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현담(十玄談)
1. 심인(心印)
묻노니 심인은 어떻게 생겼기에
심인을 어느 누가 감히 전수한다고 말하는가?
무량겁 다하여도 그 모습 있는 그대로 한결같아
심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이미 헛말이 되었네.
알지니 본래부터 텅빈 허공같으매.
화로불 속의 연꽃에나 비유해야 될 것이니
無心이 곧 道라고 말하지 말게나
무심도 한겹의 관문이어서 틈이 벌어져 있느니라.
2.조의(祖意)
조사(祖師)가 가르친 참된 뜻이 空인것 같지만 空이 아니니
신령한 영기(靈機)가 어찌 있고 없음의 현상적 결과로 타락할 수가 있을 것인가.
삼현(三賢)조차 아직까지 이 근본 뜻을 알지 못하나니
더구나 십성(十聖)단계에서는 이 뜻을 알기엔 어림도 없네.
그물을 뚫고 나온 물고기는 아직도 물속에 머물러 있지만(透網金鱗猶滯水)
길머리를 돌려버린 돌말은 모래성의 수렁에서 빠져 나오네.(廻頭石馬出沙寵)
조사의 참된 뜻을 이렇게 일러 주노니
또 다시 조사의 뜻을 동서로 돌아다니며 묻지마오.
3.현기(玄機)
공겁 밖으로 끊임없이 초월해 나가서 미치지 못하는데가 없는데,
세속의 하찮고 작은 티끌 속에 얽매일 수가 있겠는가.
미묘한 본체는 원래 일정하게 머무는 처소도 없고
전체가 한몸이니 어디에 그 흔적이 별도로 나타나리오.
이 신령한 한 마디가 온갖 경계를 아득히 초월해 버리니
삼승을 뛰어 넘어서 배우고 닦을 것이 아무것도 없네.
수많은 성인들이 가르쳐 준 방편에서 일단 손을 놓고 뚝 떨어져서
가던 길 뒤로 획~ 되돌려서 불 속의 소가 되네.
4. 진이(塵異)
탁한 것은 저절로 탁하고 맑은 것은 맑지만
보리와 번뇌는 본래가 똑 같이 평등하니
누가 조급하게 말했나, 저 구슬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고,
나는 말하네,내가 가는 길엔 가는 곳곳마다 저 검은 구술이 맑게 빛나네.
온갖 경계가 사라질 때에 본체가 전체에 두루해서 나타나네.
삼승이라는 분별도 편의상 이름만 지은 것이네.
대장부 스스로 하늘을 찌르는 기개가 충천하니
如來가 간 길을 무조건 따라가지는 않는다네.
5. 연교(演敎)
부처님이 삼승을 단계적으로 설명하시니
삼세의 여래들도 똑같은 순서로 說한 것이네.
처음 설하실 때는 공(空)이 있음을 설하시니 모두가 空에 집착하더니
그 뒤에 이것을 부정하시니 또한 모두들 다 버린다네.
알아야 하나니, 용궁에 가득찬 그 대장경은 약방의 임시 처방전이고
최후에 하신 그 말씀 또한 현묘함에는 지극하게 미치지 못한다네.
참되고 고요한 절대바탕 속에서 문득 한 생각이 일어나니
염부제에선 어느덧 팔천년이 후딱 지나갔네.
6. 달본(達本)
공왕(空王)을 섬기는 헛된 수행을 집어 치우고
지팡이 뒤로 돌려 본래 고향으로 돌아 왔네.
구름과 물, 자연과 떨어지면 머무를 데가 어디에 있겠는가.
눈 덮힌 깊은 산속에서 나는 모든 것을 잊어 버리네.
지난 날 고향을 떠날 때 생각하니 옥같던 나의 얼굴이
나 이제 고향에 돌아오니 귀밑머리가 서리같이 히끗히끗 세었네.
손 놓고 집에 돌아오니 아는 사람 아무도 없어
무엇 하나 부처님께 바칠만한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네.
7. 환원(還源)
본 고향으로 돌아 왔다는 말조차 어긋난 것이니
본래 머무는 곳도 없는데 고향 또한 어디에 있겠는가.
만년의 솔밭 길은 눈이 깊게 덮혀있고
연 이은 산봉오리들은 구름 속에 가리워져 있네.
주인과 나그네가 화목할 때는 그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임금과 신하가 함께 있으면 바름 속에도 거짓이 있네.
고향에 온 소식을 구태어 한마디 읊어 본다면
명월당(明月堂) 앞의 마른 고목나무에 꽃이 활짝피어 있네.
8. 회기(廻機)
열반의 그 성채 안도 오히려 위태롭고
길 가다가 만나는 것도 또한 기약이 없네.
때 묻은 누더기 옷 입어서 부처라고 이름 한다면
보배로 화려하게 꾸며 입는다면 누구라고 불러야 하나.
나무사람(木人)이 밤중에 신발을 질질 끌며 길을 가는데(木人夜半穿靴去)
돌여자(石女)는 동틀녁에 모자쓰고 돌아오네.(石女天明載帽歸)
만년 푸른 옛연못 속에 비친 하늘의 달을
두세번 건져보고 난 후에야 비로소 알겠구나.
9. 전위(轉位)
털가죽 뒤집어 쓰고 뿔을 달아 시장통으로 들어와 보아야
불 속에서 우담발화 피어났다 할 수 있으리.
번뇌의 바다에서는 비와 이슬이 되었다가
無明의 산마루 위에서는 구름과 우뢰가 되네.
확탕 노탄 저 불길도 단 한 숨을 불어넣어 꺼지게 하고
검수도산 (劍樹刀山)저 험악한 지옥도 한 마디 할에 무너지네.
금사슬로 된 현관문에도 머물러 있지 않고
또 다른 종(異類)을 향해서 윤회를 하고 있네.
10. 일색(一色)
마른 나무 바위 앞에 헷갈리는 갈림길 많이 있어
지나가는 행인들 여기에 이르러 모두다 주춤거리네.
흰 눈과 흰 해오라기 그 빛깔이 같지 않고
달빛과 갈대꽃도 서로 비슷하지도 않나니
분명히 알았어도 안것이 하나도 없고
깊고 그윽한 곳일지라도 또한 그것이 아니네.
은밀하게 그대에게 최상승의 현묘한 경지 노래하나니
허공 안의 저 달빛을 붙잡을 이 누구인가? (空裏蠣光撮得摩)
-동안 상찰선사의 십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