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 가르침/금강경

금강경의 "마땅히 이와같이 마음을 항복시켜야 한다."에 대하여(2)

무한진인 2013. 8. 4. 19:34

 

 

 

* 무한진인의 금강경 이야기(5)

 

계속해서 제3분 대승정종분(大乘正宗分)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겠읍니다.

 

所有一切衆生之類- 若卵生 若胎生 若濕生 若化生 若有色 若無色 若有想 若無想

소유일체중생지류- 액란생 약태생 약습생 약화생 약유색 약무색 약유상 약무상

若非有想非無想 我皆令入 無餘涅槃 而滅度之

약비유상비무상 아개영입 무여열반 이멸도지

존재하는 모든 중생의 무리에, 알로 까는 것, 태로 생겨나는 것 ,습에서 나는 것, 화하여 나는 것, 모양이 있는 것,모양이 없는 것,생각이 있는 것,생각이 없는 것,생각이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은 것들을, 내가 모두 남김없는 열반에 들게 하여 멸하여 제도시키겠다,고 서원하라.

 

제2분에서 수보리가 어떻게 마음을 항복시키냐고 질문한 것에 대하여 부처님이 즉시로 그와같이 마음을 항복시키라고 대답을 했는데, 이 물음, 의문이 일어나는 순간이 바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이 발하는 순간입니다.

절대본체가 무엇인가에 대하여 궁금증이 일어나는 순간 그 구도자의 초발심이 일어나는 순간이죠. 그래서 부처님이 수보리에게 그 의문 자체, 그 의문이 일어나기 이전을 알아치리게 하기 위해서 그 초발심(初發心)으로 머물러서 마음을 항복시키라고 말씀한 것이 "그와같이 머물고 그와같이 마음을 항복시켜라"라고 대답한 것입니다.

 

여기서 초발심이라는 것은 야뇩삼먁삼보리심에 대한 궁금증, 깨달음에 대한 염원, 부처에 대한 믿음이 뒤섞여 있는 궁금증이지만, 그 중에 가장 두드러진 것은 바로 긍금증, 의문인 것입니다.

이렇게 갑자기 일어난 초발심은 마치 부싯돌에 강철쪼가리를 부딧쳐서 불티가 몇개 일어나는 것과 비슷하게 미약합니다. 불티가 몇개 일어나면 금방 꺼져 버릴 수 있는데, 그 작은 불티로는 너무 순간적이고 미약해서 불을 붙일 수는 없고 솜이나 알콜이 묻은 헝겁에 붙어서 불꽃을 크게 확대시켜야 다음에 불을 사용할 수가 있는 것이죠.

 

제가 어렸을 때에 시골에서 살았는데, 그때에만 해도 6,25 사변이 일어나기 전이라, 시골 동네에서 담배피는 어른들이 부싯돌로 담배를 붙이는 것을 보았읍니다. 차돌같은 돌조각에 쇳조각을 부딧쳐서 불티가 몇개 나오면 그것이 볼펜크기의 솜뭉치에 옮겨져서 솜이 타면 그것으로 담뱃대에 불을 붙혀서 담배를 뻐끔뻐끔 피는 것을 보았읍니다. 불티가 솜에 닿는 순간 불이 빨리 커지도록 그 어른신내는 볼이 쏙 들어가도록 황급하게 바람을 빨아내어 담배에 불을 붙이는 것을 보며 어린시절 어른들 턱밑에서 신기해서 한참 들여다 보기도 했는데, 어느 때는 불 붙이는데 실패하여 여러번 시도하는 것을 옆에서 재밌게 구경하기도 했죠.

이렇게 부싯돌에서 생겨나는 미세한 불티같이, 처음 아뇩다라샴막삼보리심을 일으킨 초발심자는 그 초발심의 미약한 불티가 꺼지기 전에 더 크게 불을 키워야 되겠지요. 그렇게 불씨를 키워서 불꽃이 활활 일어나도록 구도자가 서원을 크게 하라는 부처의 가르침이 바로 위의 내용입니다.

 

즉 우주의 모든 생명체와 비생명체의 숨겨진 종자들까지 모조리 열반에 들게 되도록 수행에 대한 아주 큰 포부와 열정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위의 문장에 보면 이 우주상의 여러 종류의 중생을  열거하고 그 모두를 함께 열반에 들도록 대승적인 큰 포용력을 가지고 서원(誓願) 해야 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위에서 열거한 아홉가지 중생의 종류는 그것이 현상계의 모든 생물체 종류를 가리킨 것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불교 유식학적으로 제8아뢰야식의 뿌리까지 완전히 넘어서서, 그 아뢰아 저장식에 있는 우주의 모든 사물과 생명체의 근본적 종자들까지 완전히 멸도시켜 열반으로 인도하겠다는 큰 결심을 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구도자(보살)는 초발심의 열정을 가지고 제8식 밑바탕까지 깊게 들어가서 바탕에 숨어있는 온갖 중생의 오염된 의식파동 종자들까지 완전히 멸도시켜 정화시켜야겠다는 굳은 결의를 가지고 있어야 분별망상심의 마음을 항복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8 아뢰아식은 저장식이라고도 하는데, 모든 우주의 생명체, 무생물, 신, 귀신 등 만물의 기본 종자기억들이 모두 저장되어 있는 의식의 뿌리이며, 개인적인 의식이 아니라, 우주자아의식이라고 합니다.

