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가 현각 선사의 지관(止觀) 법문(19)

2021. 6. 9. 22:26성인들 가르침/과거선사들 가르침

비파사나송 : 관(觀)

1. 수행방식 :관하기(觀)

1) 지혜의 생성(智生)과 경계의 요달(了境)

(1) 지생(智生)과 료경(了境)의 순환

[본문]

 무릇 경계(境)는 지혜(智)가 아니면 요달하지 못하고,

② 지혜(智)는 경계(境)가 아니면 생기지 않는다. 

[해설]

① 대상인 경계를 요달하게 되는 것은 주관의 지혜(智)를 통해서이고,

② 지혜(智)가 생겨나는 것은 경계(境)를 통해서이다. 

이런 방식으로 주와 객, 지와 경은 상호의존관계에 있다. 

행정은 요달함(了)과 생김(生)에 대해 "지혜가 경계르 궁구하는 것이 료(了)이고,

경계가 지혜를 발동하는 것이 생(生)이다"라고 설명한다. 

 

[본문]

②지혜가 생기는 것은 경계를 요달하기에 생기는 것이고, 

①경계가 요달하는 것은 지혜가 생기기에 요달하는 것이다. 

[해설]

주관 쪽에서 지혜가 생기는 것과 객관 쪽에서 경계를 요달하게 되는 것은 상호 의존적이고 동시적이다. 

이는 결국 생겨나는 지혜와 요달되는 경계가 상호의존적임을 말한다. 

행정은 " 지혜와 경계가 명합하고, 소(所)와 능(能)이 합친다. "라고 말한다. 

주와 객, 지와 경, 능과 소가 함께 해서 지혜가 성립함을 말한다. 

함허는 ① '료경'의 요(了), ② '지생'의 지(智)와 ③ 생(生)에 대해 차례로 설명한다.

① 료(了)에 대해 말한다. "료(了)라는 것은 '요별(了別:분별하여 앎)의 료가 아니라 '료오(了悟: 깨우쳐 앎)의 료이다. 미혹한 자(迷者)는 경계를 보면 있다고 말하고, 깨우친 자(悟者)는 경계를 보면 없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미혹한 자의 이른바 유(有)는 곧 깨우친 자의 이른바 무(無)이다.

소위 료경(了境)이란 것은 경계가 공함을 깨우쳐 요달하는 것을 말한다. 

미혹한 자가 경계를 '료별(了別)'하는 것은 주객분별 위에서 대상을 분별적으로 아는 것이고, 

깨우친 자가 경계를 '료오(了梧)'하는 것은 주객분별없이 대상의 공성을 깨우쳐 아는 것이다. 

깨우친 자가 '경계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경계가 주관 바깥에 객관 대상으로 따로 있지 않다, 

마음 바깥의 실유가 아니다. 따라서 공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함허는 ② '지생'의 지(智)를 식(識)에 대비하여 설명한다. 

"지(智)라는 것은 식(識)을 상대해서 한 말이다. 

미혹한 자는 경계를 보면 '인식의 생각(識想)이 어지럽고(紛然), 

인식으로 경계를 보면 일체가 어지럽고,

지혜로 경계를 비추면 일체가 적연하다. 

그러므로 소위 지(智)라는 것은 무분별의 비춤(照)이다."

식(識)은 분별적 요별의 앎에 해당하고, 지(智)는 무분별적 료오의 앎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미혹한 자는 무명에 싸여 주객을 분별하고, 깨우친 자는 그러한 분별을 넘어 지경명연(智境冥然)의 경지에서 일체를 본다. 그러므로 미혹한 자가 대상을 아는 분별적 앎인 료별의 앎을 식(識)이라 하고, 깨우친 자가 대상을 아는 무분별적 앎을 료오의 앎 지(智)라고 구분하는 것이다. 

미혹한 자는 대상을 분별적으로 인식하므로 앎의 생각이 분열되고 복잡하고 어려운데 반해,

깨우친 자는 주객혼연한 가운데 비추어 아는 것이므로 일체가 밝고 적연하다. 

 

함허는 ③ '지생'의 생(生)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생(生)이라는 것은 생멸의 생이 아니라, 드러남(現發)을 말하는 것이다. 

무명으로 요달하지 못해 아와 소를 계탁할 때에는 법신이 형각(形殼)중에 은폐되고, 

참된 지혜가 연려(緣慮) 속에 은닉된다. 

지금은 이와 반대로 법신이 독로하고 참된 지혜가 현발한다. 

생을 현발로 풀이하면서 함허는 미혹한 자와 깨우친 자의 인식작용의 차이를 법신의 은폐됨과 드러남의 차이로 설명한다. 미혹하면 법신이 분별적 형상에 가리고 은폐되어 드러나지 않는데 반해, 

깨우치면 법신이 홀로 드러나며 따라서 참된 지혜(眞智)가 현발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타분별, 주객분별의 제6식의 관점에서 세계를 보면 법신이 형각에 가려지고 진리가 은폐되는데 반해

그러한 주객분별을 넘어서 일체가 원융한 공(空)의 관점, 심층마음의 눈으로 세계를 보면 법신이 독로하고 진지(眞智)가 현발한다. 

 

함허는 깨우친 자에게서 일어나는 진지현발(眞智現發)과 법신독로(法身獨露)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법신이 드러나지 않으면 참된 지혜가 발할 근거가 없고, 참된 지혜가 나타나지 않으면 법신을 요달할 수 없다. 

이미 법신을 요달하지 않으면 참된 지혜 또한 나타날 수 없다." 진지현발과 법신독로가 서로를 조건으로 한다는 것은 곧 그 둘이 상호 의존적 관계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로써 지혜의 생김(智生)과 경계의 요달(了境)이 상호의존적임을 밝힌 것이다. 

 

                                                  -한자경 지음 <선종영가집 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