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사 방장 달하스님 신축년 동안거 결제법어

2021. 11. 20. 19:19성인들 가르침/현대선지식들법문

천년고목에 단풍이 들고낙엽은 뿌리로 돌아갑니다.
만상이 휴식하는 겨울철
납자는 결제할 선방에 김장울력하고
안거에 들어갑니다.
아, 무슨 복력으로 이 결제의 주인공이 되었을까?

座禪에 달리 법칙이 있는 것이 아니다.
망상이 고요하니 座요,
화두가 성성하니 禪이다.
성성과 적적이 하나가 되면
하루가 가기 전에 이 일을 성취한다.
성성과 적적은 차치하고
어떠한가?
보궁에 무단히 살면서 하는 일이 없으니
사해와 건곤이 법왕의 품속이로다.
(만공스님 법문)

천안대비로도 엿볼 수 없는 이 물건!
이~뭘까?
일체가 부처님입니다.
백천만번 지심귀명례 예불을 합니다.
손을 들고 발을 딛고
일거수일투족이 지심귀명례 예불입니다.
끝없는 일거리 속에
크고 작은 움직임들 모두가
돌이키는 정진이요, 부처님 친견입니다.
불러 응하고 쓸고 닦고 가고 오고
보현보살의 광대행입니다.
“방에서 졸지 말고 나와서 일해라.”
벽초스님의 용맹정진 가풍입니다.
덕숭산 가풍입니다.
노인은 어린이가 되라.
해야 할 일은 벌떡 일어나 직접 해라.
가볍게 움직여라.
움직일 때 바람보충입니다.
움직여 일할 때 360각 본래 바람상태가 됩니다.
어린이 몸이 됩니다.
몰란결에 생각이 노인으로 고정되어
교주처럼 늙은 티를 내면
앞뒤가 막히고 숨길이 짧아집니다.

무엇을 해도 돌아보면 허전합니다.
卽下에 본심으로 돌아와라.
이 자체로 돌아와라.
원기가 회복됩니다. 진기가 채워집니다.
본심을 이탈하면 만물의 영장이 처참하게 위축됩니다.
바람이 없어지고 꼴이 무너집니다.
이것이 무엇인가! 이~뭘까?
한 덩어리로 걷고, 한 덩어리로 움직이면
고개가 펴지고 가슴이 펴집니다.
보이는 세계, 안 보이는 세계가 통일이 됩니다.
산천초목이 돌이키는 힘으로 돌아서고
건곤이 돌이키는 힘으로 돌아섭니다.
천사량 만사량이 알 수 없는 이뭘까로 고요해집니다.
산이 고요해지고, 물이 고요해지고
파도가 고요해지고, 세상이 고요해집니다.
한 덩어리 고요가 파도를 타고 둥실둥실
우레 같은 생기가 세상을 흐뭇하게 합니다.
갖가지 변동의 물결이 소용돌이칩니다.
같이 뒤집어지고, 같이 말아 엎어  다시 솟구쳐 내려쳐
파도는 본래 물로, 본래 한 덩어리로
더욱 새로워집니다.
언제나 정월 초하루요, 새날 새아침입니다.
천상천하에 이 아닌 것이 어디 있습니까?
앉은 자리에서 고요해지니 그림자까지 시원합니다.

팔월 추석에 금선대에서
경허스님 만공스님께 추석다례를 모십니다.
조사의 진영이 시동이 걸려 이글이글 돌아가고 있습니다.
결제사진에 한심한 내 얼굴을 봅니다.
돌아가고 있나? 고요해졌나?

將軍擧一劍
四海常安寧
誰知王舍一輪月
萬古光明長不滅

장군이 한 칼을 들었네. 납자가 이뭘까를 들었네.
사해가 편안해졌네.
누가 알겠는가? 그 옛날 왕사성의 이 달덩어리를.
아, 만고광명이여! 길이길이 그칠 줄 모르네.

이 일은 먼저 눈을 떠야 합니다.
내 눈에 나타난 내 업장 너머 먼저 눈을 떠야합니다.
삼천대천세계가 이놈이라는 것에
먼저 눈이 떠져야 합니다.
희유한 이 물건에 무릎을 치면
이보다 더 큰 일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이보다 더 설레는 일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이 공부는 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백천만 번 반조하고 돌이켜서 익숙해져야
굴릴 수가 있습니다.
잊어버리지 말고, 놓지 말고, 자꾸 돌이켜서
생각과 생활이 이 자체 알 수 없는 이뭘까 의심으로
순숙이 되어야 합니다.

不擧自擧
들지 않아도 저절로 들려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 도도히 흐르는 강물이 되면
성역처를 경험합니다. 힘 안드는 시절을 경험합니다.
信心이 不二요, 不二가 信心입니다.
이 물건이 불이요, 불이가 이 물건입니다.
반야심경에 무안계 내지 무의식계
산하대지 앞이요, 느낌 앞이라고 했습니다.
목탁소리가 생각 앞입니다.
성색이, 소리와 모양이 대적삼매입니다.
천지에 不關이요, 거래에 不關이요, 시비에 不關입니다.
한가하고 부드러워져서 공부에 방해가 없습니다.
공부 아닌 것이 없습니다.
조도의 벗 아닌 것이 없습니다.
무진삼보 대자대비에 이 정성을 바칠 뿐입니다.
이 일 한 가지 뿐이니
언제나 넉넉하고 아무리 바빠도 한가합니다.

身在海中 休覓水
日行嶺上 莫尋山
百年三萬 六千日
反復原來 是這漢

바다 한가운데에서 물 찾지 마라
날마다 산에 살면서 산 찾지 마라
백년 삼만 육천 일에
가고 오고 원래가 이놈이네

구경원성살반야 이자체
마하반야바라밀 이뭘까
나무아미타불! 야, 그대가 부처님이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