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진인/無爲閑人 心身不二

우물쭈물 하더니~

무한진인 2012. 6. 23. 10:44

 

                                                 <2011. 10. 25.  망우산 공동묘지>

 

 

 "I know if I stay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내 우물쭈물 하다가 이럴줄 알았다."

                                             - 버나드쑈 자작 묘비명- 

 

 

이 生에 금쪽같은 귀한 시간을 한 순간이라도 어영부영, 그럭저럭 보내다가 죽어서, 풀이나 나뭇닢에 붙어 진이나 빨아 먹고 사는 풀잎파리 정령(精靈)이나 될 것인가 ?                                

                                                                             - 閑山-

 

 

구도자들이여 !

그대들은 옷을 잘못 알지 말아라.

옷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옷을 입을 수 있는 것이다.

청정한 옷도 있고, 무생(無生)의 옷과 보리의 옷과 열반의 옷도 있으며, 조사의 옷도 있고 부처의 옷도 있다.

 

구도자들이여 !

다만 소리와 명칭, 개념 따위만 있을 뿐, 모든 것은 옷 따라 변하는 것들이다.

배꼽 아래 기해단전(氣海丹田)으로부터 울려 나와서 이빨에 딱딱 부딪쳐 그 의미를 이루는 것이니, 그것이 허깨비로 변화한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구도자들이여 !

밖으로는 소리 내어 말을 하고, 안으로는 마음먹은 것을 표현하며 생각으로 헤아리는 것은 모두가 옷들인 셈이다.

그대들이 그렇게 걸친 옷을 실다운 견해라고 인정한다면, 티끌겁을 지난다 하더라도 옷만을 알았을 뿐이므로 삼계에 돌고 돌며 생사에 윤회하게 되니, 아무일 없이 만나도 알아보지 못하고 함께 이야기 해도 이름을 몰라보느니만 못하다.

 

오늘날 학인들이 깨닫지 못하는 것은 대개가 명칭을 잘못 알고 알음알이를 내기 때문이다.

큰 책자 위에다 죽은 노장들의 말을 베껴 가지고 남이 보지 못하도록 세겹 네겹 보자기에 싸 놓고는 그것을 '오묘한 이치'라고 하면서 애지중지 하는데, 크게 잘못된 일이다.

이 멍충이들아 ! 말라빠진 뼈다귀 위에서 무슨 국물을 찾고 있느냐.

 

좋고 나쁜 것도 모르는 어떤 작자들은 경전을 자기 나름대로 이리저리 따져 의미를 만들어 낸다.

이는 마치 똥덩이를 머금었다가 다시 뱉아서 다른 사람에게 먹여주는 것과도 같고, 속인들이 귓속 말로 비밀을 전하는 것과 같다.

이렇게 일생을 헛 보내면서도 '나는 도를 닦는 사람이다.'라고 떠벌리나 다른 사람에게서 불법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입 다물고 한마디 말도 없으니, 눈은 새까만 굴뚝같고 입을 서까래를 건듯 꽉 다무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무리들은 미륵부처님이 나온다 하더라도 저 다른 세계로 쫓겨나서 지옥에 떨어져 갖은 고초를 받을 것이다.

 

구도자들이여 !

그대들은 부산하게 제방을 쏘다니며 무엇을 구한다고 발바닥이 판대기가 되도록 밝고 다니느냐?

구할 부처도 없고, 이룰 도도 없으며, 얻을 법도 없다.

밖으로 모양있는 부처를 구한다면 그대들과는 닮지 않은 것이다.

그대들의 본래 마음을 알고자 하는가?

함께 있는 것도 아니고 떠나 있는 것도 아니다.

 

구도자들이여 !

참 부처는 형상이 없고, 참 도는 바탕이 없으며, 참 법은 모양이 없다.

이 세법이 섞여 한 곳에 응화한 것이니, 이를 알지 못하는 자를 망망한 업식중생(業識衆生)이라고 부른다.

 

                                                               -임제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