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트 족첸 명상 (10)

 

주의(注意) : 정신현상의 힘의 원천

 

때때로 청정본심을 경험하고 생각과 감정이 그저 지나가는 사건이란 것을 인식하는 것이,

우리가 겪는 고통을 피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될 수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화가 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것은 그저 지나가는 감정이 아니라 진짜처럼 뚜렷하게 느껴집니다.

 

이런 마음의 상태가 그저 지나가는 현상임을 알아버린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런 방식이 우리의 정신적, 감정적 동요를 다루는데 충분한 도움이 될까요?

그렇게 쉬울 수 있는지 의심이 들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정신현상이 자신의 심장 안에, 머리 안에, 몸 전체에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렇게 강한 생리학적 반응과 감각이 일어나는 유일한 이유는 이 생각과 감정을 무척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즉, 그 경험을 인정하고 마치 그것이 실재하는 것처럼 의미를 둡니다.

우리의 관심은 그 경험에 집중되어 있기에 그 중요성을 창조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생각과 감정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때 그것에 힘을 실어 주게 됩니다.

그래서 마치 그것들이 생리학적 작용을 하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는데

사실은 '마음에서 일어난 일'일 뿐입니다.

심장 박동수 증가와 같은 신체적 반응은 두 번째 반응입니다.

이는 강한 정신 현상 때문에 생긴 에너지 파장입니다.

 

마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심각하게 여기면 에너지의 강한 파장이 생겨 마음에 흐르게 되고 신체적인 현상이 일어납니다.

생각과 감정 자체는 어떤 신체적, 생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간혹 어떤 특정한 생각과 감정은 다른 생걱과 감정보다 더 강력한데,

그것은 우리가 그 생각과 감정을 더 심각하게 여기고 다른 것보다 주의를 기울이며 키우기 때문입니다.

감정을 심각하게 여길수록 더 힘있게 변합니다.

어떤 감정은 힘이 약하기도 한데, 우리가 신경을 덜 쓰게 때문입니다.

같은 감정이라도 심각하게 여기고 주의를 기울이게 되면 강해지고,

반대로 별로 신경 쓰지 않으면 약해질 수 있습니다.

 

생각과 감정이 강해지는 유일한 이유는 우리의 '관심'입니다.

생각과 감정은 독립적인 힘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관심과 집중은 그것들에게 힘을 공급합니다.

정신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주의를 기울이면 정신현상은 더 힘이 강해집니다.

 

생각과 감정에 사로집히는 대신 청정본심으로 우리의 주의를 바로 돌릴 수 있다면

이런 현상들은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며 마음과 감정과 신체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여러분들에게 이론을 내세우는 것이 아닙니다.

제 말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고 여러분의 기분이 마법처럼 변하길 기대하지 마세요.

실제 그렇게 되는지 경험해 보라는 것입니다.

충분한 명상을 통해 직접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을 경험하고 나서 스스로 알게 될 것입니다.

 

어떤 일에 대해 강한 감정적 반응이 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 볼 수 있습니다.

'정말 좋지 않아,' '정말 잘못 되었어,'라고 생각하며,

일어난 상황을 심각하게 여길수록 이런 생각들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절박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모든 것이 더 악화됩니다.

심지어 공황상태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험한 상황이 닥쳤을 때 함께 있던 부모가 당황하면 함께 있던 아이도 크게 당황하게 됩니다.

우리가 심각하게 여기기 때문에 아이도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이죠.

그러나 그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으면 아이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할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음도 아이처럼 반응합니다.

생각과 감정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으면, 그것에 대한 반응도 약해집니다.

생각과 감정은 본질적으로 힘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믿음, 생각, 감정과 같은 모든 정신 현상을 능숙하게 다를 수 있습니다.

다음 번에 문제가 될만한 생각과 감정을 경험할 때,

이에 관심을 쏟지 않고 다른 일에 주의를 돌리면 그 정신 현상이 사라지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정신현상은 어떻게 해야 사라질까요?

우리의 관심이 경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정신현상이 용해됩니다.

이것이 그것들의 속성입니다.

정신현상은 우리가 그것들에게 관심을 갖고 집중함으로써 지속됩니다.

정신현상은 고유의 실체가 없습니다.

지금 말하는 것은 직접 체험이 가능하고 관찰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기억해야 할 유의 사항 :

제가 이 책을 통해 정신현상은 내재된 실체가 없다고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생각, 감정, 믿음을 비난하는 것이 아닙니다.

" 어떤 생각이나 감정을 갖지 마세요, 생각과 감정은 나쁜 겁니다. 어떤 생각도 하지 마세요.

어떤 감정도 갖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정신현상에 주의를 기울이면 그것들이 힘을 가지게 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정신 현상에 힘을 주는 대신, 마음의 자연스러운 상태를 깨닫고 거기에 머무르는 것을 제안합니다.

이렇게 할 때, 생각과 감정은 천천히 자연해탈* 되고 의도적인 노력 없이도 다를 수 있게 됩니다.

[ *註 : 1.자연해탈이란 자생의 본지(本智) 또는 각성(覺性)에서 스스로 출현하는 일체의 사념들을 어더한 다스림도 쓰지 않고 자연히 해탈시키는 법을 말한다. 마치 뱀이 똬리를 스스로 풀어내듯이 스스로 일어나는 사념들을 자연스럽게 놓아둠으로써 물결이 물속으로 용해되듯 무분별의 법계 속으로 스스로 녹아들게 하는 것이다. 자기해탈(自己解脫), 자탈(自脫), 자혜탈(自解脫), 스스로 해탈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2. 족첸수행에서 번뇌가 자연히 사라지는 것을 뜻함. 한자문화권에선 자해탈(自解脫)을 많이 쓰고 있다. ]

 

마음 상태가 더 청정해질수록 해로운 생각과 감정은 어떤 기법을 쓰지 않아도 자연히 사라집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청정본심의 자연스러운 상태에 머무는 것 뿐입니다.

청정본심의 상태에 머물게 되면 해로운 정신현상은 미리 막거나 멈추게 하고 비난하지 않아도 자연히 사라지며, 그것이 바로 정신현상의 속성입니다. 이것이 바로 해탈입니다.

 

-올갠 초왕 린포체 지음, 수연 옮김 <프린스턴 마인드> 운주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