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 가르침/향기로운 시

현대시 두편 감상

무한진인 2014. 5. 26. 10:42

 

 

 

- 문으로 가는 길-

적막​(寂莫)

모든 육신의 뚜껑을 열고

모든 소리를 들어야 하리

나뭇잎 세포가 시들어 가는

떨림까지도

말갈퀴는 고요히 눈보라치고

마부는 눈이 멀어

마을로 가는 입구는 넓다.

이 모두를 잿더미로 끌어 안고

적막.

모든 목소리를 들어야 하리.

                          - 박서원 -

-빙벽(氷壁)-

겨울산은 나뭇잎 하나 붙잡을 것이 없다.

침묵의 저 가파로운 칼등

바람에 끌려 다니던 눈송이들이

일제히 머리를 풀고

바위 절벽에 얼어 붙는다.

어떤 생애의 화살이 날아와 깨뜨릴 수 있을까?

흉터와 외침 위에

얼음 저며드는 벽서(壁書)여

바람도

눈송이도

스스로 부딧쳐 불타올라

온몸으로 절벽이 된다.

오오 고통만으로

저를 지키고 있는

저 겨울산​

                             - 박영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