또한 이 8식엔  "나"라는 뿌리(원인체,초원인체)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베단타 스승들이 말하는 "내가 있다"는 존재의식의 마지막 뿌리가 있는 곳입니다.

이 8아뢰아식을 넘어서야 비로소 "내가 있다"라는 존재의식의 강을 건너는 것이죠.

개인적인 자아 뿐 아니라, 우주적 자아의식(존재의식)까지 전부 멸도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이 제8식 안에는 무형(無形)으로 모든 우주의 만물과 생명체, 현상,비현상의 근본 종자들이 드러나지 않고 존재하고 있는데, 근대의 초심리학자인 칼융은 이것을 집단잠재의식 또는 우주적 자아의식이라고 불렀읍니다.

제8아뢰아식을 넘어가야 비로소 나라는 마음의 뿌리까지 항복시켜 아뇩다라 삼먁삼보리심(절대본체)를 얻을 수 있는 입구에 도달할 수가 있읍니다.

 

위의 여러가지 중생의 종자씨앗들을 나열한 것은 바로  이 저장식에 숨어있는 모든 중생의 종자들을 멸도해서 다 함께 열반으로 들게 해야 한다는 것이며, 이 말은 제8식을 넘어 간다는 말과 같읍니다,

이 8식을 넘어가면 모든 중생상, 즉 아상, 인상, 중생상,수자상 등 나라는 생각, 사람이라는 생각, 살아 있다는 생각, 오래 산다는 생각 등, 존재의식에서 나오는 망상들이 모두 사라져서 삼먁삼보리심인 절대진아의 지혜를 얻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그런 강한 발심을 일으켜서 대상과 욕망에 끄달리며,망상이 수시로 일어나는 중생의 분별마음을 강력한 초발심의 서원과 열정에너지로 제압해야 된다고 가르쳐 주고 있읍니다.

  

각 문장별로 간단하게 법문을 훑어 보겠읍니다.

여기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를 9가지로 나누었읍니다.

맨처음에는 <그 태생의 형태로 알로 태어난 난생, 어미의 태 속에 있다가 태어나는 태생, 어떤 환경조건에 의하여 태어나는 화생(化生), 습기에서 태어나는 습생> 등으로 나누었읍니다.

대개 움직이는 동물,식물들인데, 난생은 새같은 조류,뱀 물고기 등이 있고, 태 속에서 태어나는 것은 대부분의 척추동물 등이 있죠. 습기로부터 태어나는 것은 식물들, 균,모기나,작은 곤충같은 것이 많고,화생이란 어떤 환경조건에서 생기는 박테리아나 세균같은 것도 있겠죠. 그러나 이것을 생물체 자체로도 그대로 이해할 수가 있겠지만, 제8아뢰아 저장식에서 일어나는 각종 마음의 습기,욕망, 번뇌의 수많은 씨앗,습기의 종자들로써 볼 수도 있읍니다.

 

예를 들면 알에서 태어나는 난생은 어미에서 껍질을 뒤집어쓰고 따로 떨어져나오므로 독립성이 있고 버르장머리가 없이 미한 마음이라고 상징할 수도 있고, 태생은 어미의 태에서 나와 독립심이 없고 항상 의존적인 마음을 상징한다거나, 습생은 자기를 항상 축축한 무언가 속에 감추려는 음흉한 마음이라든가, 화생은 조금만 환경이 변해도 마음이 변덕스럽다든가,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이렇게 각각의 특성에 맞는 망상과 습기의 종자들을 상징해서 묘사한 것으로도 이해 할 수 있읍니다. 

 

다음에 형태면에서 <모양이 있는 것과 모양이 없는 것>이 있는데 모양이 있는 것은 눈에 보이는 생물들이고,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은 귀신이나 혼, 신 등이라고 이해할 수가 있겠읍니다. 이 경우에는 마음에 느낄 수 있는 망상과 마음으로 느끼지 못하지만,심리에 영향을 주는 보이지 않는 어떤 에너지,귀신 같은 것으로 이해 할 수가 있겟읍니다. 

 

<생각이 있는 것, 생각이 없는 것, 생각이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은 것>, 등이 있는데, 생각이 있는 것은 의식이 있는 것을 말하고, 생각이 없는 것은 무생물,식물이나 의식이 없는 신을 말하는 것 같읍니다. 생각이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은 것도 식물이나 혹은 아마도 신의 경지에 있는 것들로, 사실 신(神)이라는 것은 심층의식에서는 바로 제8 아뢰아식에 잠재되어 있는 각종 의식의 변종 종자를 말하는 것이라고 볼 수가 있읍니다. 

 

<이러한 모든 종류의 중생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내가 열반에 들게 하여 멸도시키겠다고 서원하라> 

여기서 '나'라고 하는 것은 부처님이 아니라, 도를 닦는 보살 자신을 말하는 것입니다. 도를 닦는 보살 자신이 수행에 대한 초발심을 일으켜서 우주와 하나가 되도록 강력한 서원을 일으켜서 모든 중생의 종자들을 전부 함께 열반에 들게하여 싸그리 정화시키겠다는 큰 마음을 품으라는 말씀입니다. 그 크게 서원한 강력한 에너지의 마음으로 모든 망상과 분별심을 전부 항복시켜야 된다는 것이 여기서 부처님이 가르쳐주시는 내용입니다.

 

                                                                -무한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