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26. 23:25ㆍ성인들 가르침/화두선 산책
설봉스님은 암두 스님과 함께 예주 오산진에 갔다가 눈에 길이 막혀 그곳에 묵게 되었다.
암두 스님은 매일 단지 잠만 자고 , 설봉스님은 오로지 좌선만 하였다.
하루는 설봉스님이 암두스님을 부르면서 "사형, 사형, 일어나 보십시오."하니
암두스님이 "무슨 일이 있는가?"라고 하였다.
설봉스님이 말하길, "금생에는 깨달을 수 없나 봅니다. 전에 흠산문수 녀석과 함께 행각을 할 때에도 가는 곳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더니 오늘에 이르러서는 스님께서 단지 잠만 자고 있으니 말입니다."
암두 스님이 할을 하고 말하길, "잠이나 실컷 자라. 매일 선상에서 앉아 있는 모습이 흡사 시골의 토지신과 같으니
훗날 사람들을 홀리게 돌 것이다."
설봉스님이 가슴을 치면서 말하길,
"저는 이 가슴 속에 답답한 것이 아직 남아 있어 감히 스스로를 속일 수 없습니다."
암두 스님이 말하길,
"나는 그대가 장차 훗날에 높은 봉우리 정상에서 초암을 짓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크게 펴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작 이러한 말을 하는가?
설봉스님이 말하길, "저는 진실로 답답한 것이 남아 있습니다."
암두스님이 말하길, "그대가 만약 진실로 이와 같다면 그대의 깨달은 바를 하나 하나 말해 보게.
옳은 것이 있으면 그대를 증명해 주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깎아 주겠네"
설봉스님이 말하길, "제가 처음 염관제안 스님을 찾아 갔는데 염관스님이 법상에 올라 색과 공의 이치를 거론하시는 걸 듣고 깨달음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
암두스님이 말하길, "이것을 30년 동안 절대 말하지 마시오."
설봉스님이 말하길, " 또, 동산스님께 개울을 건너다가 깨달은 내용을 게송으로 옮길.
'절대로 남에게서 찾지 마라.
나와는 점점 더 멀어진다.
그대가 지금 바로 나이고,
나는 지금 그대가 아니다. '라고 하였습니다."
암두 스님이 말하길, "만약 그러하다면 철저하게 자기도 구제하지 못할 것이오."
설봉스님이 또 말하길,
"옛날에 덕산 스님께 '대대로 전해오는 선종의 가르침의 일에 저도 자격이 있습니까?"라고 질문을 하였는데 덕산스님께서 몽둥이로 한 대 때리면서 '뭐라고 말했는가?'라고 하니,
저는 그때 물통 밑바닥이 쑥 빠져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암두스님이 할을 하고 말하길,
" 그대는 듣지 못했는가? (감각의) 문으로 들어오는 것은 집안의 보배가 아니라는 말을 ,"
[註 : 종문입자(從門入者) 불시가진(不是家珍) : '문을 통해서 들어오는 것은 집안의 보배가 아니다'라는 말은 진정한 보배는 자기 집안에 원래부터 가지고 있다. 본래 갖추고 있는 불성을 밖에서 얻을 수 없음을 말함. 어떤 외부의 자극으로 인해서 감각이나 의식 안에 나타나는 심리적 정신적 체험이나 무기상태 체험, 기타 특이한 정신 감각적인 특이 체험들은 진정한 깨달음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임. 어떤 체험도 얻을 것이 없다는 뜻임. 심리적 체험이란 수행중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일종의 환병(幻病)임. ]
설봉스님이 말하길,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암두스님이 말하길,
"훗날 그대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크게 펼치려면 하나 하나 자기 가슴 속에서 흘러나온 것을 나에게 가지고 와서 보여주면 하늘을 덮고 땅을 덮을 것이오."
설봉스님이 그 말에 크게 깨닫고 곧바로 일어나서 예를 올리고 연이어 소리를 지르며 말하길,
"사형!, 오늘에야 비로소 오산진에서 도를 이루었습니다. "
(설봉스님이 흠산스님, 암두 스님과 함께 상중에서 강남으로 가서 신오에 이르렀을 때이다. 흠산스님이 개울물에 발을 씻다가 채소 잎이 흘러내려오는 것을 보고 기뻐하며 말하길, " 이 산에 반드시 도인이 있다. 물길을 따라 올라가면 찾을 수 있다."
설봉스님이 성을 내며 말하길, "지혜의 눈이 크게 흐려가지고 훗날 어떻게 사람을 판별할 수 있겠는가? 그가 복을 아끼지 않는 것이 이와 같은데 산에 산들 무엇 하겠는가?")
나중에 스님께서 주지를 살게 되었을 때 어떤 스님이 묻길,
"화상께서는 덕산스님을 친견하시고 무엇을 체득하였기에 곧바로 번뇌망념을 쉬었습니까? "
설봉스님이 말하길, "나는 빈손으로 가서 빈손으로 돌아 왔다. "
-설봉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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