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9. 22:31ㆍ성인들 가르침/과거선사들 가르침
ㅇ.
어떤 스님이 임제 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네 가지 무상(無相)의 경계입니까?"
조주스님 대답하기를,
"그대들의 한 생각 의심하는 마음이 흙이 되어 가로막으며,
한 생각 애착하는 마음이 물이 되어 빠지게 하며
한 생각 성 내는 마음이 불이 되어 타게 하며,
한 생각 기뻐하는마음이 바람이 되어 흔들리게 하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알아낼 수 있다면,
경계에 끄달리지 않고 가는 곳마다 경계를 활용할 것이다.
동쪽에서 나타났다가 서쪽으로 사라지고,
남쪽에서 나타났다가 북쪽으로 사라지고
주변에서 나타났다가 중심으로 사라진다.
물 위를 다니기를 땅 위 다니듯 하고,
땅 위 다니기를 물 위 다니는 것처럼 자유자재하게 한다.
어째서 그런가?
지수화풍 사대가 꿈과 같고 허깨비와 같이 실재가 없다.
공(空)함을 통달했기 때문이다.
ㅇ.
"도를 배우는 벗들이여 !
지금 법문을 듣고 있는 것은
그대들의 지수화품으로 이루어진 사대 육신이 아니라
그 지수화풍의 사대육신을 능숙하게 활용하는 그대들 자신이다.
만약 이와 같이 볼 수만 있다면
곧바로 가고 머무름에 자유자재하게 될 것이다.
산승의 견해에 의하면, 아무것도 꺼릴 것이 없도다.
그대들이 성인을 좋아하더라도 성인은 성인이라는 이름일 뿐이다.
어떤 공부하는 사람들은 오대산에 가서 문수보살을 친견하려 한다.
그러나 그것은 벌써 틀린 일이다.
오대산에는 문수보살이 없기 때문이다.
문수를 만나고 싶은가?
그대들의 눈앞에서 작용하고 있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다르지 않고
어딜 가든지 의심할 것 없는,
이것이 바로 살아있는 문수보살이다.
그대들의 한순간 마음작용에도 차별 없이 어느 곳이든 비추는 광명이
모두 참된 보현보살이요.
그대들의 한순간 마음작용에서 스스로 속박을 풀어 이르는 곳마다
해탈하는 이것이 바로 관세음보살의 삼매법이다.
문수,보현 ,관음 세 보살이 서로 주인도 되고, 손님도 되어 출현할 때는
동시에 나오니 하나가 곧 셋이요, 셋이 곧 하나이다.
이와 같이 깨달으면 비로소 경전의 모든 가르침과 조사 어록을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
ㅇ.
스님께서 대중에게 말하였다.
"오늘날 도를 배우는 사람들로서 제일 중요한 일은 자신을 믿는 것이다.
결코 자기 밖에서 찾지 마라.
모두 다 옛사람의 부질없는 경계들에 매여서
도무지 옳고 그름을 분간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조사니 부처니 하는 것은 모두 다 교학의 가르침일 뿐이다.
어떤 사람이 경전의 한 구절을 끄집어내어 뜻을 숨겼다 드러냈다 하면
곧바로 의심이 일어나 허둥지둥 당황해 하며 본길에서 벗어나
이리 저리 묻고 다니며 어찌할 줄 모르고 정신없이 망연자실해 한다.
대장부라면 이렇게 주인이니 도적이니, 옳거니 그르거니,
색이니 재물이니 하며 쓸데없는 이야기로 세월을 보내지 마라.
산승의 이곳에는 승속을 논하지 않고 다만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모두 그들의 정체를 다 알아낸다.
그들이 어디서 오든 간에 그들이 사용하는 문자나 글귀는
모두가 꿈이고 허깨비일 뿐이다."
ㅇ.
"다시 자신이 주인이 되어 경계를 부리는 사람들이야말로
바로 모든 부처님의 그윽한 뜻(玄旨)를 체득한다.
부처의 경지는 어디에도 의지함이 없는 무의도인이
경계를 활용하면서 나타난다.
만약 어떤 사람이 와서 나에게 부처를 구한다면
나는 즉시 청정한 경지에 맞추어서 대해준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보살을 묻는다면
나는 곧 자비의 경지에 맞추어 대해준다.
또 어떤 사람이 보리를 묻는다면
나는 곧 깨끗하고 오묘한 경지에 맞추어서 대해준다.
또 어떤 사람이 열반을 묻는다면 나는 곧 교요한 경지에 맞추어 대해준다.
이처럼 경계는 수만 가지를 차별하지만,, 그 사람은 차별이 없다.
그러므로 사물에 응하여 형상을 나타내는 것은
마치 물속에 비친 달과 같다."
ㅇ.
"도를 배우는 벗들이여 !
그대들이 법답게 행동하려면 반드시 대장부라야 그러할 수 있다.
시들시들하고 나약하게 흐느적거리는 초목같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예컨대 깨어진 그릇에는 제호 같은 좋은 음식을 담을 수 없다.
예컨대 큰 그릇의 인물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미혹되지 않고
어딜 가나 주인이 되면 그가 선 자리 그대로가 모두 진리의 드러남이다."
"밖에서 들어오는 것은 무엇이 되었건 모두 받아들이지 마라.
그대들의 한 생각이 의심하면 곧 마(魔)가 마음 속으로 들어온다.
보살이라도 의심을 내면 생사의 마구니가 침입해 그 틈을 얻게 된다.
다만 생각을 그치고 다시 바깥으로 구하지마라.
어떤 경계가 다가오면 지혜로 비춰보라."
"그대들이 지금 바로 전체적으로 작용하는 이것을 믿기만 하면
아무런 일이 없다.
그대들의 한 생각 마음이 삼계를 만들어 내고
인연을 따라 경계에 휘말려서 육진경계로 나누어진다.
그대들이 지금 응하여 작용하는 그곳에서 무슨 모자람이 있겠는가?
한 찰나 사이에 깨끗한 국토에 들어가고 더러운 국토에도 들어가며
미륵의 누각에도 들어가고 삼안국토(三眼國土)에도 들어가서
곳곳을 돌아 다니지만, 오직 헛된 이름(空名)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다. "
-임제선사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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