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대사의 선가귀감(80)

2018. 5. 1. 10:46성인들 가르침/과거선사들 가르침


80.

조동종

육조 아래에서 갈라진 곁갈래이니 청원행사(淸原行思), 석두희천(石頭希遷), 약산유엄(藥山惟儼), 운암담성(雲巖曇晟), 동산양개(洞山良价), 조산탐장(曹山眈章), 운거도응(雲居道膺) 같은 이들이다.

[월호스님 蛇足]

조동종은 청원행사를 비롯해서 석두희천, 약산유엄, 운암담성, 동산양개, 조산탐장, 운거도응 이런 식으로 이어져 내려온다.

이 조동종이라는 이름이 동산의 제자인 조산 본적(曹山本寂)에게서 유래한다는 설도 있고, 조계산(曹溪山)의 조(曹)로써 육조의 정통을 뜻한다는 설도 있다. 어쨌든 이 조동종에서는 묵조선의 가풍을 선양하고 있다.

청원행사 스님은 어려서 출가해 나름대로 깨친 바가 있어서 조계산에 가서 육조스님의 문하로 인가를 받았다. 그리고 대중 가운데 상수제자(上首弟子)로 있었는데, 나중에 고향인 청원산에서 가르침을 폈다. 그래서 청원행사라 했고, 육조 스님께서 열반한 뒤에는 납자들이 청원산으로 많이 모였다고 한다.

석두희천 스님은 육조스님의 유언에 따라서 청원 행사 스님을 찾아가서 깨치고 그 법을 이었다. 석두 희천 스님의 고향은 예전부터 미신이 성행해서 잡신을 숭배하고 굿을 거창하게 하는 습관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사당을 닥치는대로 헐어버리고 굿에 쓰려던 황소를 빼앗아오는 것이 해마다 수십 마리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석두 희천 스님은 이미 출가하기 전부터 미혹한 신앙에 대해서 큰 거부감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밖에서 주인을 찾고 밖에다 숭배를 하고 굿이든 기도든 하면서 그것으로 자기의 일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야 말로 미신이다. 자신의 행동이나 몸가짐이나 마음가짐을 다듬고 고침으로써 자기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정신(正信)이고, 밖에서 주인을 찾고 밖을 보고 무언가를 해결해 달라고 빌고 구걸하는 것이야말로 미신이다.

약산 유엄 스님은 17살에 출가해서 삼장(三藏)에 널리 통달하고 계율을 엄하게 지켰다고 한다 어려서 출가해서 경장(經藏), 율장(律藏), 논장(論藏), 삼장을 열심히 배웠고, 계율을 엄하게 가졌는데, 어느 날 하루 '대장부가 어찌 계율에 구속을 받아 작은 일에 매여 지내랴 ! 스스로 깨끗이 할 뿐이다."이렇게 결심하고 참선하는 곳으로 길을 떠났다.

당시만 해도 율종(律宗)과 선종(禪宗)이 따로따로 있었다. 석두스님에게 가서 깨친 바가 있은 뒤, 마조 스님을 찾아가 크게 깨쳤다고 한다. 다시 석두스님에게 돌아와 법을 잇고 약산(藥山)에서 가르침을 폈다고  해서 약산 유엄이라고 한다.

그 다음에 운암 담성이 백장 스님 회상에서 20년 동안 시자로 지내다가 백장 스님이 입적한 뒤에 약산에 가서 크게 깨쳣다. 약산 유엄 스님의 법을 이어 받아서 운암산에서 가르침을 폈다. 운암 스님이 입적할 때 동산이 물었다.

"뒷날에 만약 누가 스님의 그림자(影)를 보자고 하면 어떻게 할까요?"

이애 운암스님이 답했다.

"곧 이것이라고 말하게나."

운암스님의 답에 동산스님은 어리둥절했다. 그때 운암스님이 다시 말하기를, "이 이치는 아주 자세히 생각해야 하네."라고 하였다. 그리고 나서 동산이 훗날 강을 건너다가 물에 비친 자기 그림자를 보고 비로소 크게 깨쳤다.

"아 ! 그 당시 운암스님께서 해설해 주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다."

동산 스님은 운암스님의 은혜에 감격했다고 한다. 스스로가 무언가를 깨칠 수 있었음이 다행이었던 것이다.

동산 양계 스님은 어려서 출가했는데, <반야심경>을 배우다가, 눈,귀,코,혀,몸,뜻이 없다는 대목을 들어 스승에게 물었다. "아니, 지금 여기 이거 있는데 왜 없다고 합니까? 눈도 있고, 귀도 있고, 코도 있는 거 아닙니까? 도데체 이게 무슨 이치입니까?" 이에 스승이 대답을 못하고 오예산(五汭山)의 영묵(靈默)선사를 소개해 주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참선을 시작했다. 그 다음에 운거 도응 스님은 동산 스님과 대화를 나눈 것이 남아 있는데, 남방에서 오는 이 마다 동산의 법회를 칭찬하는 소리를 듣고 찾아가서 얼마 후에 깨쳤다고 한다. 그가 삼모암에서 혼자 지냈는데, 열흘동안 식당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동산 스님이 방장실에 찾아온 운거 도응에게 까닭을 물었더니, 천신이 항상 음식을 가져다준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바로 될 줄 알았더니 그런 소견을 가지고 있었구나. 선한 것도 생각지 말고 악한 것도 생각지 않을 때, 본래면목이 무엇인가?"하고 다시 물어서 거기서 깨쳤고 그 뒤에는 다시 천신이 음식을 가져다 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본래면목 자리에 철저한 것이 바로 조동종의 가풍이라고 말할 수 있다. ​