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기초교리 공부] 10.위빠사나 지혜(1)

2025. 1. 17. 22:47성인들 가르침/불교 교리 일반

 

(1) 깨달음과 마장을 구별하는 지혜

 

호흡을 마음 챙겨 알아차리면 배에 바람이 들어가고 나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바람이 가득 찼을 때는 배가 단단해지고, 바람이 빠졌을 때 배가 부드러워진다.

마치 자전거 타이어가 공기가 가득 차면 단단해지고 공기가 빠지면 부드러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는 물질의 지대(地大)를 관하는 것이다(色).

 

다시 호흡을 주시하면 배에 바람이 은은하게 들어가고 은은하게 나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는 움직임을 통해 물질의 풍대(風大)를 느끼는 것이다(受).

들이쉰 호흡에 의해 배가 불러오면 ‘(배가) 불러옴’, 배가 꺼지면 ‘(배가)꺼짐’이라고 이름을 붙이며 알아차리면(想) 잡념을 다스릴 수 있게 되고, 주시의 앎(識)이 뒤따르면 배가 따뜻해지는 화대(火大)를 느끼게 된다. 정진이 끊어짐 없이 이어지면 온몸이 희열에 젖어있는 촉촉함의 수대(水大)를 느끼게 된다.

이러한 상태에서 호흡의 들고남에 대한 관찰함이 깊어지면 의식이 편안하게 가라앉아 미세한 것까지도 알아차리게 되고, 미세함 속에서 ‘행위의 원인인 의도’를 볼 수 있게 된다(行).

 

이와 같이 오온이 호흡에 온 마음으로 집중되어 있으면 호흡을 들이키는 의도와 들이킴, 내쉬려는 의도와 내쉼이 한꺼번에 일어나고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을 보게 된다.

이를 정신적 의도와 육체의 움직임을 또렷이 구별하는 앎(名色區別知)이라 한다.

이는 몸의 움직임과 그 의도에 대한 관찰을 통해서 얻어지는 지혜이며,

위빠싸나 수행을 통해 얻게 되는 지혜의 첫 단계이다.

 

수행자가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호흡의 움직임과 그 의도에 마음을 더욱 더 기울여 관찰하면 이 둘 사이에 연기적 인과관계가 있음을 알게 된다.

‘숨을 들이쉬려는 의도’에 의해 ‘숨을 들이쉼’의 행위가 있고, ‘숨을 내쉬려는 의도’에 의해 ‘내쉼’의 행위가 있다. 이를 정신과 육체작용의 연기를 아는 지혜(緣把握知)라 하고,

이때 호흡과 의도가 거듭거듭 끊임없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 호흡의 과정 속에서 지(地)수(水)화(火)풍(風)이라는 4대(四大)의 끊임없는 생멸을 봄으로써 무상함을 느끼고, 거기에는 '나'도 '나의 것'도 없음을 보아 알게 된다.

또한 알아차림이 확장되면 호흡을 일으키는 의도(行)와 그것을 지켜보는 앎(識)과 호흡에 대한 이름붙임, 즉 개념(想), 호흡의 과정에서 경험되어지는 느낌(受) 그 어디에도 나라거나 나의 것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음을 알게 된다. 이를 의도와 육체적 현상들의 무상·고·무아에 숙달한 지혜(熟達知)라 한다.

 

산을 넘으려면 고개를 넘어야하고, 고개를 넘다보면 도적떼도 만날 수 있다.

이 도적들은 잠재의식 안에 잠자고 있던 번뇌이고, 업의 드러남이다.

오온의 무상, 고, 무아를 관찰할 수 있게 되면 도에 가까워졌다는 자신감이 생기게 되고, 무아를 완전히 터득하지 않은 이에게 이런 직접적인 경험은 자아에 대한 집착을 더욱 강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수행자에게 이와 같은 일이 생겼을 때, 초보자는 그 현상을 자랑하고 집착하게 된다.

이들은 이 수행의 정점이 무아(無我)에 도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수행을 처음 시작할 때의 불순한 동기에서 연유하기도 한다.

이러한 직접적인 경험들을 위빠싸나에서 파생된 번뇌(觀隨染)라 하고,

이 관수염은 다음과 같은 10가지 현상에 대한 집착으로 드러난다.

 

①마음이 집중된 상태에서 알아차림이 지속되면 빛(光明)이 보인다.

②어느 순간에 경전이나 교리에 대한 이해력(智)이 증장된다.

③④⑤ 몸의 희열(喜), 편안함(輕安) 또는 즐거운(樂)을 경험한다.

⑥⑦깊은 신심(勝解)이 일어나 정진(努力)이 저절로 되기도 한다.

⑧⑨흔들림 없는 마음챙김(現起)으로 평정한 상태(捨)를 경험하기도 한다.

⑩이러한 모든 현상의 하나 혹은 여럿에 대한 집착과 욕망(欲求)이 일어나면 그것이 마장이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험들을 집착하지 않고 수행과정의 현상일 뿐이라고 알면

도(道)와 마(魔)를 구별하는 지혜(道非道智見淸淨)를 갖갖추게 된다.

 

                                                      - 등현스님 지음 <불교를 _ _ _ 꿰뚫다> -​

                                                        (등현스님: 고운사 화엄승가대학원장)

 

2025년 1월 1일 새벽 06시37분, 아차산 정상에서- 구리시 인근 고덕토평대교 일대 (구리시 일대) 한강 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