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두 법륭선사의 심명(心銘) 공부(15)

2022. 1. 24. 22:04성인들 가르침/초기선종법문

[본문]

莫滅凡情, 惟敎息意

意無心滅, 心無行絶

不用證空, 自然明徹

滅盡生死, 冥心入理

 

모든 정(情)을 멸하려 하지 아니하고 

오직 마음을 쉰다는 가르침에 따른다.

상념은 무심(無心)해야 멸하는 것이나니

마음을 끊으려 하지 말라 !

공(空)을 증(證)하려고 하지 말라!

자연히 명철(明徹)해지는 것이나니

생사를 온전히 멸하는 길은

심원한 마음의 이법(理法)에 들어가는 것이네!

 

[해설]

거울은 정(情)이 없어 더러운 것이나 깨끗한 것에 영향받지 아니하고 평등하게 비춘다. 

그러나 범부는 그러하지 못한다. 

본래 지(知)함에는 정(情)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범부는 지(知)하면서 동시에 망령된 정(情)이 붙어서 대상에서 희로애락을 일으킨다. 

실은 지(知)하는 그 일법(一法)에 다른 어떠한 것이 붙을 수 없다. 

그런데 여기에 희로애락 등의 정(情)이 붙게 되니 바로 망령된 일이라 한다. 

정(情)이 없이 지(知)함이 지(知)함 없이 지(知)함이다. 

분별과 염착됨을 떠난 지(知)인 까닭이다. 

혜가(慧可)도 일찍이 "정(情)을 붙이지 말라(情事無寄)"고 하였다. 

그러나 혜가의 이 법문은 당시 선정을 위주로 닦던 이른바 정학(定學)의 무리들에 의해 마어(魔語)라고 비난받았다. 지혜가 따르지 아니하고 선정(禪定) 위주로 닦다 보면 그 선정에 정(情)이 깃들게 된다. 

정(情)이 깃들면 이미 사정(邪定: 삿된 정)이다.

그런데 이 망령된 정(情)이란 망령된 까닭에 이를 억지로 멸해 버리고자 한다면 이 또한 어리석음이다.

망령된 것이니 실다움이 없고, 그림자와 같아서 본래 얻을 수 없는 것이고, 그래서 이를 제거할 대상으로 삼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정(情)이 본래 그러함을 요지(了知)하여 단지 마음을 쉬고 있으면 저절로 사라진다. 

망령된 것이니 저절로 사라지게 되어 있다. 

상념(想念)도 마찬가지여서 무심(無心)해야 멸해지는 것이지 억지로 이를 잡아서 제거하려고 하면 그림자를 잡아 없애려는 것과 같아 또 하나의 어리석음을 낳는 것이 되어 버린다. 

무심함이란 바로 정(情)을 붙임없이 지(知)함이니 곧 지(知)함 없이 (知함에 염착됨이 없이) 지(知)함이다. 

그래서 마음을 끊어 가지고 정(情)을 없애려 함은 잘못이다. 

이렇게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또한 마음을 끊으려 하는 것이 어리석음이다. 

마음이란 공적(空寂)한 것이고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인데 어떻게 끊으려 한단 말인가.

공(空)을 증(證)하려고 함도 마찬가지로 잘못된 행이다. 

공(空)이란 곧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한 법문인데, 공(空)을 증하고자 한다면 이미 그 공(空)의 뜻에 위배된다. 공(空)이라는 법문을 통해 일체법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요지(了知)하였다면 그 공상(空相)도 버려야 한다. 이를 붙잡고 있어서는 안된다. 

일체법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요지함에 무명(無明)이 힘을 잃게 되면서 점차 자연히 명철해지는 것이다. 

구름이 점차 걷히니 밝은 해가 드러나듯이.

생사를 온전히 멸하여 구경의 열반에 이르기 위해서는 먼저 심원한 마음의 이법(理法)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달마대사도 먼저 이입(理入)이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자심(自心)에서 대승의 심오한 이법을 요지하고 통달해야 한다. 

위에서 설한 법문들이 곧 대승의 심오한 이법이고 심지법문(心地法門)이다. 

 

                                                              -박건주 역주 <心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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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부의 망정을 억지로 없애려고 애쓰지 말고

오직 그런 생각(없애려는 의지)들을 그치라고만 가르쳐 주는 것이라네.

莫滅凡情 唯敎息意

 

생각(의지)이 없으면 마음도 없어지고

마음이 없으면 행동도 끊어지나니

意無心滅 心無行絶

 

쓸데없이 空을 체득하려고 애쓰지만 않는다면

자연히 밝고 분명해 지리라.

不用證空 自然明徹

 

생사심(生死心)이 완전히 없어져 다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컴컴한 마음이 되어 그 본바탕으로 들어가네

滅盡生死  冥心入理

 

                                                       - 閑 -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수(合水)되는 두물머리(양수리) 전경, 2022.1.24. 검단산 정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