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과 깨달음
인생과 깨달음 [대원한암선사]
공주 학림사 오등선원 조실 한암대원 선사 께서 불기 2546년(1990) 5월 라디오 불교방송에서 하신 설법을 옮겨 봅니다.
어느 누가 인생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혹 어떤 분은 "젊은 청년이 노인을 부축하고 있어서, 효도하고 공경하는 지성을 갖춘 것이 사람"이라고 말하였다." 또한 "두발로 걸어가는 것을 사람"이라고도 하는데 두 발로 걷는 짐승도 있다.
이것은 변상(邊相)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확실히 인생을 알려면, 부처님처럼 6년 고행, 참선을 통해서 자각해야 한다. 역대성인이나 조사스님께서도 인생을 알기 위해 생명을 걸고 노력한 결과 깨달은 뒤에야 확실히 알았던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12인연법을 깨달았고, 색수상행식의 인연이 모여 하나의 육신인 형단을 이루었는데, 육신을 받쳐주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사람이라고 한다.
사람과 짐승이 다른 것은 지혜가 있고 없음에 있다. 사람이 짐승보다 좀 높은 차원에 있지만 본성을 깨닫지 못하여 우치우매하기 때문에 중생이라 한다. 그래서 중생은 무엇 때문에 사는지를 모르며, 왜 사는지를 잘 모르고 대답을 하지 못한다. 물론 여러가지로 대답을 하지만 확실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 대답은 간단하다. " 중생은 단지 살기 위해서 산다". 이 한마디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일생 죽지 않으려고 이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갖은 수단을 다쓰면서 버둥거리며 산다. 단순히 이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남을 죽이고, 전쟁을 일으키며, 음해하고 배척한다. 이 목숨에 대한 욕심 때문에 일생동안 이 몸을 애지중지 아끼고
시봉한다. 생명의 근본 실체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무의미하게 살아간다.
승가의 불자 자신도 자각하고 개선해야 할 점이 너무 많다. 속가의 신도들은 욕망을 이루기 위해 부처님께 요구하는 기복적인 것이 너무 많고, 승단의 출가자들은 부귀와 공명을 헌신짝처럼 버려라 했거늘 재물과 권력, 명예에 치중함이 농후하다. 이 산승은 어려서 출가하여 대처.비구 정화할때 , 투쟁하는 용사로 일부 참여하였지만, 정화의 이념은 도퇴 되고 말았다.
눈을 다시 또고 뼈를 깎는 마음으로 자신을 다시 정화해야 한다. 중생은 살기 위해 살지만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어떠한 모양을 보고주고 가느냐가 중요하다. 사찰성지에 하루 수십만 관람객이 들어와도 제대로 포교 하나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 너무 아쉽다.
종단 내분과 갈등이 끝이 없으니 언제 적나라 적쇄쇄 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올지 아득함을 느낀다. 부처님과 역대 조사께서는 우리에게 어떠한 삶의 모습을 보여 주셨는가. 부처님께서는 우리 인생을 알기 위해 6년 고행 끝에 깨달으시고 최초에 하신 말씀을 경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세존께서 12월 8일 새벽 별빛을 보고 홀연히 깨달으시고 이르시기를 "참 기이하다, 일체 중생이 여래의 지혜의 덕상을 갖추었으나
망상에 집착하여 증득하지 못하는 구나." 라고 하셨다.
또 인생은 色受想行識의 인연에 의한 존재라고 설파하셨다. 화엄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나라는 것도 없고
중생도 없고
죽는 것도 또한 없나니
만일 이렇게 그 모양을 알면
그는 곧 위없는 사람이 되리
지혜의 광명으로 모든 마음 다 비추고
두려움 다 없애고 깊은 법 연설하네
十方의 한량없는 일체 중생들
모든 바른 법의 門에서 모두 편안히 머물게 하네.
부처님께서는 이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셨다. 이제 우리도 모든 옷을 훌훌 벗어 버리고 새로운 참모습을 보여 주어야 되겠다. 우리는 인생이 무엇인지를 열심히 정진해서 자신을 깨달아야 한다. 열심히 정진하고 참선하면 누구든지 틀림없이 깨달아 자신을 해결할 수 있으니 확실히 믿고 정진해야한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이 공부를 하지 않고 이 몸뚱이만 집착한다면 허망하고 무의미하게 일생을 보내게 된다. 살아야 아무가치가 없다. 어느 학인이 저에게 묻기를 " 어떤 것이 불법의 큰 뜻입니까?" 하기에 답하여 말했다.
입 속에는 날카로은 이빨과 부드러운 침이 있어서
백 가지 잡된 것을 다 씹어 삼키는 구나.
또, 어떤 학인이 묻기를, "어떤 것이 바른 눈 입니까?" 묻기에, 답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까마귀 팥에 털이 났다. 烏豆生毛
이 도리를 바로 알면, 삼계를 뛰어나는 스승이 되고 삼계에 좋은 공양을 베풀고, 저 무애자재한 생활을 수용하게 된다. 서양의 어느 철학자는 인생을 인식론적 차원 또는 순수이성과 동물적, 감성적인 차원으로 논하였지만 인생의 가치는 이성, 감성적 차원을 벗어난 훨씬 더 높은 차원에 있음을 확철대오해야 알 수 있다.
천년의 돌호랑이 기린을 낳고
하나의 뿔 전체 몸에 오색의 광명이오
금자물쇄에 옥빗장을 하여 일체를 끊으니
비로자나 부처님 세계 안에 연기와 먼지가 일어남이로라.
억!
(주장자 세 번 치시고 법상에서 내려오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