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 가르침/과거선사들 가르침

선가야록(禪家野錄) 첫번째 : 세스님 이야기

무한진인 2011. 6. 17. 19:40

 

 

1. 첫번째 이야기 : 유심도리를 깨친 원효대사

당대(唐代)의 원효(元曉: 617~686)스님은 해동(海東,신라) 사람이다.

처음 바다를 건너 중국에 와서* 명산의 도인을 찾아 황량한 산길을 홀로 걷다가 밤이 깊어 무덤 사이에서 자게 되었다. 이때 몹시 목이 말라 굴속에서 손으로 물을 떠 마셨는데 매우 달고 시원하였다.

그러나 새벽녘에 일어나 보니 그것은 다름 아닌 해골 속에 고인 물이었다.

몹시 메스꺼워 토해 버리려고 하다가 문득 크게 깨닫고 탄식하며 말하였다.

"마음이 나면 온갖 법이 생기고, 마음이 사라지면 해골이 여래와 둘이 아니다.부처님께서 '삼계가 오직 마음이라'하셨는데 어찌 나를 속이는 말이겠는가?"

그리하여 스님은 바로 해동으로 돌아가 <화엄경소(華嚴經疏)>를 써서 원돈교(圓頓敎)를 크게 밝혔다.

내가 스님의 전기 중에 이 부분을 읽다가 옛날 악광(樂廣)의 술잔에 뱀 그림자가 비쳤던 이야기*를 더듬어 생각하고 게를 지었다.

 

어두운 무덤 속의 해골에 고인 물은 원래 물이요

손님의 술잔에 비친 활 그림자는 필경 뱀이 아니다.

이 가운데 생멸(生滅)을 용납할 곳이 없으니

미소지으며 옛 책을 들어 몇글자를 적어본다.

 

                                             -혜홍각범(1071~1128년)의 임간록(林間錄)-

 

* (편자주)원효가 밤중에 해골에 고인 물을 마신 곳은 바다 건너 중국 땅이 아니라, 바다를 건너기 전에 한반도의 서해안 지금의 화성군 송산면 마산포 근방에 있었던 옛산성터라고 함.

(지금은 시화방조제로 인해 바닷가가 아님. 수원에서 서신행 시내뻐스를 타고 화성시청이 있는 남양면을 지나서 사강리에서 내려서 다시 시내뻐스를 갈아타고 옛마산포쪽으로 가다보면 왼쪽의 산등성이 꼭대기(구봉산) 위로 옛당성(唐城)이라는 허물어진 산성터가 있는데, 아마도 이곳 근방에서 원효가 노숙을 했던 것 같음,

본인(무한진인)이 약삼십여년전 쯤에 원효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고 싶어서 직접 혼자서 이곳 산성을 답사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만 해도 전혀 사람손이 가지않은 산속에 파뭍혀 있는 폐허상태의 산성이었음)

* 중국 진나라 악광에게 친구가 있었는데 오랫동안 찾아오지 않기에 까닭을 묻자 지난번 악광이 건네준 술잔에 뱀 그림자가  있는 것을 보고는 병이 생겼다고 하였다. 악광이 그것은 뱀이 아니고 활(弓) 그림자라고 말해주자 그 자리에서 병이 나았다.

 

 

2.두번째 이야기 : 스승을 높히는 바른 태도 : 천의의회 선사.

천의 의회(天衣義懷: 992~1064) 스님은 회산(淮山)에서 설법하다가 세 차례나 법석을 옮겼는데 납자들이 높이 받들어 그의 도가 더욱 알려졌다. 그때까지도 설두스님을 찾아뵙지 않았으나 설두스님은 이미 의회스님을 기특하게 생각하였다.

한 스님이 의회스님의 법어를 읽다가,

"비유하자면 기러기가 창공을 날때 맑은 강물에 그림자를 잠기우나 기러기에겐 그림자를 남기려는 뜻이 없고, 강물은 그림자가 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다."는 귀절에서 무릎을 치며 감탄하고는 바로 사람을 보내어 문안 드렸으나 스님은 그에게 그저 안부 편지 한 통을 보냈을 뿐이다. 

 

또한 위산진여(渭山眞如: ?~1095)스님이 가진점흉(可眞點胸: ?~64)스님과 가장 오랫동안 사귀었던 사실을 총림에서 모두 알고 있었으나 손님을 마주 하여도 가진스님에 대하여 평소 보고 들은 일들을 한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었으며, 재일에는 영정을 걸어놓고 다과만을 올릴 뿐이었다.

이 두 노스님은 식견과 도량이 깊고 넓은데도 쓸쓸한 절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살았으니, 제대로 스승을 높히는 분이라 하겠다.

 

                                                                                      -林間錄-

 

3. 세번째 이야기 : 화두를 들어서 의심을 촉구함.: 도생법사.

도생(道生)법사가 "허공을 두드리면 소리가 나지만 ,나무를 툭툭치면 소리가 없다"는 말씀을 남겼는데,

법안 문익(法眼文益: 885~958)스님이 재(齋)를 알리는 목어판(木魚板) 소리를 듣고 갑자기 시자에게 말했다.

"들었느냐 ! 조금 전에 소리를 들었다면, 이제는 들리지 않겠고,

이제 소리가 들리면 조금 전엔 듣지 않았겠구나. 알겠느냐?"

 

                                                                                            -林間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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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가야록(禪家野錄)란을 하나 신설했읍니다.

선불교에서 옛부터 별로 알려지지 않은 숨은 선사들의 에피소드나 선어록, 기타 이름나지 않은 선사들의 훌륭한 행적과 단편적인 말씀,게송,선시등을 게재해 볼 예정입니다.

참고할 서적은 임간록(林間錄), 산방야화(山房夜話), 동어서화(東語西話),참선경어,선림승보전,전등록, 직지(直指), 기타 자료등등 여러가지 서적에서 참고할 만한 간단한 삽화(揷畵) 수준의 에피소드나 선어록, 게송,간단한 논술(論述)등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이야기들를 본인이 직접 찾아내서 실겠읍니다. -무한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