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8. 23:23ㆍ성인들 가르침/과거선사들 가르침
ㅇ.
"도를 배우는 벗들이여 !
부처를 궁극의 경지라고 부르지 마라.
부처란 마치 뒷깐의 똥통 같은 것이다.
보살과 나한은 모두 다 목에다 씌우는 칼과 발을 묶는 족쇄와 같이
사람을 결박하는 물건들이다.
그러므로 문수는 긴칼로 부처님을 죽이려 했고
앙굴라마라는 짧은 칼로 석가모니를 해치려 한 것이다."
"도를 배우는 벗들이여!
얻을 수 있는 부처란 없다.
삼승(三乘)과 오성(五性), 원돈교(圓頓敎)의 자취마저도 모두 다 그때그때의
병에 따라 약을 주는 것이지 고정된 실다운 법은 없다.
설사 있다하더라도 그것은 누구나 볼 수 있게 드러내어 공지한 문서이며
문자를 알맞게 배열하여 임시로 그럴듯하게 말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도를 배우는 벗들이여!
어떤 머리 깎은 사람들은 출세간법(出世間法)에 힘을 쏟으며 구하려 한다.
그것은 잘못이다.
부처를 구한다면 그 사람은 부처를 잃을 것이고
도를 구한다면 도를 잃을 것이며
조사를 구한다면 조사를 잃을 것이다."
ㅇ.
"큰스님들이여 !
착각하지 마라.
나는 그대들이 경과 논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을 높이 사지 않는다.
나는 또 그대들이 국왕이나 대신이라 하더라도 높이 사지 않는다.
나는 또 그대들이 폭포수처럼 유창한 말솜씨를 가졌다 하더라도
높이 사지 않는다.
나는 또 그대들이 총명하고 지혜롭다 하더라도 높이 사지 않는다.
오직 그대들이 진정견해를 가지기를 바랄 뿐이다."
"도를 배우는 벗들이여 !
설사 백 부(部)의 경과 논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한 사람의 일없는 스님만 같지 못하다.
그대들이 좀 아는 것이 있으면
곧 다른 사람들을 경멸하여 아수라처럼 승부를 다투게 될 뿐이고
나와 남을 분별하는 무명번뇌로 지옥의 업을 기를 뿐이다.
예컨대 선성(善星)비구가 십이분교를 잘 알면서도
산채로 지옥에 떨어져서 대지(大地)도 용납하지 않은 것과 같으니
차라리 아무 일 없이 쉬느니만 못하다.
그러므로 배고프면 밥을 먹고 잠이 오면 눈 감으면 된다.
어리석은 사람은 나를 보고 비웃겠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알 것이다.
도를 배우는 벗들이여!
문자 속에서 구하려고 하지 말지니
마음이 움직이면 피곤하고 찬 기운을 들이마시면 무익하다.
차라리 한 생각 인연으로 일어난 법은
본래 일어남이 없던 것만 같지 못하니
삼승방편을 펼치는 보살들의 경계를 뛰어넘어야 하리라."
ㅇ.
"큰스님들이여!
이리저리 돌고 돌며 허송세월을 보내지마라.
산승이 지난날 견처(見處)를 얻지 못했을 때는 캄캄하고 심히 어지러웠다.
촌음도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아 속은 타고 마음은 바빠
이리저리 도를 물으러 다녔다.
그런 뒤에 쮜어난 힘을 얻고 나서야 오늘에 이르러
같이 도를 닦는 여러분들과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도를 닦는 그대들에게 권하노라.
먹고 입는 것에 끄달리지마라.
세월은 쉽게 지나가고 선지식은 만나기 어려우니
우담바라 꽃이 때가 되어야 한번 피는 것과 같이 드문 일이다."
"그대들은 제방에서 임제라는 노장이 있다는 말을 듣고
이곳에 오자 마자 어려운 질문을 던져 말문을 막히게 하려 한다.
그때 산승이 본체를 다 드러내는 전체작용으로 대응하면
그 학인은 부질없이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입도 열지 못한다.
몽매하여 어떻게 대답할지를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큰 코끼리가 힘껏 나아가는데
나귀 따위가 감당할 바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대들 제방에서는 가슴을 드러내고 몸을 으스대면서
'나는 선을 알고 도를 안다'라고 하여 지껄이지만
둘이건 셋이건 여기에 와서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구나.
애달프다! 그대들은 이 훌륭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가는 곳마다
두 조각 입술을 나불대면서 사람들을 기만하고 속였으니
염라대왕의 철퇴를 얻어맞을 날이 있으리다.
이들은 출가한 사람이라 할 수 없다.
모두 아수라의 세계에 빠질 것이다."
-임제록-
장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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