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4. 22:06ㆍ성인들 가르침/초기선종법문
[본문]
又問, "若無異者, 聖名云何立?
答(曰), "凡之與聖二俱是名, 中無二, 即無差別, 如說龜毛兎角也"
또 묻는다.
"만약 다름이 없다면, 성(聖)이란 이름을 어떻게 세울 수 있겠습니가?"
답한다.
"범(凡)과 성(聖)은 둘 다 이름이라, 이 가운데 둘이 있는 것이 아니니
곧 차별이 없다. 이를 테면 '거북의 털', '토끼의 뿔'이라는 말과 같다."
[해설]
'거북의 털', '토끼뿔'은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이름으로만 있는 것이다.
실재하지 않는 것이니 이들 간에 무슨 차별이 있을 수 없다.
범부가 분별망상하는 일체법 또한 이와 같다는 것이다.
당념에 즉하니 여일(如一)하고 여여(如如)하여 평등무이(平等無二)하다
성(聖)을 세우면 차별이로되 차별을 떠나면 성이니, 성이 없음도 아니다.
단지 당념에 즉한 자리는 이미 분별을 떠난 까닭에 무엇을 성과 범부로 분별할 바가 없다.
성과 범부, 유와 무 등 상대 차별의 법이 모두 분별일 뿐이다.
어떤 존재가 유(有)인가 무(無)인가를 의론하지만 실은 그 유와 무가 단지 분별일 뿐이라는 뜻이다.
모든 것은 그러한 분별을 떠나 있다.
[본문]
又問, "若(聖)人同龜毛者, 卽是畢竟無, 人遣學何物?"
答(曰), "我說龜無毛, 不說無龜"
또 묻는다.
"만약 성인이 거북의 털과 같다면, 곧(성인도) 응당 필경엔 없을 것이니, 금인(今人)이 무엇을 배우겠습니까?
답한다.
"나는 거북에게 털이 없다고 말했지, 거북이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해설]
성인도 성인이라 분별을 떠나 있다. 그래서 분별 떠난 성인의 실제(實際)가 없지 않다.
범부도 범부라는 분별을 떠나 있으니 범부의 실제 또한 없지 않다.
'거북의 털'에서 '털'이 명(名), 상(相)이다.
명(名), 상(相)에 따름이 망상이다.
이 망상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정지(正智)이다.
이를 통해 망상이 멸하니 여여(如如, Tathata)라 한다.
이 5법(명,상,망상,정지,여여)에 대하여 <능가경>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능가경>의 5법이라 칭한다. <대승입능가경(능가경7권본)> 권5 <찰나품>에 "보살마하살이 여여(如如)에 머물면 이미 현전의 경계를 비춤이 없게 됨을 얻게 되고"라 하였다.
이어 법운지(보살10지)를 거쳐 여래에 이른다고 하였다.
그런데 본래 명(名)과 상(相)이 물 속의 달(水中月)과 같아 생한 바 없기 때문에 정지(正智)와 여여(如如) 또한 생한 바 없고, 얻을 바 없다. 그래서 무엇을 증(證) 하였다 하면 망(妄)이라 하는 것이다.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은 이러한 때 쓰는 말이다.
'수중월(水中月)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1) 위의 <대승입능가경> 권5 <찰나품> 같은 문단에 "여래가 되면 중생을 위하는 까닭에 수중월(水中月)처럼 두루 그 몸을 나타내어 중생의 욕락따라 법을 설한다."고 하였다.
즉 여래의 중생 구제행에서 갖가지 몸으로 응현함이다.
(2)는 마음에 나타나는 모든 영상의 경계가 수중월(水中月)과 같아 실재의 무엇이 들어온 바가 없고, 제거할 바도 없다는 뜻을 드러낸 구(句)이다.
'두두물물 일체의 존재가 다 화신인 석가모니 불이다.' 고 할 때는 이 (1)과 (2)가 같은 뜻이 된다.
그러한 뜻으로 보면 일체의 현상이 모두 법을 설하고 있다.
[본문]
又問, "無毛喩何物, 有龜喩何物?"
答(曰), "龜喩於道, 毛喩於我, 是故聖人無我而得道成,"
또 묻는다.
"털이 없다는 것은 무엇을 비유한 것이고, 거북은 있다는 것은 무엇을 비유한 것입니까?"
답한다.
"거북은 도(道)에 비유한 것이고, 털은 아(我)에 비유한 것이다.
이 까닭에 성인(聖人)은 무아(無我)를 깨달아 도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해설]
실재하지 않는 것은 아(我)이되 아(我)가 실재하지 않는다는 리(理)가 없지 않다.
그 리(理)와 사(事)가 계합하면 도(道)에 이른다.
-박건주 역주 <절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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