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曲線) 속에서 직선(直線)을 본다.
1. 고금을 논할 안목-설두중현스님
설두중현(雪竇重顯: 980~1052)스님이 과거 대양 경현(大陽警玄: 942~1027)스님이 회하에 전객(典客: 손님접대를 맡은 소임)으로 있을 때였다.
어느 스님과 밤을 지새며 고금의 일들을 이야기하다가 조주스님의 "뜰앞의 잣나무"화두에 대하여 끈질긴 논쟁을 하던 중, 행자 하나가 곁에 서 있다가 비웃고 나갔다. 이 객승이 물러나자 설두스님은 그를 불러 따졌다.
"손님과 마주 앉아 있는데 감히 그럴 수가 있는가?"
"전객에게 고금을 논할 말재주는 있으나 고금을 논할 만한 안목은 없기 때문에 감히 웃었읍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조주스님의 뜻을 어덯게 이해하는고?"
그러자 행자는 게송으로 답하였다.
토끼 한 마리 옛 길에 누워 있노라니
보라매 갓 보자마자 낚아채 버렸네.
뒤늦게 온 사냥개 아무런 신통(靈性) 없어
마른 나무 향하여 부질없이 지난 흔적 찾는구나.
설두스님은 크게 놀랐으며 마침내 그와 도반이 되었다.
어떤 이는 그가 승천사(承天寺)의 종(宗)스님이라 말하기도 한다.
나는 이말을 듣고 당시의 융성했던 법회를 상상해 볼 수 있었다.
-혜홍각범스님의 임간록에서-
2. 입을 가져 오지 않아서 말할 수 없읍니다.-석상경저선사
석상(石霜 :807~888) 선사는 길주(吉州)의 신감사람으로 속성은 진(陳)씨이며, 법명은 경저이다. 13세에 홍정(洪井)의 서산소감(西山紹鑑)에게 출가하여 20세에 숭산(崇山)에서 계를 받고 후일에 도오원지(道吾圓智)의 법을 이었다.
처음 석상선사가 숭산에서 계를 받고 스승 도오에게 돌아오니 도오가 물었다.
"나에게 한 사람이 있는데 호흡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무엇인지 빨리 말해 보아라."
"말할 수 없읍니다."
"어째서 말할 수 없는가?"
이에 석상이 말했다.
"입을 가져오지 않았읍니다."
석상이 위산(爲山)선사의 문하에 가서 미두(米頭 : 쌀을 감독하는 책임)의 소임을 맡을 때이다. 어느 날 광에서 쌀을 키질을 하고 있는데 위산선사가 찾아와서 말했다.
"시주받은 물건은 한 톨도 흘려서는 안 된다."
"예, 한톨도 흘리지 않았읍니다."
그러자 위산선사는 땅바닥에 덜어진 쌀 한톨을 주워 들고는 꾸짖듯 물었다.
"이 한 톨은 어디서 떨어졌나?"
"- - - "
석상이 대답이 없자 위산선사가 다시 말햇다.
" 이 한톨을 업신여기지 마라. 많은 쌀도 모두 이 한톨에서 나온 것이다."
이때 석상이 스승을 한번 흔들엇다.
"많은 쌀이 이 한톨에서 나왔다면 그럼 이 한톨은 어디서 나왔읍니까?"
위산선사는 이 말에 깔깔 웃으며 방으로 돌아갔다.
-전등록-
3.
* 바다 밑에서 연기가 났느니라.-혜암선사
수덕사 총림에서 해제한 뒤에 비구승 네사람이 찾아와서 혜암선사께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바다 밑에서 연기가 났느니라(海底上煙)"
그들은 " 다시 묻겠읍니다." 하고 절을 세번 한 뒤에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다시 물을 것 없다. 바다 밑에서 연기가 났느니라."
그들은 절을 하면서 "돌아가서 다시 생각해 보겠읍니다."하였다.
* 굽은 것은 곧은 것을 감추지 못한다.-혜암선사
'- (곧은 것)'이 '~ (굽은 것)' 가운데 있는 것이다.
"곡불장직(曲不藏直), 즉 꼬부라진 것은 곧은 것을 감추지 아니하였다."
라고 한 말은 나옹선사의 법문이다.
이 근본도리를 내가 대중의 면전(面前)에 드러내 보이리라.
"곧은 것이 꼬부라진 것 가운데 있는 것을 눈으로 본다.
그러면 어떤 것이 꼬부라진 것 가운데 있는 곧은 것인가?"
바로 보고 말하기는 깊은 뜻과 같이 참 어려운 것이다.
각자가 누구나 다 혹 본뜻을 나타내 말할 수는 있지만,
다시 물으면 그것은 깊은 뜻과 같이 어렵고, 또 어려운 것이다.
이 도리를 나타내 말하는 이는,
누구나 눈으로 모든 경계를 볼 때에 "산은 산이요, 물은 물"로 보고,
각각 스스로 완연한 근본 경계를 체득하여 나타내 보일 것이다.
-혜암선사 어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