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 가르침/종범스님법문

마음의 움직임(심행)-4

무한진인 2018. 4. 21. 09:54



이 세계를 화엄에서는 무장애법계(無障碍法界)라고 합니다. 보인다고 불어나는 것이 아니고, 안보인다고 줄어드는 것이 아닙니다. 생긴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니고, 안 생긴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무장애법계를 아는 것이 바로 깨달음입니다. 무장애법계를 알고 무진원통법을 알면, 나고 죽는 생사에 대한 걱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생사없는 무진원통법, 생사없는 무장애법계 속에서 늘 죽고 사는 것을 걱정합니다. 이것을 전도몽상(顚倒夢想)이라고 합니다.

전도몽상은 멀쩡한 땅에 머리 박고 고함지르는 것입니다.

무장애법계는 모든 존재가 원융(圓融)한 법성(法性)이기 때문입니다.

법성이 원융하므로 하나의 티끌이 하나의 티끌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무진법계로 다 존재합니다.

미진이 시방이고, 시방이 미진입니다. 이것이 원융이고 원통입니다.

불교가 이렇게 좋은데 이것을 또 세계에 알리지 못한 책임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수명이 길어지면서 알게 되어 있습니다. 2030년이 되면 130세까지 사는 것은 문제도 아니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어느 한 부분 탈이 나면 인공장기로 바꿔 끼우면 된답니다. 살다 살다가 이제 나는 그만 살아야겠다고 결심하면 갈아끼우는 것을 멈추면 그만입니다. 출산을 조절했듯이 자기 생존을 자기 의지대로 조절하는 시대가 온다고 합니다. 이것은 불교학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미래학에서 말하는 내용입니다.

앞으로는 돈을 주면 우리 몸을 냉동시켜서 오래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이 눈 속에 25일 동안 갇혀 있었다고 합니다. 죽은 줄 알고 장례식을 치르려고 하는데 깨어났습니다. 어떻게 25일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았는데 살 수 있었느냐? 냉동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동면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는데 200년이 걸려서 인류가 가는 것이 불가능했는데 동면에 들어가서 가면 가능하다고 합니다. 200년 동안 동면해 있으면 몸은 20년 정도만 늙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신체기능이 덜 소모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동면한 1년이나 동면 아닌 10년이나 전부 생각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것이 전부 가사의세계입니다.

부사의 세계가 해결되지 않으면 화성에 가도 한 생각이 그대로 남아 있고, 지구에 있어도 한 생각, 13년을 살아도 한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한 것이 역대 선지식의 세계입니다.

다들 살고 죽는 것을 걱정했는데, 그분들에게 살고 죽는 것은 꿈과 같은 것이고, 무장애법계 무진원통법 부사의세계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자기 생각대로 생존을 연장하고 단축하기도 하지만 그것 자체가 하나의 생각일 뿐입니다. 그 생각의 본질을 자기가 체험하기 전에는 영원한 생각에서 생각으로 돌아다니는 것입니다. 생각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한 생각을 넘어선 것이 부사의세계이고 부사의세계에 들어가면 가사의세계와 부사의세계에 관계없이 무장애법계가 펼쳐집니다. 장애가 없어서 원통(圓通)입니다.

누가 만든 게 아니라 본래 그런 것인데, 생각의 세계에 묻혀 있을 뿐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마음 잘 닦아서 무장애법계에 들어가면 됩니다. 이것이 도에 드는 '입도(入道)'입니다.

깨달음은 전혀 어려운 게 아닌데, 우리가 그것을 믿지 못하고 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전깃불을 켤 때 스위치를 올리면 전기가 들어 옵니다. 이것이 간단한 것 같지만, 여기 전기가 와 있다고 믿어야 전기를 켭니다. 전기가 와 있지 않다고 생각하면 안켭니다. 전기가 와 있는데 전기가 와 있지 않다고 믿고 켜지 않으면 없는 것입니다. 우리 몸 자체가 무장애법계이고 우리 생각 자체가 무장애법계인데, 그것을 믿고 찾지 않으면 모르는 것입니다. 전기가 오지 않아서 어둡게 사는 것이 아니라, 전기가 와 있다는 것을 못 믿고 켜지 않아서 어두운 것과 같습니다.

"어떤 것이 가사의세계(가사의세계)입니까?"

"아야, 아야 !"

"어떤 것이 부사의세계(부사의세계)입니까?

"아야, 아야 !"

"어떤 것이 무장애법계(무장애법계)입니까?

"아야, 아야 !"

                                            -종범 스님의 법문집 <오직 한 생각>에서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