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진인 2009. 3. 4. 13:58

 

 

 

수정구슬은

그 자체가 티없이 맑고 투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놓여있는 주변의 온갖 색갈과 그림자에 얼룩져서

물들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우리는 수정구슬이 맑고 깨끗하다는 것을 잘 안다.

 

시커먼 바탕에 놓으면 수정구슬도 시커멓게 보이고,

빨간 바탕에 놓으면 수정구슬도 역시 빨갛게 보이며,

전체가 하얀 바탕이면 수정구슬도 하얗게 보인다.

주변이 어수선하고 지저분하면

수정구슬도 또한 지저분하게 얼룩져 보인다.

 

그러나 다만 수정구슬 표면에 반사되어 비치는

그림자가 그렇게 보일 뿐이지,

수정구슬 자체는 아무런 물듬과 영향이 없다.

수정구슬은 항상 맑고 깨끗하지만

주변의 색갈과 모양이 단순히 구슬 표면에 비쳐 보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들의 존재자체도 티없이 맑은 수정구슬과 비슷하다.

 

생각으로 된 온갖 희로애락의 망상과 사건과 물질들이

마음이라는 의식의 수정구슬 표면에 비쳐서 지나가지만,

우리의 존재의식은 아무런 물듬과 영향이 없다.

우리들 존재자체가 수정구슬과 같이 얼룩진 그림자들과 아무 관계가 없는데,

이 지나가는 현상세계의 온갖 그림자에 대해서 

왜, 우리가 좋다,싫다라는 둥, 분별을 하며, 두려워 하는가 ?

 

우리의 존재자체는 어떤 것에도 오염되지 않으며, 항상 맑고 투명하다.

그러나 우리 자신은 존재라고 하는 의식의 그 수정구슬조차도 아니다.

 

수정구슬이 무한한 허공 안에 놓여있듯이,

우리들의 존재의식도 오직 유일한 참나 안에 있는 것이다.

 

수정구슬은 허공을 닮아서 맑고 투명하다.

우리들의 존재의식도 참나를 닮아서 맑고 순수하다.

 

참나는 공간처럼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지만, 언제나 침묵하고 있다.

우리들의 존재의식도 마음의 표면에 온갖 삼라만상을 반사하며 지켜보고 있다.

 

우리의 참존재는 무한한 허공처럼 모든 것을 포용하는 그릇이다.

자기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던간에,

자기존재는 수정구슬처럼 어떤 경계에도 물들지 않고,

항상 맑고 순수하다.

 

모든 것이 나이며,

모든 것의 바탕이 바로 나자신인 것이다.

<너는 항상 그것일 뿐이다>

 

                                                                    2009.3. 4.

                                                                                   -다시 세상 속으로 나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