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 가르침/향기로운 시

[詩] 저녁 무렵, 모과

무한진인 2018. 8. 14. 10:18

-저녁무렵-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이 있다

벅찬 감동 사라진 뒤에도

부둥켜안고 가야 할 사람이 있다.

끓어오르던 체온을 식히며

고요히 눈 감기 시작하는 저녁 하늘로

쓸쓸히 날아가는 트럼펫 소리

사라진 것들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풀이란 풀 다 시들고

잎이란 잎 다 진 뒤에도

떠나야 할 길이 있고

이정표 잃은 뒤에도

찾아가야 할 땅이 있다

뜨겁던 날들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거기서부터 또 시작해야 할 사랑이 있다.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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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과-


먹지는 못하고


바라만 보다가


바라만 보며


향기만 맡다


충치처럼 꺼멓게


썩어 버리는



그런 첫사랑이


내게도 있었지.


              - 서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