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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도덕경 35장, 도는 맑아서 아무 맛도 없소.

무한진인 2008. 8. 14. 20:45

 

 

[원 문]

執大象 天下往 往而不害 安平太

집대상      천하왕     왕이불해     안평태

 

樂與餌 過客止

악여이      과객지

 

道之出口 淡乎 其無味

도지출구       담호    기무미

 

視之不足見 聽之不足聞  用之不足旣

시지부족견        청지부족문        용지부족기

 

 

[해 석]

 

大道를 간직한 채

세상 속으로 들어가서

세속에 뭍혀 살아갈지라도  害될 것은 아무것도 없소이다.

그저 있는 그대로 평범하고 편안하여 모든 것에 두루 통할 뿐이오.

 

화려한 풍류와 다채로운 음식들은

지나가는 길손을 유혹하여 발길을 멈추게 하지만,

 

도인에게서 나오는 말은

너무나 싱겁고 담백해서

아무런 맛도 없소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관심을 주지 않소.)

 

보려고 해도 볼수 있는 것도 아니며,

들으려 해도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아무리 쓴다해도 다함이 없는 것이 바로 道라는 것이외다.

 

[해설]

이번 35장의 내용은 도인이 속세에서 살아간다 하더라도, 도심을 그대로 잡고 있으면 세속에 오염되지 않으며, 세상사람들은 감각적 자극에만 관심을 줄 뿐이고,

도인의 무위자연적인 가르침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하고 있읍니다.

도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감각을 초월한 것이지만,

그 작용은 무한하다고 묘사되고 있읍니다.

도인은 세상에서 평범하게 살면서 특별하게 드러내지는 않고 있지만,

그 숨은 능력은 전우주에 펼쳐진 무한한 바탕 힘을 지니고 있다는 말로도 들립니다.

 

전체 문장 구성상 의미연결 측면에서 자세히 분석해 보면 좀 어색한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아마도 곽점본 형성당시 몇가지 별도의 문장들이 나중에 조합되어 구성된 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장은 곽점본,백서본, 왕필본에 전부 수록되어 있는 장이며,

전체 내용도 세 판본이 거의 같읍니다.

그래서 왕필본만 가지고 해석을 했읍니다.

 

執大象 天下往 往而不害 安平太

집대상      천하왕     왕이불해     안평태

執 ; 잡다,가지다. 象; 모양,형상,도리, 往 ; 가다,보내다. 害; 해롭다,꺼리다,방해하다. 손해,재앙, 安 ; 편안하다. 平 ; 평평하다,편안하다. 太; 크다,매우,통하다.

 

執大象 ; 크나큰 도를 간직한 채

天下往 ; 세상 속으로 들어가서

往而不害 ; 세속에 뭍혀서 산다할지라도 아무것도 害될 것이 없고

安平太 ; 편안하고 평범하여 모든 것에 두루 통한다.

 

執大象,을 직역하면 '큰 모양을 붙잡고서'라고 해석이 되지만,

여기서 大象이란 '大道'를 말하는 것입니다.

즉 '道를 붙잡고 있다'라는 의미인데, 도를 "큰 모양'이라고 묘사한 것은 우주만상전체의 경계가 없었진 오직 '하나'라는 의미에서 '큰 모양'이라고 표현한 것 같읍니다.

道를 '大象'이라고 표현한 것은 사실 적절한 표현은 아닙니다.

道는 모양도 없고, 알수도 없고, 속성도 없고, 크기도 없는 것인데, '큰 모양'이라고 묘사한 것은 "작은 모양'인 에고적 개체의식과 상대적인 표현으로 사용한 것이죠.

사람이 작은 육체만을 "나"라고 여기면, 그것이 '에고적 개체의식'으로 '작은 모양'이지만, 도인은 육체를 자기라고 여기는 육체 동일시를 버리고,

작은 개체에고의식을 초월하여 우주적 전체의 큰 의식이 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므로 이상태를 상대적으로 '큰 모양'이라고 표현을 했읍니다.

