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21. 00:43ㆍ무한진인/無爲閑人 心身不二
팔십이 다 된 이 늙은이가
아직까지 궁상맞게 브로그를 열심히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 가지라도 붙들고 있으면,
그런대로 저녁나절 무료한 시간 때우기가 아주 적절하기 때문이다.
팔십 다 된 늙은이가 돗보기까지 써가면서
매일 저녁, 브로그에 글을 쓰기 위해 더듬거리며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고 있는 것은
혹시나 내 앞의 생에 닥쳐올지 모를 치매의 예방에는 아주 효과가 있을 것 같아서
열심히 손가락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브로그에 영성,깨달음에 관한 글이나 정신수행에 관한 내용만 올린 이유는
이 나이에 내 앞의 남은 생에서 깨달음을 성취하려는 욕망이 있다거나
정신적 치유같은 어떤 이득이라도 바라보고 하는 짓꺼리는 아니고,
젊었을 때에 그런 책들을 너무 많이 쌓아 두었기 때문에
그 책들을 그냥 쓰레기로 내버리기가 아까워서 남아 도는 시간에
심심풀이 삼아, 브로그에 과거에 읽어 본 내용들을 다시 한번 상기하는 의미에서
그대로 옮겨 적어 보면서 뚜벅 뚜벅 손가락 운동을 하는 것이다.
손가락 운동은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 나이에 무슨 정신수행을 하고, 영성서적을 숙독하고, 깨달음을 바라보나?
이제는 수행도 미련없이 내버리고,
그 많은 영성 책들도 멀리하고,
그 깨달음이라는 허망한 환상도 다 내다 버려야지 !
체력이 남아 있을 때까지는 이 산 , 저산 자유롭게 등산이나 다니면서
핸드폰으로 풍경 사진이나 이것 저것 찍어가며
저녁에는 옛날에 보던 책들을 다시 한번 훌터보며 브로그에 올려 놓으면서
손가락 운동을 열심히 해봐야지,
할 일 없으면 옛날 구입한 책을 앉은뱅이 책상 위에 펼쳐놓고
꾸벅 꾸벅 한가롭게 졸다보면 '밥 먹어요' 부르면 밥먹고,
밥 먹고, 핸드폰 한참 들여다 보다가, 이내 눈이 아파서,
다시 보지도 않는 책 그냥 앞에 싱겁게 펼쳐 놓고는,
꾸벅 꾸벅 한참을 졸다보면,
이내 저녁 때가 되어 밥이나 먹고,
이 나이에 무슨 수행이라는 것을 하겠나?
이 나이에 눈도 시원찮은데 무슨 두꺼운 영성 서적을 읽겠나?
이 나이에 무슨 깨달음이라는 것을 찾아 헤메겠는가?
이제 내려가는 비탈길에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구하겠나 ?
이제는 애쓸 것도 없고 바랄 것도 없네.
때때로 높은 산 꼭대기에 올라가서
두둥실 떠다니는 흰 구름과,
그리고 푸른 하늘이나 올려다 보면서,
한가한 때는 그냥 방 안에서 가만히 졸고 있거나,
있는 그대로, 눈감고 조용히 쉬기도 하고 ~
2023. 9, 20.

'무한진인 > 無爲閑人 心身不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워하는 상대방에 대한 간디의 대응방법 (0) | 2024.02.12 |
---|---|
새해가 떠오릅니다. (0) | 2024.01.01 |
설 연휴 편안하고 즐겁게 보내세요. (0) | 2023.01.22 |
2023년 새해가 찬란하게 떠오릅니다 (0) | 2023.01.01 |
송구영신(送舊迎新) (0) | 2022.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