하며
부끄러워함이 없는 사람을 볼 때에는
마땅히 중생이
부끄러워함이 없음을 떠나고
큰 자비의 길에 머물기를 원할지어다.
<해설>
남에게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일은 부끄럽다. 탁발을 하다 보면 베푸는 사람도 부끄러워하지만 탁발을 하는 사람도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모를 때도 있다. 부끄러운 마음이 일어나거나 그렇지 않거나 오직 중생의 문제와 연관시켜서 서원을 세우라.
若得美食(약득미식)인댄 當願衆生(당원중생)이
滿足其願(만족기원)하야 心無羨欲(심무선욕)하며
만약 좋은 음식을 얻거든
마땅히 중생이
그 원(願)을 만족해서
마음에 하고자 함이 없기를 원할지어다.
得不美食(득불미식)에 當願衆生(당원중생)이
莫不獲得(막불획득) 諸三昧味(제삼매미)하며
좋지 못한 음식을 얻었을 때에는
마땅히 중생이
모든 삼매(삼매)의 맛을
다 얻기를 원할지어다.
得柔軟食(득유연식)에 當願衆生(당원중생)이
大悲所熏(대비소훈)으로 心意柔軟(심의유연)하며
부드러운 음식을 얻었을 때에는
마땅히 중생이
큰 자비로써 훈습하여
마음이 유연하기를 원할지어다.
得麤澁食(득추삽식)에 當願衆生(당원중생)이
心無染着(심무염착)하야 絶世貪愛(절세탐애)하며
거친 음식을 얻었을 때에는
마땅히 중생이
마음에 물들고 집착함이 없어서
세속의 탐애를 끊기를 원할지어다.
<해설>
음식을 탁발하다 보면 좋은 음식을 받거나 좋지 못한 음식을 받거나 부드러운 음식을 받는 등 여러 가지 경험이 있을 수 있다. 사찰에서 지어주는 음식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음식에 차별을 두지 말고 오로지 중생의 문제와 연관시켜서 보살의 마음으로 해석해야 한다.
若飯食時(약반식시)인댄 當願衆生(당원중생)이
禪悅爲食(선열위식)하야 法喜充滿(법희충만)하며
만약 밥을 먹을 때에는
마땅히 중생이
선열(禪悅)로써 밥을 삼아서
법희(法喜)가 충만하기를 원할지어다.
<해설>
禪悅爲食(선열위식) 法喜充滿(법희충만)은 오늘날도 사찰에서 발우공양을 할 때 외우는 염불인데 그 근거가 정행품이다. 얼마나 훌륭한 가르침인가. 수행자가 음식을 먹을 때에는 먹고 있는 음식에만 맛을 들여서 정신없이 먹지 말고 부디 중생을 생각하라. 선열식도 좋고 법화충만도 좋지만 굶주리고 있는 보다 많은 가난한 사람들을 떠올려라. 지구상에 먹을 것이 없어서 굶는 사람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若受味時(약수미시)인댄 當願衆生(당원중생)이
得佛上味(득불상미)하야 甘露滿足(감로만족)하며
만약 맛을 볼 때에는
마땅히 중생이
불법의 높은 맛을 보아서
감로(甘露)가 만족하기를 원할지어다.
<해설>
불법의 높은 맛이란 스스로 해탈을 증득하고 다시 다른 사람에게 그 해탈을 맛볼 수 있도록 보살행을 실천하는 것이다. 감로란 불사(不死)의 의미다. 곧 생사를 초월한 불법을 감로법이라고도 한다.
飯食已訖(반사이흘)에 當願衆生(당원중생)이
所作皆辦(소작개판)하야 具諸佛法(구제불법)하며
밥을 다 먹고 나서는
마땅히 중생이
하는 일을 다 마치고
모든 불법을 구족하기를 원할지어다.
<해설>
사람들이 하고싶은 일을 다 마치고 불법을 구족할 것이 아니다. 불법을 증득하는 일은 만사를 제쳐 두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화엄경 공부야말로 식음을 전폐하고 이 몸과 마음을 다 바쳐서 가장 먼저 해야 하며 가장 오래 해야 할 소중한 공부다. 어지 다시 이와 같은 경사스러운 일이 있겠는가. 중생들에게도 마땅히 그렇게 되기를 소망해야 한다.
若說法時(약설법시)인댄 當願衆生(당원중생)이
得無盡辯(득무진변)하야 廣宣法要(광선법요)니라
만약 법을 설(說)할 때에는
마땅히 중생이
다함이 없는 변재를 얻어서
법요를 널리 베풀기를 원할지어다.
<해설>
설법을 할 때에 다른 중생들이 모두 다함이 없는 변재를 얻어서 법요를 널리 설하기를 간절히 발원해야 하며, 자신 중생부터 음성이 아름답고 힘이 넘치고 감미로워서 사람들이 듣기를 즐겨하도록 하면 얼마나 좋을까. 또 온갖 지식이 풍부하여 적절한 예화를 제공하고 논리마저 정연하여 그 누구도 이의를 제게할 수 없는 변재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늘 가져본다. (위의 해설은 무비스님이 한 것임)
-무비스님 <대방광화엄경 강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