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 가르침/향기로운 시

[詩] 조용한 일,꿈,이탈한 자가 문득.

무한진인 2018. 11. 15. 20:20


-조용한 일-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 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                  

                           -김사인-




      

     - - 


꿈속에서 깨진 바가지로


한강물을 한꺼번에 다 퍼냈는데도


바가지 밑으로 물 한 방울 새지 않았다.


꿈에서 깨어난 뒤 말했더니


사람들은


한강물은 일찍이 흐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신승철-








 - 이탈한 자가 문득 -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 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기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김중식-





홀~로 ~

뚜~벅  뚜 ~벅  뚜~ 벅 ~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