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 가르침/불교 교리 일반

달라이 라마의 연기법 법문(1)

무한진인 2017. 12. 28. 11:03


"존재하는 모든 것은 연기(緣起)에 의해 생겨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법을 아는 것이며, 법을 아는 사람은 부처를 아는 것이다. "라는 말씀을 부처님은 경전에서 여러 번 말씀하셨다.

이 말씀을 나가르주나의 중관철학 관점에서 보면, 함축된 의미를 가장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나가르주나를 편애한다고 비난해도 나는 그 비난을 달게 받겠다 !

나가르주나의 관점에서 보면 부처님 말씀의 의미를 세 단계로 이해할 수 있다.


첫번째, 모든 불교 학파가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연기법 즉 의존적 발생원리에서 보면 부처님의 말씀을 인과적 연기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연기는 산스크리트 어로 '프라티티야사무트파다'인데 '프라티야'는 '의존한다'는 뜻이고, '사무트파다'는 '발생'을 뜻한다.

이는 세상의 모든 사물은 여러 원인과 조건이 서로 작용한 결과로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원리는 두 가지 가능성을 부정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첫째, 모든 사물이 원인과 조건이 없이 무(無)에서 생겨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정한다.

둘째, 초월적인 창조자가 있어 만물을 만들었다는 가능성을 부정한다.

연기법은 이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부정한다.

두번째, 부분과 전체라는 면에서 연기를 이해할 수 있다.

사물을 구성하는 부분이 어떻게 전체를 구성하고, 전체가 어떻게 부분에 의해 이루어지는지를 통해 모든 사물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런 의존성은 물질세계에 분명하게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의식과 같은 비물질적 실체도 일시적인 연속성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의식을 하나의 단일체로 이해를 하는 까닭은 연이어 일어나는 의식의 연속체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세상을 분석하면 원인과 조건에 의해 발생한 사물만이 연기의 원리에 의해 생겨난 것이 아니라 현상세계 전체가 연기의 원리에 의해서 생겨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 번째, 모든 사물과 사건 - 사실상 모든 것 - 은 오로지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많은 요소들이 결합한 결과로서 생겨난다는 것이다. 어떤 사물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을 낱낱이 분해해 보자. 그러면 그 사물은 오로지 여러 구성요소에 의존해서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사물이나 사건은 그 자체의 독립된 실체나 고유한 실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사물에게 부여한 독자성, 즉 정체성은 우리의 지각과 사물의 상호작용 사이에서 일어난 일시적인 반응일 뿐이다. 그렇다고 사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불교는 허무주의가 아니다. 사물들은 존재하지만 그것들이 독립되고 고유한 실체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연기를 알면 법(다르마)을 알게 된다"라는 부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 보자.

앞에서 연기의 의미를 세 단계로 설명했는데 그것에 상응해서 법에도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원인에 의해 결과가 생긴다는 첫 단계 연기가 지니는 의미를 법과 관련시켜 살펴 볼 수 있다.

인과적 연기측면에서 실체의 의존적 성질을 더 깊히 이해하면 업(카르마)의 작용 즉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업의 인과법을 인정할 수 있다. 이 인과법은 어떻게 부정적인 행동, 부정적인 생각, 부정적인 행위의 결과로 괴로움과 고통이 발생하는지, 긍정적인 행동, 긍정적인 감정, 긍정적인 생각의 결과로 어떻게 행복과 기쁨이 생기는지를 설명한다.

원인에 의해 결과가 생긴다는 차원에서 연기를 더 깊히 이해하면 실체의 본성에 대해 근본적인 통찰을 하게 된다.

우리가 지각하고 경험하는 모든 것이 원인과 조건이 만나 상호 작용한 결과로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우리의 관점 전체가 변하게 된다.

우리가 모든 것을 이 인과 법칙에 의거해 보기 시작하면 우리 내면의 경험들을 바라보는 관점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뀐다. 이런 철학적 관점을 발전시키면 업에 대한 이해도 인과 법칙의 틀 안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업의 법칙은 이 일반적인 인과 법칙의 특정한 예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두 번째, 세 번째 단계의 연기 - 부분과 전체 간의 의존, 지각과 존재의 상호 작용 - 를 깊히 이해하면 우리의 생각이 깊어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보이는 사물의 존재 방식과 사물이 실제로 존재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 - -> 다음 회 계속) 


                                                                        - 주민황 옮김 <달라이 라마 사성제(하루헌출판사)>에서 일부 발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