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現存)이란 무엇인가?

2023. 6. 4. 11:40성인들 가르침/기타 비이원론 가르침

 

질문자 : 당신은 계속 현존하는 상태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머리로는 이해한 것 같지만, 내가 정말 그것을 체험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내가 생각하는 그런 것일까요, 아니면 전혀 다른 것일까요?

 

툴레 : 현존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현존에 대해 생각할 수 없으며, 마음으로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현존을 이해한다는 것은 현존하는 상태에 있는 것입니다.

작은 실험을 해 보겠습니다. 눈을 감고 자신에게 말하십시오, '다음에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

그런 후 주의를 집중하고, 다음에 올 생각을 기다리십시오. 쥐구멍을 지켜보는 고양이처럼, 그곳에서 어떤 생각이 나오는지 지켜보십시오. 지금 해 보십시오.

 

툴레 : 어떻습니까?

 

질문자 :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툴레 : 바로 그렇습니다. 강한 현존상태에 있는 한 우리는 생각에서 벗어나 있게 됩니다.

당신은 고요한 상태에서 예민하게 깨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당신의 의식적인 주의력이 어떤 수준 밑으로 내려가는 순간, 생각이 밀려든 것입니다. 잡념이 돌아오고 고요함이 사라진 것입니다.

당신은 다시 시간 속으로 돌아 왔습니다.

현존의 정도를 시험하기 위해 어떤 선사들은 제자들 뒤로 살금살금 다가가서 갑자기 몽둥이로 내려치는 방법을 씁니다. 얼마나 놀라겠습니까?

만일 그 제자가 예수의 비유에서처럼 깨어있는 상태에서 '준비를 하고 램프를 켜고' 있었다면, 스승이 뒤에서 다가오는 것을 눈치채고 몽둥이를 막거나 옆으로 피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스승의 몽둥이에 얻어맞았다면, 그것은 그가 망각에 빠져서 방심한 채 무의식 상태로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일상 생활 속에 현존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 속에 깊게 뿌리를 내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엄청난 타성을 지닌 마음의 급류에 휩쓸리게 됩니다.

 

질문자 : '자기 자신 속에 뿌리내린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툴레 : 그 말은 우리 자신의 몸에 충분히 거주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항상 의식의 일부를 몸 안의 에너지장에 집중하고 잇는 것을 말합니다. 말하자면 안으로부터 몸을 느끼는 것입니다. 몸을 의식하면 현존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를 '지금'에 붙들어 둘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질문자 : 나는 당신이 묘사한 것을 가끔 혼자 있을 때나 자연에 둘러쌓여 있을 때 순간적으로 경험하곤 합니다.

 

툴레 : 그렇습니다. 선사들은 그러한 통찰의 순간을 '삼매'라고 합니다. 그것은 완전히 현존하는 무심의 순간입니다. 삼매는 영속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반가운 일입니다. 그 순간 우리는 깨달음을 맛보게 됩니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면서도 여러 번 경험했을 수 있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 움장함, 신성함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현존이 필요합니다.

맑게 개인 밤하늘의 무한한 공간을 응시하면서, 그 완전한 평온함과 불가해한 광활함에 위압당해 본적이 있습니까? 숲속에서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진정으로 그 소리에 귀기울여 본적이 있습니까? 고요한 여름 저녁 해질 무렵에 이름 모를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어 본적이 있습니까? 그런 것들을 의식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정지해야 합니다. 잠시 개인적인 고민거리를 털어버리고, 과거와 미래, 그리고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내려 놓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보고 있어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합니다.

바로 완전한 현존이 요구되는 겁니다.

외부적인 형상의 아름다움 너머에는 이름을 부를 수도 없고, 말로 푠현할 수 없는 무언가 깊은 내면의 성스러운 본질이 있습니다. 아름다움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그러한 내면의 본질이 언뜻 언뜻 비치게 됩니다. 그것은 우리가 현존하고 있을 때에만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 불가해한 본질과 당신의 현존은 하나이며 같은 것이 아닐까요?

당신이 없어도 그것이 거기에 있을까요?

그 속으로 깊히 들어가 보십시오.

거기서 당신 자신을 찾아 보십시오.

 

-에크하르트 툴레 지음, 노혜숙 유영일 옮김 <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