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가귀감(83)
83.
설봉의 곁갈래로 현사 사비(玄沙師備), 지장계침(地藏桂琛), 법안문익(法眼文益), 천태덕소(天台德韶), 영명연수(永明延壽), 용제소수(龍濟紹修), 남대수안(南臺守安) 같은 이들이다.
[월호스님 蛇足]
현사사비 스님은 서른 살에 출가해서, 공부하는 방법을 배운 뒤 고향에 돌아가 겨우 목숨만 붙어 있을 정도로 음식을 절제했다. 그러면서 바위 밑과 산꼭때기에서 한결같이 좌선을 했다.
그래서 홀로 공부해서 깨친 바가 있었고, 또 특이한 점은 바로 <능엄경>을 보다가 크게 깨쳤다고 한다.
그 후에 설봉 스님의 법을 이은 뒤, 가르침을 폈다.
지장계침선사는 어려서 부터 채식으로 하루 한끼만 먹었다. 스무살에 출가했는데, 처음에는 계율을 숭상했지만, 이내 몸을 구속하는 것이 해탈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을 돌이켜서 참선을 시작했다. 그래서 현사 사비 회상에 가서 크게 깨쳤고, 장주의 나한원으로 옮겨 가르침을 펴서 나한 계침이라고도 한다. 그는 늘 논농사를 지으며 몸소 일했다고 한다.
법안 문익스님은 출가해서 처음에는 계율을 숭상하고 또 유교를 공부해서 시문(詩文)에 능했다고 한다. 어느 날 저장원에 가서 지장(地藏) 화상을 만났는데, 지장 화상이 질문을 했다. 뜰에 있는 돌을 가리키면서 "삼계가 오직 마음이라고 하는데, 이 돌이 그럼 마음 속에 있는가, 마음 밖에 있는가?"이렇게 물었다. 거기에 대해서 법안 문익 선사가 "마음 안에 있습니다" 이렇게 대답했다. 그랬더니 지장 화상이 "생각하는 사람이 마음 속에 돌맹이를 넣어 가지고 어떻게 다닌다는 말인가?"그 말에 대답을 못하고 등에 있던 행장을 내려놓고 가르침을 받았다. 하지만 무슨 대답을 하든지 지장 스님께서는 "불법은 그런 것이 아니다"이렇게 얘기했다. 그래서 마침내 "이제는 제가 할 말을 다 버렸고 이치도 끊었습니다." 이렇게 자기 속내를 들어내자 그때 지장 스님이 "만일 불법을 말한다면 온갖 것이 다 제대로 이루어져 있느니라." 하는 말을 듣고 크게 깨쳤다고 한다.
-월호스님의 선가귀감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