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 가르침/과거선사들 가르침

서산대사의 선가귀감(78)

무한진인 2018. 4. 2. 09:56



78.

공부하는 사람들은 먼저 종파의 갈래부터 자세히 가려 알아야 한다.

옛날에 마조스님이 한 번 '할'하는데, 백장스님은 귀가 먹고 황벽스님은 혀가 빠졌다.

이 한 '할'이야말로 곧 부처님께서 꽃을 드신 소식이며, 달마스님이 처음 오신 면목(面目)이다.

이것이 임제종(臨濟宗)의 근원이 되었다.

[註解]

법을 아는 이가 두렵다. 소리를 따라 갈겨주리라.

[頌]

주장자 한 가지 마디라곤 없는데

슬며시 내어주네 밤길의 나그네에게.

[評]

옛날 마조 스님의 한 번 외치는 할에 백장스님은 대기(大機)를 얻었고

황벽스님은 대용(大用)을 얻었다.

대기란 원만해서 두루 응하는 것이고 대용이란 바로 끊는 것이다.

그 사연이 <전등록>에 실려 있다.

[월호 스님 蛇足] 

백장스님은 마조스님이 할을 할 때, 삼 일 동안 귀가 먹었다.

그 '할'소리가 얼마나 컷는지, 삼 일동안 귀가 먹었으니 대단하다.

또 황벽스님은 바로 이 마조 스님이 '할'할 때 백장스님이 귀가 먹었다는 그 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서 혀가 빠졌다.

이 한 '할'이야말로 부처님께서 꽃을 든 소식이다.

염화미소(拈華微笑), 부처님께서 꽃을 들자 가섭존자가 미솔르 지엇다."이 도리가 도데체 어떤 도리입니까?"

이렇게 물어봤을 때, "억~"하고 "할"을 한마다,

또 "달마스님께서 서쪽에서 오신 소식, 인도에서 중국으로 오신 소식이 무엇입니까?"하고 물어봤을 때도 역시 "할'로 대답하는 것이 마조스님의 '할'이다.

마조 스님은 속성(俗姓)이 마(馬)씨다 그래서 마씨성을 가진 조사다.

이 스님은 좌선을 열심히 했다고 한다. 그런데 스승인 남악 회양 스님이 좌선하고 있는 마조에게 와서 물었다.

"무엇을 하고 있는가?"

"좌선을 합니다."

"좌선을 왜 하는데?"

"부처가 되라고 하죠."

그 다음날 회양선사가 마조 스님이 좌선하고 있는 앞에 와서 벽돌을 갈았다.

"스님, 벽돌을 갈아서 무엇을 하렵니까?"

"거울을 만들고자 하네."

"벽돌을 갈아서 어떻게 거울을 만듭니까?"

"그런 자네는 앉아만 있다고 부처가 되는가?"

"그럼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소가 끄는 수레가 가지 않을 때, 수레를 쳐야 하겠는가, 소를 때려야 하겠는가? 선(禪)은 앉거나 눕는 데 상관이 없다. 부처는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아니고, 집착도 없고 취하고 버릴 것도 없는 것이 선이로다."

마조스님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깨쳤다. 그 뒤에 백장 스님이 마조 스님의 가르침을 받고 '할'하는데서 크게 깨쳤고,

또 황벽 스님은 백장스님에게서 마조의 '할'에 깨쳤던 사연을 듣고, 그 자리에서 크게 깨쳐서 백장 스님의 법을 이었다. 이처럼 임제종은 아주 활발발(活潑潑)한 가풍을 가지고 있다.


                                                                                             -선가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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