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대사의 선가귀감(81)

2018. 5. 11. 09:58성인들 가르침/과거선사들 가르침


81.

운문종

마조의 곁갈래로 천황도오(天皇道悟), 용담숭신(龍潭崇信), 덕산선감(德山宣鑑), 설봉의존(雪峰義存), 운문문언(雲門文偃), 설두중현(雪竇重顯), 천의의회(天衣義懷) 같은 이들이다.

[월호스님 사족]

운문종의 선사들은 사실은 마조의 갈래라기보다는 석두희천의 후예들이다.

천황도오선사는 14살 때 출가를 하고자 했는데, 부모가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후에 하루에 한 끼만 먹어서 몸이 극도로 쇠약해지자 부모가 할 수 없이 출가를 허락했다.

항주 경산의 도흠(道欽)선사에게 가서 다섯 해만에 깨쳤는데, 산중에서 몇년 동안 숨어 지냈다. 마조의 회상에서도 2년 동안 있었지만, 나중에 서른네 살에 석두희천에게 가서 비로소 크게 깨쳐고 10년동안 그 회상에 있으면서 석두 희천선사의 법을 이었다. 석두스님이 입적하시자 탑을 쌓은 뒤 여기저기 다니다가 형주 천황사의 옛터로 가서 절을 크게 중창했다고 한다.

용담 숭신선사는 어릴 때 그의 부모가 천황사, 바로 앞의 천황도오스님이 중창한 천황사 옆에서 떡 장사를 했는데, 천황 도오 스님이 그 절에 오자 그의 집에서 날마다 떡을 10개씩 보내 드렸다. 그 심부름을 바로 출가하기 전의 용담스님이 했다. 그런데 천황도오스님은 떡을 10개씩 배달해 드리면 그중에서 꼭 한개씩을 남겨서 떡을 가져온 용담에게 먹으라고 되돌려주곤 했다. 그래서 용담이 생각하기를, "내가 갖다드린 떡을 내게 도로 돌려주는 것이 무슨 까닭일까?"하여 화상에게 그 뜻을 물었다. 그러니까 천황 도오 스님이 대답하기를, "네가 가져온 것을 다시 너에게 돌려주는데 무슨 허물이 있겠느냐?"그 말을 듣고는 알아차린 바가 있어서 출가를 했다.

"제가 스님을 모신지는 오래 되었지만, 마음 공부에 요긴한 것을 가르쳐 주시지 않으므로 속이 탈 뿐입니다. "

그때 도오 스님이, "내가 너에게 가르치지 않은 때가 없었는데 무슨 말이냐? 네가 밥이나 찬을 가져오면 너를 위해 받았고, 네가 절을 하면 또한 너를 위해 머리를 숙이지 않았더냐?" 이렇게 얘기를 했다.

그 말을 듣고 용담은 도데체 이게 무슨 말일까, 하고 골똘이 생각했다. 거기에 대해서 도오스님이 "깨치는 것은 말끝에 곧 깨쳐야지, 생각해서 알려고 하면 벌써 어그러지느니라" 하는 말에 용담스님이 눈이 번쩍 뜨였다.

"그러면 어떻게 지켜가야 되겠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도오스님이 이르기를, "성품에 맡겨 오락가락 인연 따라 지낼 뿐, 범부 생각 떨어질 뿐, 거룩한 마음이 따로 없느니라" 이렇게 얘기했다.

또 덕산 선감 스님은 어렸을 때 출가했다. 그래서 계율을 숭상하고 경전에 아주 밝았는데, 그중에서도 <금강경>을 늘 강설했다. 그래서 그의 성(姓)을 따서 별명이 주금강(周金剛)이라 불릴 정도로 <금강경>강설하기를 좋아했다.

하루는 도반에게 말하기를, "보살이 육도만행을 무량겁으로 닦아야 성불한다고 했는데, 요즘에 남방의 못된 것들이 바로 마음을 가리켜 단박에 성불케 한다. 직지인심(直指人心)하여 견성성불(見性成佛)한다. 이렇게 얘기하니까 내가 그것들을 소탕해 버리겠소"하고 길을 떠났다.

그래서 거의 남방에 도착했는데 점심 때가 되어서 어떤 떡집에 들어가서 점심을 청하니까, 떡을 파는 노파가 물었다.

"걸망에 든 것이 무엇입니까?"

"아, 금강경주석서(金剛經疏)요"

노파가 물었다.

"음, 그래요? 그러면 <금강경>에 말하기를, '과거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으며,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다'고 했는데, 스님께서 이제 점심(點心)을 드신다고 하시니, 도데체 어떤 마음에 점을 찍겠습니까? "

이에 덕산 스님은 말문이 막혀서 대답도 못하고 떡도 못 얻어먹고 쫄쫄 굶으면서 나왔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용담 선사를 찾아가서 법담을 밤늦도록 나누다가 객실로 나가려고 하니까 바깥이 깜깜했다. 그래 도로 들어가서 "바깥이 어둡습니다"해서 용담선사가 촛불을 켜서 덕산에게 내밀었다. 덕산이 받으려고 할 때에 용담 선사가 훅~ 불어서 촛불을 꺼버렸다. 그때 덕산이 비로소 깨쳤다고 한다.

그래서 덕산이 화상에게 공손히 절을 하니 용담선사가, "자네가 무얼 보았기에 절을 하는가?"라고 물었고, 덕산이 "이제부터 다시는 천하 노화상들의 말씀을 의심하지 않겠습니다."그럼으로써 용담선사의 법을 이어받았다. 그 다음날 덕산은 지금까지 애지중지 메고 다니던 금강경 주석서를 아낌없이 불살라버리고 길을 떠났다.

                                            -월호 스님의 '선가귀감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