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리꽃 피는 언덕에 서서~

2022. 9. 13. 23:04무한진인/無爲閑人 心身不二

올 가을은 다른 지난 해 보다도 산마루마다 싸리꽃이 유난히 풍성하게 핀 것 같다. 

등산을 하다 보면 산마루의 싸라나무마다 싸리꽃이 빈틈없이 꽉 들어차게 피어 있다. 

싸리꽃을 보면 어린 시절 먹을 것이 없어 가을 산속을 헤메던 생각도 난다. 

어느 때는 싸리꽃을 하나 하나 따서 입안에 한가득 넣고 향긋한 맛을 음미하며 맛있게 씹어 먹기도 했었다. 

 

싸리꽃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 모양이 작지만 좀 복잡하고 묘하게 생겨서 신비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싸리꽃 향기를 맡으면 지난 시절에 있었던 어떤 정서적인 추억이나  모종의 감성이 일어날 것 같기도 한데, 

그러나 이상하게도 아무런 감정도 이미지도 일어나지는 않는다.

무엇인가 과거에 싸리꽃과의 깊은 인연관계가 있는 추억이나 감정이 아련하게 있는 것 같기도 한데,

그러나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싸리꽃에 대한 아름다운 시구절을 떠올려고 해도 기억나는 아름다운 문장이 아무 것도 없다. 

 

그래도 풍성하게 피어있는 싸리꽃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서,

그 꽃 향기를 살며시 맡고 있으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알수 없지만 아련한 어떤 감정이 가슴 속에서 피어오를 것 같은데,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전혀 모르겠다.

아무 것도 모르므로 싸리꽃을 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

 

                                                     -2022. 9. 13. 산마루에서 싸리꽃향기를 맡으며-

 

 















 

 

 

[詩] 싸리꽃

그리움이 흐르다 멈추면
싸리꽃이 된다

눈물 고인 어린 눈에
서리처럼 엉긴 사랑

언젠가
떠나야 할 별
얼어붙어 꽃이 되다

하얀 눈이 내리다 멈추면
싸리꽃이 된다

심장같은 사랑을 위해
설궁(雪宮)을 버린 공주
못 잊을
그대 숨소리
하얗게 질려 꽃이 되다

                  - 문복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