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다 왕문경 공부] 4. 윤회 (6)

2023. 9. 26. 21:47성인들 가르침/불교 교리 일반

 

업과 윤회

 

[본문]

밀린다왕 : 윤회할 때 현생의 몸에서 내생의 몸으로 옮겨가는 것이 있습니까?

 

나가세나 : 그런 건 없습니다.

 

밀린다왕 : 그렇다면 악행의 결과(業報)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습니까?

 

나가세나 : 그렇습니다. 만약 환생하지 않는다면 악업에서 벗어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내생에 다시 태어나기 때문에 업보를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 몸과 마음(名色)으로 선하거나 악한 행위를 하면, 그 업으로 인해 또 다른 몸과 마음이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다음 생에서 악행의 업보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밀린다왕 : 예를 들어 설명해 주십시오.

 

나가세나 : 만약 어떤 도둑이 다른 사람의 망고를 훔친다면, 그 도둑은 벌을 받습니까?

 

미린다왕 : 그렇겠지요.

 

나가세나 : 그 망고는 주인이 심은 그 망고가 아닙니다. 그런데 어떻게 도둑이 벌을 받습니까?

 

밀린다왕 : 도둑이 훔친 망고가 애초에 심은 망고의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나가세나 : 바로 그렇습니다. 이 몸과 마음으로 선행이나 악행을 하면 그 업보로 또 다른 몸과 마음이 태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이 몸과 마음은 악행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입니다.

 

[해설]

이 문답의 앞 부분은 모호한 데가 있다. 여러 판본을 검토해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전체 맥락을 살펴서 서두의 두 차례 문답 요지를 재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밀린다왕 : 사람이 환생할 때 이생에서 다음 생으로 옮겨가는 것이 있는가?

나가세나 : 없다. 앞서 등잔불의 예를 들지 않았는가?

밀린다왕 : 그렇다면 이생에서 악업을 지어도 다음 생에서 과보를 받지 않는다는 말인가?

나가세나 :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면 (즉 해탈을 한다면) 다음 생에서 악행의 과보를 받지 않겠지만, 다음 생에 태어나게 된다면 반드시 과보를 받는다 - - - .

 

여기서 '몸과 마음'은 명(名)과 색(色)을 번역한 것인데, 정신 육체-통합체로서의 인간존재를 가리킨다. 인과응보(因果應報)의 법칙은 "선한 행위는 선한 결과를 얻고, 악한 행위는 악한 결과를 얻는다."는 것인데, 나가세나의 비유에서 보듯이 선과 악이라는 가치판단 이전에 원인과 결과가 동류(同類)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붓다 자신도 현생의 상황을 전생의 특정행위의 결과로 해석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그 인과율이라는 것이 "물건을 훔친 자는 도둑을 맞는다 " 는 식으로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과가 나타나는 시기도 알 수 없기 때문에 (몇생이 지난 후에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한다) 숙명통(宿命通)이나 천안통(天眼通)이 아니면 알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환생한다는 것을 미리 아는가

 

[본문]

말린다왕 : 다시 환생하게 될 존재는 그 사실을 압니까?

나가세나 : 예, 알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밭에 씨앗을 뿌린 농부가 비가 내리는 걸 보고 작물이 자랄 것을 아는 것과 같습니다.

[해설]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죽기 직전, 혹은 죽고나서 환생하기 직전에 그것을 알 수 있게 된다는 의미로 볼 수 있고,

또 하나는 '모든 것을 아는' 우리의 무의식은 이미 그것을 알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서정형 역해 <밀린다 왕의 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