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 가르침/불교 교리 일반

달라이 라마의 연기법 법문(2)

무한진인 2017. 12. 31. 12:19


보이는 것과 실체 사이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차이를 인정하면 감정이 작용하는 방식과 우리가 사건과 대상에게 반응하는 방식에 대해 통찰력을 갖게 된다.

우리가 어떤 상황에 대해 강한 감정적인 반응을 하는 기저에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실체가 외부에 있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이런 식으로 우리 내면의 다양한 마음 작용과 여러 단계의 의식에 대한 통찰을 발전시킨다.

또 어떤 마음 상태나 감정 상태들이 매우 실제적인 것처럼 보이더라도, 대상들이 매우 생생하게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그것들이 환영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는 이해하게 된다.

감정이나 사물도 실제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숙고와 분석을 통해서 불교에서 말하는 고통의 원인을 통찰할 수 있다.

고통의 원인은 달리 말하면 혼란과 오해를 가져오고 마음을 괴롭히는 감정적인 경험들이다.

고통의 원인에 대해 통찰을 하고 실체의 상호 의존적 성질을 가장 미세한 단계에서 이해하면 실체의 공한 본성(본성)에 대해서도 통찰할 수 있다.

실체의 공성(空性)이란 모든 사물이나 사건이 많은 요소의 결함으로 발생할 뿐 사물이나 사건에는 독립된 실체나 고유한 실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독립된 실체가 없다는 공성을 통찰하면 이에 반대되는 견해들 사물이 본래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생각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물이 본래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생각은 실체의 본성을 오해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독립된 실체 다시 말해 고유한 실체가 존재한다는 생각은 실체나 타당한 근거를 갖고 있지 않은 반면에 독립된 실체가 없다는 공성은 논리적 추론과 타당한 근거를 갖고 있다.

점차 우리는 독립도니 실체가 존재한다는 잘못된 생각이 완전히 사라진, 지혜의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이것이 멸(滅)의 상태이다.

찬드라키르티는 <명구론(明句論)>에서 독립된 실체가 없다는 공성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연기의 세계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한다.

공성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 고통의 원인과 고통의 인과 관계에 대해서도 받아 들일 수 있다.

이것을 받아 들일 수 있다면 고통이 끝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수 있다.

찬드라키르티는 공성의 이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연기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것도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요점을 정리하자면 연기의 원리를 깊히 이해하면 고통의 미세한 원인에 관한 진리(集諦)와 소멸의 진리(滅諦)를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이 "연기를 알면 법을 안다"라고 한 부처님 말씀의 의미이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멸제와 소멸로 이끄는 도제(道諦)를 알 수 있다.

이거을 이해하고 나면 승가의 수행자들이 이런 상태를 깨닫고 실현할 수 있다는 것과 부처들이 그 상태를 완성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불(成佛)이 실제로 무엇을 이해하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 텐진가초지음,주민황 옮김 <달라이라마 사성제(하루헌 출판사)>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