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조법사의 조론 공부5] 서장 -종본의

2023. 6. 14. 22:33성인들 가르침/초기선종법문

 

[본문]

제법의 실상을 반야라고 하는데, (제법의 실상인 반야를) 증득한 것을 능히 드러내 보이지 않는 것은 구화(漚和,방편)의 공(功,힘)이다.

(또한) 세속의 진루(塵累,번뇌)에 물들지 않는 것은 반야의 힘 때문이다.

[약주] - 감산대사

여기서는 대혜(大慧)의 뜻을 설명하였다.

능히 제법의 실상을 보는 것을 반야(般若)라고 한다.

비록 공을 관하면서(觀空) 증득을 취하지 않고 거듭 방편(方便)을 일으켜 중생을 제도하는 일은 방편의 힘에 기댄 것이다.

중생에게 다가가 교화하는 것은 곧 방편의 일이니, 비록 생사를 겪으면서도 누(累)가 되는 진로(塵勞,번뇌)를 받지 않는 것은 온전히 반야의 힘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살의 공을 관하면서도 만행(萬行)이 물 끓듯 떠들석하게 일어나고 유(有)와 관계하면서도 한결같이 청정한 것이다.

<정명경>에 이르기를 "방편없는 지혜는 속박이고, 방편있는 지혜는 해탈이다.

지혜없는 방편은 속박이고, 지혜 있는 방편은 해탈이다." 고 하였다.

(지혜와 방편으로) (진, 속) 이제를 쌍으로 비춰 유,무의 상을 취하지 않기 때문에 능히 공(空)에서 나와 가(假, 假有)에 들어가서도 걸림이 없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대혜(大慧)라고 한 것이다.

 

[본문]

그런즉, 반야의 문에서는 공(空)을 관하고, 구화의 문에서는 유(有)와 관계하는 것이다. 유(有)와 관계하면서도 애초에 허(虛)에 미혹돠지 않기 때문에 항상 유(有)에 처하면서도 물들지 않고, 유(有)를 싫어하지 않으면서 공(空)을 관하기 때문에 공을 관한면서도 증득하지 않는다.

이를 일러 '방편과 지혜를 갖춘 일념의 힘'이라고 한다.

방편과 지혜를 갖춘 일념의 힘, (이를) 잘 생각해 보라!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약주]

여기서는 증득한 것도 아니고 오염된 것도 아니다,는 뜻을 밝혔다.

반야(般若, 진실)로는 오직 공(空)만을 비추고, 구화(漚和,방편)로는 오직 유(有)만을 관계하기 때문이다. 유와 관계하면서도 허(虛, 텅 빔,空) 를 미혹하지 않은 것은 반야의 힘에 의지하기 때문에

유(有)에 처하면서도 오염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유(有)를 싫어하지 않으면서 공(空)을 관하기 때문에 공을 관하면서 증득을 취하지 않는 것은 방편의 힘에 의지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공과 유가 다르지 않은 (진,속) 이제(二諦)이고, 방편과 진실이 둘이 아닌 일심(一心)인 것이다.

동시에 쌍으로 비춰서 있고 없음(有無)에 걸림이 없기 때문에 "일념의 힘으로 방편과 지혜를 갖췄다"고 한 것이다.

"잘 생각해 보라!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한 것은 부지런히 마음을 써서 관하고 비추는 것(觀照)을 분명히 하면 마음과 경계가 분명하게 되고(心境歷然), 방편과 진실이 함께 드러나서

마땅히 힘들이지 않고도 오묘하게 계합하게 된다는 것이다.

 

[본문]

니원(泥洹,열반), 진제(盡諦)는 바로 번뇌(結)가 다한 것일 뿐이다.

생사를 영원히 말했기 때문에 다했다(盡)고 말하는 것일 뿐이지,

다시 또 하나의 다한 곳(盡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약주]

여기서는 열반무명론(涅槃無名論)의 종본(宗本,종지의 근본)을 나타냈다.

니원(泥洹)은 또 열반(涅槃)이라고도 하는데, (이를) 진제(盡諦)라고 칭한 것은 바로 번뇌가 다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른바 5주(다섯 번뇌)를 끝까지 다했기 때문에 2사(二死, 분단생사, 변이생사)가 영원히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생사를 영원히 말해서 이름하기를 진(盡)이라고 한 것일 뿐이지, 다시 또 하나의 진처(盡處)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며, 또한 칭할 만한 하나의 명칭이 진실로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까닭에 열반무명(涅槃無名)이라고 한 것이다.

일심(一心)을 근본으로 한 사론(四論)의 종지는 이를테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진,속) 이제(二諦)는 알고 모름이 아닌 관조(觀照)로써 불생불멸의 일심을 증득한다는 것이다.

인과(因果)를 그윽하게 알아 환중(環中,空)에 오묘하게 계합하면 종본(宗本, 종지의 근본)의 뜻(義)이 여기에서 다하는 것이다.

 

                                                                  -승조 저, 감산 약주, 강승욱 역주 <조론 역주> 운주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