그러나 '大'는 상대적인 의미의 '크다'는 뜻도 있으나, '무한하다'는 의미도 있으며, 여기서는 단순히 '大道를 그대로 간직한채'라고 해석을 하면 적절할 것 같읍니다.

 

天下往, 을 직역하면  '천하로 간다'이렇게 해석 되겠지만,

天下는 속세세상을 말하며, 도인이 세속에서 평범하게 보통사람들과 어울려 산다는 의미입니다.

往而不害,는 세상으로 들어가 세속인처럼 평범하게 살아도 도를 잃지 않는다,라는 의미입니다.

또한 거칠 것도 없이 자유스럽고,도를 잃어 버리지도 않는다는 것이죠.

安平太,평안하고 평범하며, 太,는 모든 것에 두루 통한다는 뜻이 있읍니다. 

 

도인이 道心을 그대로 유지한채 세상에 나와서 속세인들과 평범하게 어울려 살드라도 道心에는 전혀 전혀 손상을 받지 않고,

평범하면서도 마음은 편안하며, 모든 것에 두루 통하여 거칠 것이 없이 자유스럽다는 말입니다.

 

진실한 도인은 깊은 내면과 하나가 되어 우주와 일체가 된 사람이며,

내면과 외면의 구분이 사라져서, 모든 것을 평등하게 보고, 전체가 하나라고 보며, 에고적인 개체의식이 없어서, 무위자연의 움직임과 하나가 된 상태입니다.

그래서 세상에 나와서 평범한 범인같은 생활을 하지만, 욕망이나 집착에서 벗어나 있으므로 바라는 것도 없고, 억지로 구할 것이 없으니, 마음이 평안하고 태평스러울 수 밖에 없읍니다.

죽음과 탄생을 벗어나 있으므로 목숨에 대한 집착이 없고, 전체에 두루한 자연의식에 동조하고 있으므로 ,자연의 리듬에 맞추어 여유있고 너그러우면서도 자유스럽게 살아간다는 것이죠.

 

樂與餌 過客止

악여이      과객지

樂 ;음악,풍류,즐기다. 與 ; 더불어, 및. 더불다,같이하다.餌; 음식,미끼, 꼬이다,유혹하다.

過 ; 지나다. 客 ; 나그네,손님. 止; 머무르다,그치다.

 

樂與餌 ; 화려한 풍류와 더불어 사람을 유혹하는 음식들은

過客止 ; 지나가는 나그네의 시선을 멈추게 하지만,

 

樂與餌,는 풍류와 요리, 즉 사람을 유혹하는 오락과 음식을 말합니다.

過客止,는 지나가는 나그네를 멈추게한다는 것은 그런 것들이 사람들을 유혹한다는 것이죠.

모든 사람들이 오락과 음식같은 외부 감각자극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말입니다.

외부 대상의 즐거움만 찾아다니고 자기 내면은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는 것이죠.

 

외면으로만 향하던 관심과 주의를 내면으로 돌려서 자신의 원래 본성을 되찾기 위해 <나란 무엇인가?>, 또는 <나는 어디로부터 나왔는가?>라는 근본적인 내면 문제를 깊히 파고 들어서 "自己忘覺'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사람들을 구도 열망자 또는 자기의 참본성을 찾아 나선 수행자라고 합니다.

그런 이들은 홀로 오랜 구도공부와 인내력을 가지고 내면을 탐구하여 결국은 자기의 원래의 진실하고 자유로운 내면의 정체성(참나)을 깨닫고, 그곳에 확고하게 정착해 있음으로써, 인간의 모든 갈등과 의문이 해소되어 원천적인 고통과 가상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난다고 합니다. 

 

道之出口 淡乎 其無味

도지출구       담호    기무미

口 ; 입,말하다.淡 ; 맑다,담백하다.싱겁다. 味; 맛

 

道之出口 ; 도인에게서 나오는 말은

淡呼 ; 맑고 담백하니

其無味 ; 아무 맛도 없구나.

 

道之出口,는 직역하면 '도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직역 될 수 있지만,

"도인이 하는 말"을 의미합니다.

淡呼,는 맑고 담백하다,는 뜻인데, 아무 속성도 특징도 없이 평범하다는 의미가 있읍니다.

