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11. 22:21ㆍ성인들 가르침/불교경전
사물의 시원 1
[본문]
밀란다왕 : 스님께서는 사물의 궁극적 시초는 알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가세나 : 붓다께서는 "육근(六根, 여섯가지 감각기능) 과 육경(六境,여섯가지 감각대상)을 원인으로 해서 촉(觸, 감각기관과 감각대상의 부딪힘)이 일어나고, 촉을 원인으로 수(受)가 일어나고,
수를 원인으로 애(愛)가 일어나고, 애를 원인으로 취(取)가 일어나고, 취를 원인으로 업(業)을 짖는다. 그리고 업은 다시 육근을 일으킨다."고 하셨습니다.
이러한 순환구조의 끝이 있겠습니까?
밀란다왕 : 끝이 없습니다.
나가세나 : 바로 그렇습니다. 대왕이시여, 결국 사물의 궁극적 시원은 알 수 없는 것입니다.
[해설]
"업을 짖는다"는 것은 "생각과 말과 몸으로 행위를 한다."는 것이므로 그 자체로 나쁜 뜻은 없다.
좋은 업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위에서 보듯이 모든 행위(業)는 '순수' 행위가 아니라,
아욕( 我慾 = 私慾)과 삼독(三毒)에 물들어 있다. 사주명리(四柱命理)라는 것도 결국 특정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 특정한 환경에서 아욕(我慾)을 어디로 향하는지 가늠하는 술법이다.
여기서는 "업이 다시 육근을 일으킨다"는 순환과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든 중생의 감각기능은 그 중생의 특별한 업에 의해서 형성된다. 개나 돼지의 감각기능도 결국 업에 의해 형성된 것이고, 이렇게 형성된 기능은 다시 반복된 행위를 통해 나선구조로 업을 확대 재생산 한다.
원주(圓周)에는 시작과 끝이 없다.
사물의 시원 2
[본문]
밀란다왕 : 모든 사물의 궁극적 시초는 알 수 없는 것입니까?
나가세나 : 어떤 것의 시초는 알 수 있고, 어떤 것의 시초는 알 수 없습니다.
밀란다왕 :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나가세나 : 무명의 선행조건은 없는 것같이 보입니다. 이 경우에는 궁극적 시초를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물은 생기자마자 다시 사라집니다.이 경우에는 그 사물의 시초를 알 수 있습니다.
[해설]
시간적 시초와 영원, 그리고 공간적 한계와 무한은 인간의 인식과 경험을 초월해 있으므로 언어와 사유의 영역이 아니다. 붓다는 이러한 형이상학적 물음이 고통의 소멸과 해탈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무익한 탐구라고 생각했다.
붓다의 이러한 태도를 무기(無記)라고 하는데 '독화살의 비유'가 유명하다.
요지는, 독화살에 맞은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그것을 빨리 뽑아내고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지,
독화살을 쏜 사람이 누군지, 독과 화살의 재료는 무엇인지 따질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중생은 이미 삶과 죽음의 괴로움이라는 운명의 독화살을 맞은 존재이다.
- 서정형 역해 < 밀린다왕의 물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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