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스님 경책(7)

2020. 7. 15. 22:00성인들 가르침/과거선사들 가르침

ㅇ. 

"도를 배우는 벗들이여 !

제방의 선지식들이 말하기를, 닦을 도가 있고 깨칠 법이 있다고 하는데

그대들은 무슨 법을 깨치며 무슨 도를 닦는다고 말하는가?

그대들이 지금 쓰고 있는 본래 마음에 무슨 모자람이 있으며

어떤 점을 닦고 보완한다는 것인가?

못난 후학들이 잘 모르고 저 들판의 여우와 도깨비들 같은

엉터리 선승을 믿어서 그들의 말과 행동을 받아들인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을 얽어매어 말하기를,

'이치와 행동이 서로 어울리고 삼업(三業)을 잘 보호하고 간직해야만 

비로소 성불할 수가 있다'라고 한다. 

이와같이 말하는 자가 봄날의 가랑비처럼 많다."

 

ㅇ. 

"옛 사람이 말하기를 '길에서 도통한 사람을 만나거든 결코 도에 대해서 말하지 마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만약 누구라도 도를 짐짓 닦으면 도는 이루어지지 않고 

도리어 수만 가지 삿된 경계들이 앞다투어 생겨난다. 

지혜의 칼을 뽑아 들면 한 물건도 없다. 

밝음이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어둠이 밝아진다(明頭未顯暗頭明)'고 하였다. 

그러므로 또 옛사람들이 말하기를

'평상의 마음이 바로 도'라고 한 것이다."

 

ㅇ.

"대덕들이여 !

무엇을 찾고 있느냐?

지금 바로 눈앞에 법문을 듣고 있는 그 사람,

아무 것도 의지하지 않는 무의도인은 또렷또렷하며, 

결코 부족한 것이 없다. 

그대들이 조사와 부처와 다르지 않기를 바란다면 

다만 이같이 보면 된다. 

이를 의심하여 잘못을 범하지 마라.

그대들의 순간순간의 마음이 다르지 않음을 ,

일컬어 살아있는 조사의 마음이라 한다. 

마음이 다르면 성품과 형상이 다르게 되지만,

마음이 다르지 않으므로 성품과 형상이 다르지 않다."

 

ㅇ.

한 스님이 임제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순간순간의 마음이 다르지 않은 경계입니까?"

"그대들이 의심을 갖고 물으려 하는 순간 벌써 달라져 버린 것이니

성품과 형상이 각각 나누어졌다.

도를 배우는 벗들이여 ! 착각하지 마라.

세간이나 출세간의 모든 법은 다 자성이 없으며

또한 새로 생겨나는 본성도 없으며

그저 허망한 이름 뿐이며, 그 이름 또한 텅 빈 것이다. 

그대들은 오로지 저 부질없는 이름들에만 매달려 

설사 무언가 실다운 법이 있다 하더라도 

모두가 인연에 의지해서 변화하는 가상적인 경계들이다. 

이른바 보리라는 경계와 열반이라는 경계와 

해탈이라는 경계와 세 가지 불신이라는 경계와 

'대상과 지혜'라는 경계와 부처라는 경계가 있다고는 하나

그대들은 인연화합에 의해 만들어진 변화하느 국토 속에서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

 

ㅇ.

"나아가 삼승십이분교의 경전마저도 모두가 똥을 닦아낸 휴지에 불과하고

부처란 허깨비 몸이며 조사란 늙은 비구일 뿐이다. 

그러나 그대들은 어머니가 낳아주신 진짜 살아있는 몸이 있지 않은가. 

그대들이 만약 부처를 구하면 부처라는 마구니에 붙잡히고,

조사를 구하면 조사라는 마구니에 묶인다. 

그대들이 무엇을 구하는 것이 있다면 모두가 고통이 될 뿐이니,

아무런 일이 없느니만 못하다. "

 

                                                      -임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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