其無味,는 도에 관한 말은 아무 맛도 없이 싱겁다, 또는 재미가 없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라는 의미가 있읍니다.

즉, 도인이 말하는 깨달음이나 도에 관한 말은 너무나 평범하고 재미가 없어서, 사람들이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히려  감각적 쾌락을 자극하는 오락이나 맛난 음식에만 눈길을 준다는 것입니다.

 

도란 바로 무위 자연 자체를 의미하므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말하는 도인의 가르침은 너무나 평범하여, 돗보이거나 유혹할 만한 매력이 전혀 없으므로 보통사람의 마음에 자극을 주기가 어렵읍니다.

보통 사람들은 물질적인 감각자극이나 당장 눈앞에서 매혹될 수 있고, 욕망을 자극하는 대상에 더 이끌리지, 보이지도 않고, 알 수도 없는 도에 대하여 관심을 주는 사람이 많지 않읍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지금 이 도덕경을 읽는 분들은 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들이며,

앞으로 좋은 기회를 만나면 큰 道를 얻을 수 있는 잠재적인 재목들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읍니다.

 

視之不足見 聽之不足聞  用之不足旣

시지부족견        청지부족문        용지부족기

視; 보다. 足;되게하다.이루어지다. 見 ; 보이다. 聽 ; 듣다. 聞; 들리다.

用; 쓰다. 旣; 다하다,없어지다.

 

視之不足見 ; 그것은 보려고 해도 볼수 있는 것이 아니고,

聽之不足聞 ; 들으려 해도 들을수 있는 것이 아니며

用之不足旣 ; 그것은 아무리 써도 없어질 수가 없다.

 

도는 육체적인 눈으로 보려고 해도 볼 수도 없고,

육체적인 귀로 들으려고 해도 들을 수가 없다는 의미는,

도가 감각의식으로 감지되는 의식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볼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지만, <그것이 있다>는 것은 바로 그자체가 보는 자이고 듣는 자인 주체(主體)이기 때문에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는 것이죠. 

그 주체가 바로 도의 본체이며 의식의 근원인 참나 인 것입니다.

 

用之不足旣,라는 말은 도의 작용이 무한하게 이 우주 현상세계 전체에 끊임없이 펼쳐진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무한하게 나오고 사라지지만, 도의 작용은 줄지도 늘지도 않고 항상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도의 본체는 아무런 변화도 없이 그대로 있읍니다.

 

이번 35장의 내용은 쉽고 평이하면서도 아주 짧은글이지만,

자세히 음미해 보면 나름대로 한구절 한구절 마다 진지한 구도자들에게 좋은 교훈이 되는 말씀입니다.

 

요즘 매일 찌는 둣한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었는데,

더위를 피하는 피서방법도 여러가지가 있겠읍니다만,

여기 옛 선사들의 피서방법에 대한 화두 한구절 소개해 보겠읍니다.

 

동산선사에게 어떤 스님이 물었읍니다.

"추위나 무더위가 오면 어떻게 피하는 것이 좋겠읍니까?"

 

"그럼 추위나 더위가 없는 곳으로 달아나면 되지"

 

그러자 그 스님이 재빠르게 동산선사에게 되물었읍니다.

"그럼 그런 곳이 어딘지 좀 가르쳐 주십시요"

 

동산선사가 즉각 대답했읍니다.

 

"추위가 오면 추위 속으로 들어가고,

더위가 오면 더위 속으로 뛰어 들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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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바람 한 줄기-

이마를 간지럽히며 스쳐 지나간다.

무더운 여름날 한낮,

 

느티나무 고목에서 울어대는

매- 앰~  매- 앰~  매-  앰 ~  맴~ ~

매미 소리에 귀를 기우리고 있다가-

 

눈 깜빡 할 사이에

세상이 몽탕 사라져 버렸다.

 

아무것도 모른 채,

꾸- 벅~ 꾸-벅~ 꾸-벅~ 꾸~

~   ~  ~  ~  ~  ~  ~   ~  ~.     

 

감사합니다.    -무한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