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기신론 공부(34-4-2)
[서광스님의 <현대심리학으로 풀어본 대승기신론> ]
[논-34 본문 해석]
(2) 외부에서 작용하는 진여 수행
용훈습은 바로 발심해서 도를 구하는 중생들을 외부에서 돕는 외적인 조건(緣)의 힘이다.
깨달음의 인연을 짓는데 필요한 외적인 조건은 무수히 많지만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차별적인 인연이고 둘째는 평등한 인연이다.
차별적인 인연은 중생이 불보살에 의해서 처음으로 발심하고 도를 구하기 시작해서 성불할 때까지 수행 도중에 불보살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그 공덕을 생각하기도 한다.
불보살은 자비로 중생을 포섭하고 받아들여서 집안 권속,부모, 친척으로 화현하기도 하고 그보다 낮은 위치에서 중생을 이롭게 하려고 심부름하는 급사의 인연으로 오기도 한다.
또 동등한 위치에서 마음 수행을 권하려고 친구의 인연으로 오기도 한다. 삶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껴서 도를 닦게 하려고 원수의 인연으로 오기도 한다. 너그럽게 베풀고 자애롭게 말하고 항상 이익을 주고 희로애락을 함께 해 주면서 깨달음으로 이끌어주기도 한다. 어떤 인연의 모습으로 오든 불보살이 하는 모든 행위는 중생으로 하여금 대자비를 익히는 힘을 일으켜서 선의 뿌리를 더욱 자라게 한다.
또, 불보살의 모습을 보거나 그 음성을 듣도록 하여 수행에 도움을 준다.
한편 중생들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무지와 번뇌의 정도에 따라서 신속하게 생사고해의 바다를 건너기도 하고, 오랜 시간의 수행을 거쳐서 비로소 깨달음에 이르기도 한다.
또 중생이 깨달음을 앞당기기 위해서 행하는 수행으로는 너그럽게 베풀거나 절도있는 행위를 통해서 도에 이르는 경우도 있고 진여를 듣고 생각하고 닦아서 도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평등한 인연은 모든 불보살이 '일체 중생이 모두 함께 생사의 세계를 건너 해탈하도록 서원'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배어지고 익혀져서 한순간도 중생을 저버리지 않는다.
불보살은 중생과 한마음이 되어 중생이 보고 듣는 정도에 맞게 깨달음을 돕니다.
부처와 한마음이 된 중생은 삼매에 의하여 모든 부처를 평등하게 볼 수 있다.
[설명]
앞에서 우리는 모두 똑같은 불성을 가지고 있지만 무지의 정도에 따라서 빨리 깨닫기도 하고 늦게 깨닫기도 한다고 했다. 또 무지의 정도에 따라서 자신의 인생을 성장하고 행복한 삶으로 만들어가기도 하고 퇴보하고 불행한 삶으로 만들어 가기도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지의 정도, 즉 내면의 정신수준과 근기에 따라서 외부로부터 오는 인연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겉으로 보여지는 외형적 조건이나 이름에 얽매이고 관념과 편견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오감각과 육식의 수준이라면 우리의 수행을 돕는 외적인 인연도 우리의 정신 수준에 맞추어서 차별적으로 온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마음이 아직 탐욕과 자아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도둑과 사기꾼을 만나서 욕심을 버리는 수행을 하기도 하고 불보살 같은 은인을 만나서 선함을 배우기도 한다. 좋은 도반을 만나서 불법에 입문하기도 하고 강도나 자기를 괴롭히는 사람들과 인연해서 교만을 버리고 겸손을 배우기도 한다. 또 훌륭한 부모나 친척을 만나서 깨달음을 얻기도 하지만 반대로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나 일찌감치 마음 수행을 시작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가운데는 이미 겉모양이나 이름에 얽매이지 않고 싫고 좋고 더럽고 깨끗하다는 분별없이 평등한 마음으로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일체가 다 마음의 소산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의식 수준에서는 얽매임이 없지만 다만 무의식 수준에서만 차별이 있다. 그와 같이 무의식 수준의 깊이에서 마음 수행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외부로부터 오는 깨달음을 도와주는 인연 또한 차별이 없이 평등하다. 그들은 삼매 중에 불보살을 만나 깨달음을 얻는다.
결론적으로 마음 수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차별연이 주는 의미는 우리의 삶에서 만나고 인연하는 모든 것들이 다. 우리의 깨달음과 성장을 돕기 위해서 오는 불보살의 화현이라는 것이다.
또 평등연은 우리가 만나는 좋고 싫은 모든 인연들이 다 깨달음을 돕는 불보살의 화현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정신적 수준이 높은 수행자들을 위한 인연이다.
그들은 이미 명예, 지위, 물질적 부와 같은 세속적 차별을 초월했기 때문에 차별적 인연을 통해서 더 이상 깨달음을 얻을 것이 없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평등하게 삼매를 통해서 불보살을 만나고 깨달음을 얻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